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단 측 한 고위 관계자도 본지 전화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매우 좋지 않은 분위기”라며 말을 아꼈다.
KFA는 자중지란의 모양새다. 앞서 정 회장이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9년째 수장’을 지키는 KFA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KFA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본지에 “정 회장이 주업으로 삼은 현산 회장직을 경영상 책임을 지고 내려놓지 않았느냐. KFA 회장직을 유지할 명분이 부족해져 여러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정 회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FA 임원 회의에 전격 등장했다. 임원 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데, 애초 KFA 직원들은 전날까지 광주 사태 진압에 분주했던 정 회장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 회장은 보란 듯이 축구회관을 찾았다. 임직원에게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동요하지 말고 맡은 임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KFA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연스럽게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을 포함해 체육계에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향후 행보를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런 기조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축구계 일부 관계자는 “회장직을 유지해도 당분간 ‘심사숙고’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현산 내에서도 ‘정 회장은 다른 수장직은 다 유지한다’고 언론에 언급하는 데 매우 경솔한 행동”이라며 “KFA 스폰서나 여러 축구인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