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idden-k.com/2021/11/26/%EC%86%90%EC%88%98%ED%98%B8-%EC%9A%B0%EB%A6%AC%EA%B0%80-k%EB%A6%AC%EA%B7%B8%EB%A5%BC-%EB%B3%B4%EB%8A%94-%EC%9D%B4%EC%9C%A0/
사람들은 손흥민은 알아도 송홍민은 모른다. 박지성은 알지만 박진섭은 모른다. 히딩크는 영웅이지만 히칼도는 들어본 적도 없다. 박격포는 알아도 박진포는 모른다. 김대중, 오세훈, 이재명이 골 넣었다고 하면 정치인이 그 나이에 축구도 하냐며 어리둥절해한다. 이동준이 어제 상대 측면을 완전히 허물었다고 말하면 눈물의 똥꼬쇼를 떠올리며 그게 왜 측면인지 의아해한다.
우리는 축구 중에서도 K리그를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이다
종종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야, 축구 왜 보냐? 그 시간에 딴 거 하고 말지.” 그렇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하다 축구를 좋아하게 된 걸까? 그런데 이런 질문은 더 날카롭다. “축구는 해축이지. 넌 수준 떨어지게 개축을 보냐? 아니 밥 먹고 축구만 하는 애들이 저게 뭐냐? 저게 크로스냐 슛이냐? 쟤들은 발이 세모냐? 개축 잔디는 원래 노란색이냐?”
그러게 말이다. 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그냥 당하고만 있으면 너무 분하다. 그렇다. 우리에겐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은 최익현 대부님(최민식)과 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K리그를 좋아하는 이유 몇 개 정도는 언제든 술술 읊을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 그래야 난데없는 공격에 내상 입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 어지간한 공격은 바로 맞받아칠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K리그 팬질 계속하려면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