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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뉴욕타임스 윤여정 인터뷰(리디북스 번역) “윤여정: 배우를 꿈꾼 적 없던 소녀에서 오스카 후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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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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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lect.ridibooks.com/article/@nyt/311

2021년 3월 31일 서울, ‘미나리’에서의 연기로 아카데미 상 후보로 오른 윤여정 배우. ‘미나리’에서 할머니 역으로 애틋한 연기를 선보인 윤여정은 50년이 넘는 연기 커리어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Peter Ash Lee/The New York Times)

한국의 베테랑 스타인 윤여정은 60세 생일 맞았을 때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과만 협업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그들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그들을 좋아한다면 결과에는 신경쓰지 않겠노라고.

수십 년에 걸친 제한된 선택들과 직업적인 트라우마에서 탄생한 이 노년의 철학은 그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이끌었다.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미나리>는 한국인 가정이 아칸소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민자의 삶을 다룬 잔잔한 영화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애틋한 연기를 선보인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그는 후보로 오른 첫 한국인 여배우다.

서울 자택에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73세의 아시아계 여성인 내가 오스카 후보로 오르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미나리’는 나에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이 업적과 앞서 일어났던 많은 아픔들을 회상하면서 생각에 빠진 듯한 그의 표정은 종종 상냥한 웃음, 때로는 유쾌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수수한 검은 상의와 긴 목걸이를 걸친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우아함이 있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인터뷰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겠다는 단호함이 있었다. 때때로 의미 전달을 더 잘 하기 위해 함께 있는 친구에게 특정 영어 단어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함께 영화에 나온 스티븐 연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첫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아시아계도 상을 탈) 때가 됐다!”며 한국인 배우들에게 “<기생충>의 성공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첫 비영어 영화로, 스티븐 연의 오스카 도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윤여정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벤쿠버에서 애플 TV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를 촬영하고 돌아와 자신의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언론들이 그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언론은 나를 축구 선수나 올림픽 선수로 생각한다”며 “그 압박감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때문에 “내가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래서 봉 감독에게 계속 ‘너 때문이야!’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의 극장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의 팬인 봉준호 감독은 팬데믹 중 시상식 시즌을 경험하는 그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봉감독이 그냥 앉아서 줌 통화만 하면 되니 나보고 운이 좋다고, 미국에서는 상 레이스가 열려 이곳 저곳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했어요. 레이스는 말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는 마지막으로 힘차게 밀고 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의 연기로 미국배우조합상를 수상했고, 이번 달 말 발표되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후보로도 올랐다. 게다가 그는 이미 20개 이상의 비평가 단체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 상들을 50년 넘게 한국의 텔레비전과 영화를 거쳐간 커리어에서 일어난 최근의 전환점들이다. 그는 최근 요리 리얼리티 쇼 <윤식당>과 <윤스테이>로 연기 커리어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지만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 그는 원래 공연 예술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국제적인 인기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윤여정은 “부끄럽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나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그냥 사고였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 윤여정이 10대였을 때 한 어린이 게임쇼의 진행자가 그가 방송국 근처를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관객에게 선물을 나눠주도록 했다. 그는 “그 후 급여를 받았는데 꽤 많은 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일을 계속 하다 한 감독이 드라마 오디션을 볼 것을 제안했다.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대입 시험에 낙방해 어머니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인터뷰 후 그의 소속사는 시험은 통과했지만 점수가 낮아 명문대로 진학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연기가 무엇인지 몰랐다”며 “대사를 외우고 시키는대로 다 하려고 했다. 당시에는 재밌는지 싫은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1970년대, 윤여정은 커리어가 성장세에 오르던 중 결혼해 남편과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남편은 플로리다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키우며 10년 가까이 가정주부로 살았지만 이혼한 후 싱글맘이 돼 귀국했다. 명성은 사라진 뒤였고,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성차별 때문에 커리어를 재개하기는 어려웠다. 윤여정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덧붙였다. “관객들이 야유하며 ‘이혼녀는 텔레비전에 나오면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상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렇다.”

윤여정은 두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배역들을 승낙했다. 하지만 60세가 되고 더 이상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할 의무가 없어지면서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과만 일할 수 있게 됐다. 윤여정은 여러번 재촬영을 해 가끔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홍상수 감독, 그의 나이에 보통 하기 어려운 배역에 캐승팅하는 인상수 감독 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돈의 맛>(2013)에서 윤여정은 어린 남성 비서를 성추행하는 강력한 여성 역을 맡았다.

윤여정의 친한 친구인 이인아 프로듀서가 그를 정이삭 감독에게 소개했다. 정 감독도 봉 감독처럼 <화녀>에서 윤여정의 연기를 극찬했고, 자신의 초기 작품에 대한 정 감독의 지식은 윤여정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윤여정은 정 감독에 대해 더 알고 싶어했다. 그는 “모두가 나를 놀린다”며 “내가 정이삭 감독과 사랑에 빠진 이유는 그가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가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윤여정에 대해 모든 영화에서 “놀랍거나 예상치 못한 역할을 맞는다. 그의 삶과 삶에 대한 태도가 내가 쓴 각본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윤여정이 너그러운 마음씨와 간단명료한 태도로 유명하며, 그 가치들을 <미나리>의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역할로 가져올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더 네이션>지에 글을 기고하며 평론가 크리스틴 윤수 김은 윤여정이 “관심을 독차지한다”며 “과장스러운 연기로도 그의 순자 역은 지나치게 잔잔해질 수 있는 작품에 필요한 유머와 활력을 가져다 준다”고 평했다 (그의 평은 <뉴욕타임스>에서 볼 수 있다).

윤여정이 대본을 읽었을 때,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는 것의 고통과 하나의 정체성에 들아맞지 않는 괴리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두 아들을 위해 이 영화에 출연했을 수도 있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윤여정이 정 감독에게 그의 할머니를 따라하기를 원하느냐고 묻자 정 감독은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답했고, 그 말이 윤여정을 설득했다. 윤여정은 대본에 나와있는 것을 넘어, 인물을 창조할 자유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그가 소중히 여기게 된 것은감정을 이입하는 정 감독의 접근법이었다.

윤여정은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혼돈스러웠던 첫 촬영일을 회상하며 정 감독이 자신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나를 존경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반면 자신의 손자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앨런 S. 김과의 장면들은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인정했다. “‘끔찍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러나 그가 자신의 대사들을 외웠다는 것을 알자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앨런의 직업 윤리를 공유한다.

윤여정은 치열한 준비를 자신의 배경에 대한 자의식을 막는 방패로 사용했다. 그는 “연기 학교를 다니거나 영화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본을 받으면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할리우드에서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쓸 때 직설적으로 들릴 것을 우려해 인터뷰 중에도 여러번 사과한 윤여정은 부족한 영어 실력이 방해가 될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대본을 공부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윤여정은 “생각해보니 모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작은 역할만 맡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 싫어해 고통스러웠다. 배우를 그만두거나 미국으로 돌아갈까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은 생존자라고 덧붙였다. “저는 여전히 살아 있고 마침내 연기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원문: She Never Dreamed of Acting. Now She’s an Oscar Nominee for ‘Minari.’ (2021-04-02)
©2021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이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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