아무리 생각해도 살아 있는 이유를 모르겠어.
오래전 진단받은 난치병은 약을 먹어도 먹어도 끝나지 않아.
내 잘못도 아니고 그냥 타고난 것 뿐인데 평생을 이렇게 끌고 가야 한대. 덕분에 난 남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 유튜브 티비에 나오는 곳, 보고 싶은 곳에는 갈 수가 없어.
지금도 한 달에 며칠은 꼭 앓아.
더 웃긴 건 내가 아픈 걸 말해도 부모님은 '그게 왜 아파? 그 약을 꼭 먹어야 해?' 라고 하지. 이 병, 가족력이 작용하긴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거든. 나처럼.
산업 관련 면허라도 있으면 앞으로의 삶이 나을까 해서 관련 교육 들으러 본가 왔더니 들리는 건 철없이 굴지 마라, 네가 뭔 고민이 있냐, 매일 헤실헤실 웃으면서 뭐가 힘드니.
안 웃으면 또 집안 분위기 축 처진다며 욕할 거잖아요... 이미 한 번 그랬잖아요...
새벽에 자다 깨고, 꿈속에서는 해골들에게 죽기살기로 쫓기고, 그러다가 오전 11시까지 자다가 야단맞았어.
대학생이지만 좀 생산적으로 살라고, 어떻게 사람이 이시간까지 자냐고.
잠들기 어려워서 멜라토닌까지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 약값도 내가 해결했는데.
나는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남들보다 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좋은 치료를 받으려면 돈은 또 많이 벌어야 하는 내가 과연 여기서 더 살아 봤자 행복할까.
그냥 잠들고 싶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