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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인터뷰) 홍원찬 감독이 전부 벗겨 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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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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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글 잘 쓰기’로 소문난 작가였다. 물론 여느 영화 감독의 출발과 다를 바 없었다. 단편영화제에서 단편 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연이 됐다. 지금은 충무로 최고 감독인 나홍진 감독의 쎈 데뷔작 ‘추격자’의 시나리오가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다. 나 감독과 함께 ‘추격자’를 완성했다. 각색 작가로 이름값이 높아진 것도 ‘추격자’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감독을 꿈꿨다. 몇 편의 영화 각색을 거듭한 끝에 2015년 ‘오피스’로 데뷔했다. 칸 영화제 초청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이 정도면 출발은 더 없이 훌륭하다. 차기작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때 인연을 맺고 있던 한 제작사 대표가 시나리오를 건냈다. 익숙한 시나리오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쯤 자신이 썼던 시나리오다. 물론 연출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묵히고 묵혀 있었다. 주인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홍원찬 감독은 “내가 연출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며 너털 웃음을 쏟아냈다. 국내 장르 영화에선 드물고 또 영상 언어로선 어렵기 그지 없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끌어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출발하게 됐다.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며칠 뒤 만난 홍 감독이다. 영화는 타깃 관객이 확실한 결과물로 등장했다. 우선 ‘쎄다’는 입 소문은 충분히 돌고 돌았다. ‘청부살인업자와 인간백정으로 불리는 남자의 대결’이다. 기본 설정만으로도 영화 자체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다가올 정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목되는 지점은 제목이다. 주기도문 마지막 구절에 등장하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이 영화, 종교적 색채를 지니고 있을까.

“종교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싶어요. 구원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문구가 그것 외에는 달리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모태신앙인데 지금은 교회를 안 나가서 무교나 다름 없어요(웃음). 원죄를 갖고 있지만 구원에 대한 의지와 희망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이 영화에선 가장 중요했고. 이런 것들을 고민하다 나온 제목이죠. 사실 이렇게 긴 제목이 그대로 갈 줄은 몰랐어요. 원래 가제는 ‘모래요정’이었거든요. 영화 속 아역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이죠.”

영화 속 두 남자, 인남(황정민)과 레이(이정재)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제목의 상징성은 기묘하게 매치가 되면서 시사회 이후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사실 이런 지점을 처음 구상하고 출발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단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려 7년 전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물론 7년 전 내용과 지금의 결과물은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결국 그는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메가폰을 잡고 지금의 결과물로 ‘변화’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래요(웃음). 당시 제가 쓰고도 ‘연출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시나리오’란 생각이 확고했으니. 하하하. 이렇게 많은 해외 로케 분량과 어려운 액션에 생소한 톤 앤 매너 등. 당시 제작사 대표 분에게 ‘해외에 나가 아이를 구하는 한 남자의 얘기’를 의뢰 받고 그냥 썼어요. 태국을 해외로 선택하고 답사까지 다녀오면서 완성했죠. 완성 이후 ‘아저씨’가 개봉을 하고. 소재가 겹쳐서 제작이 좀 늦춰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이게 저한테 올 줄은 몰랐죠(웃음). 하하하.”

홍 감독의 걱정과 고민처럼 ‘아저씨’의 성공 이후 상업 영화 시장에 비슷한 플롯과 설정의 영화들이 쏟아졌다. 어떤 연출자라도 동어 반복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했다. 차기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후 그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기시감을 어떻게 차별화 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나홍진 감독과 함께 했던 ‘추격자’부터 ‘작전’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 그리고 첫 번째 연출작 ‘오피스’까지 공통된 코드를 이 영화를 대입시키고 차별화 전략으로 밀고 나갔다.

“추격인데, 인남이 아이를 구하는 과정 속에서 존재하는 추격은 처음부터 뼈대였죠. 이 익숙한 구조의 차별성을 어디서 드러낼까. 서스펜스가 적당할 것 같았어요.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의 서스펜스. 그런데 그 서스펜스도 고민이었죠.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게 메인 플롯이고, 또 누군가가 나를 쫓아 오는 게 서브 플롯인데. 이 두 가지가 같이 맞물려서 가야 군더더기가 없이 갈 것 같았죠. 이 추격의 구도를 세밀하게 짜는 게 관건이었어요.”

결국 인남을 추격하는 ‘레이’ 캐릭터가 변별력을 쥐고 있는 키 포인트가 될 지점이었다. 영화에서 레이의 존재감은 당연히 압도적이다. 그는 악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역시 악인이라고 해야 할까. 모호하다.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관객들이 감당 불가능의 공포감만을 느끼면 안된 단 전제조건이 붙었다. 그래야 인남과 레이의 추격전에 관객의 궁금증이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영화에선 많이 생략했지만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선 인남과 레이의 얘기가 서술된 버전도 있었죠. 우선 레이가 무시무시한 인물이었으면 했죠. 그런데 이성적으로 분석이 되면 관객 입장에선 예측이 가능하게 되겠더라고요. 궁금증이 필요했어요. 레이가 뭘 할지, 도대체 예측이 안 되는. 그래서 많은 부분을 삭제해 버렸죠. 그리고 정재 선배님에게도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동의하셨어요. 결과적으로 영화 속 레이는 저와 정재 선배님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이죠.”

황정민과 이정재 모두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의 여지가 없이 출연 승락을 했단다. 두 사람은 이미 7년 전 ‘신세계’란 빼어난 국내 느와르 영화에서 함께 한 바 있다. 감독은 우선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7년 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워낙 강렬했던 두 사람의 전작 이미지를 지워야 하는 점, 그리고 두 사람이 그려야 할 액션의 치밀한 구성이다. 우선 이 영화의 액션은 ‘인남과 레이’의 대화로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두 분의 전작 이미지는 사실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캐스팅 기사가 나오면서 ‘신세계2’란 얘기가 나오자 ‘이거 뭐지’ 싶었죠(웃음). 그때부터 걱정이 조금 됐는데, 촬영하면서 워낙 대가들이시라 걱정을 싹 지웠죠. 액션은 전 기본 콘셉트만 잡고 무술감독님이 홍경표 촬영감독님과 공간에 맞게 잘 구성해 주셨어요. 총으로 시작해서 칼이 부딪치고 나중에는 맨몸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가 나오는. 인남과 레이의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액션의 구성을 맞춰가자는 게 제 생각이었는데 너무 완벽하게 잘 나왔죠.”

이 영화의 액션, 즉 두 남자가 몸으로 나누는 대화는 사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시작부터 끝을 마무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연출자를 앞에 두고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아주 큰 실례다. 하지만 홍 감독은 손사래를 치면서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면 ‘촬영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촬영을 통해 이뤄지는 화면의 미학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부분만으로도 홍 감독은 ‘난 복을 받은 연출자였다’고 단언했다.

“우선 홍 감독님과 꼭 해보고 싶다고 제작사 대표님께 말씀 드리고 제가 시나리오를 들고 댁 근처까지 찾아갔었죠. 홍 감독님은 이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계신 분인데 나 같은 초짜와 작업을 하실까 걱정도 됐고. 그런데 예상 밖으로 바로 다음 날 하시겠다고 답을 주셨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세운 목표는 사실 하나였어요. ‘홍 감독님의 노하우를 최대한 빼먹자’였죠(웃음). 사실 홍 감독님도 이 영화에서 뭘 보셨는지,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다 발휘해 보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진짜 작업을 하는데 황홀했어요. 화면 하나하나가 ‘혼을 갈아 넣으셨구나’를 느낄 정도였으니. 한 가지 말씀 드리면 영화적 기법인데 우리 영화의 모든 장면에는 마스터샷이 없습니다. 모든 장면을 홍 감독님이 샷 바이 샷으로 찍으셨어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그걸 해주셨어요(웃음).”

두 남자가 만들어 내는 격렬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홍경표 촬영감독이 ‘혼을 갈아 넣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황홀한 이미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황정민과 이정재의 끝판 연기가 눈에 밟힐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더 빠져서 본다면 진짜 놀랄 지점이 보일 것이다. 바로 영화에서 ‘인남’이 구출해야 할 아이로 출연한 아역 배우다.

“이제 겨우 8세 아이에요. 태국 현장에서 제가 소름이 끼친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카메라를 잡고 계신 홍 감독님은 ‘쟨 진짜 천재다’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촬영 전에는 그냥 평범한 8세 아이에요. 현장을 빨빨거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하하하. 그런데 촬영만 들어가면 감정을 잡는데 기도 안차더라고요. 제가 감히 말씀 드리지만, 저희가 진짜 ‘천재 배우’ 하나 발굴했다고 자부합니다. 아역 배우 박소이가 아니라 진짜 배우 박소이에요.”

얘기를 나눌 지점도 많고, 궁금한 지점도 많고, 또 흥미로운 지점도 많은 영화다. 완성도 역시 몇 년 동안 국내 영화계에 등장한 장르 영화 가운데 첫 손을 꼽을 만큼 빼어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실 이런 평가는 이 영화가 가진 너무도 뚜렷한 색채 때문일 것이다. ‘하드보일드’란 스타일. 취향에 따라선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하하, 글쎄요. 남자 분들에겐 어떤 로망이 있잖아요. 전 영화를 공부하고 또 영화를 선택한 이후부터 이런 스타일을 한 번은 꿈꿨어요. 갈망이라고 표현해야죠. 제 영화적 근본의 영향을 많이 준 작품들을 보면 차가운 느낌의 영화들이 참 많았어요. 도시를 떠도는 고독한 남자의 이미지. 거기서부터 출발한 게 지금의 결과물 같아요. 이제 또 다른 작품으로 제 영화적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87988#_enl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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