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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메르스 갤러리에 들어간 남자가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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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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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DC 인사이드(이하 디씨)의 메르스 갤러리는 여성 혐오를 남성 버전으로 바꾼 곳이다. ‘김치녀’는 ‘김치남’이, 가슴 작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희롱은 작은 성기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조롱이 됐다. 이에 대해 여성 혐오에 대한 통쾌한 패러디라는 의견도 있고, “혐오에 대한 혐오”라며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메르스 갤러리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은 공포였다. 여자들의 공포.

“**년이 강간당해도 신고 안함 ㅋㅋㅋㅋㅋㅋㅋㅋ” 6월 7일 디씨에서 남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갤러리의 글이다. 밑에는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어느 바보의 허풍이었기를 바란다. 하지만 2014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전체 강간 피해자 중 92%로, 강력 범죄 피해자의 85%를 차지한다. 피해자 숫자는 한 해 23,000명을 넘는다. 집계조차 어려운 데이트 폭력, 성추행, 성희롱의 피해자 역시 거의 모두 여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2014년 한국의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서 여자의 안전은 남자가 100점일 경우 58.3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누군가 강간에 대한 글을 낄낄거리며 쓰고, 누구도 이것을 막지 않는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안전 이별’이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다. 한국에서 여자는 사귀는 남자와 안전하게 이별하는 것조차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일이다. 불과 한 달 전인 5월 2일에도 한 남자가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는 말에 살인을 저지른 뒤 시멘트를 이용해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남자를 비하하는 근거로 드는 상당 부분은 성추행, 성희롱, 강간, 성매매 등 남자의 범죄에 관한 것이다.

일부의 일을 두고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의 행동에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한 해 23,000명이 강간당하는 나라다. 여자에게 강간은 메르스에 걸려 죽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공포다. 성추행, 성희롱의 빈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얼마 전에는 한 대학의 입시 면접에서 ‘얼굴에 분칠’하는 여자 대신 가능한 남자를 합격시키라는 지침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여자가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사회적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인터넷에서 남자의 여성 혐오는 현실의 연장선상인 반면, 여자의 남성 혐오는 그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메르스 갤러리의 일을 “혐오에 대한 혐오”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양쪽 다 나쁘다라는 비판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의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가 사라지지 않으면, 여자들은 불안 속에서 가해자에 대응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메르스 갤러리는 5월 29일 오픈했고, 6월 3일에는 [욕설 게시물 등록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이와 함께 게시 글에 대한 추천 기능은 로그인을 해야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한때 ‘김치남’을 사용할 수 없었고, 형평성에 따라 ‘김치녀’도 사용 못 했다. 디씨는 갤러리 오픈 공지에 기본적으로 욕설 게시물에 대한 자제를 권하고, 갤러리의 원래 성격과 실제 사용 방식이 크게 다르면 메르스 갤러리처럼 따로 공지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들이 디씨에서 메르스 갤러리 같은 갤러리를 만들지 않는 것은, 디씨 어디서든 여성 혐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여행 갤러리에는 동남아 성매매에 대한 후기 및 정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또 다른 갤러리에서는 ‘내가 흑인녀랑 결혼하려는 이유.txt’라는 제목에 ‘아무도 뺏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ㅇㅇ’ 같은 여성과 인종 혐오적인 글이 제재 없이 올라간다. 남자가 디씨에서 하는 혐오가 갤러리의 성격을 바꾸지 않는 ‘일부’의 글이 되는 것은, 어느 사이트에서든 여성 혐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자들이 한 갤러리에 모여 남자들을 욕하면, 그것은 갤러리의 성격을 바꾼 문제가 된다.

디 씨는 원칙대로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리해야 할 것은 갤러리의 성격 이전에 여자는 어느 갤러리든 혐오 발언에 노출되는 사이트 환경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은 규제로 인해 [결혼 못하는 남자]로, 다시 [김치 치즈 스마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페이스북 ‘메갈리아’를 만들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메르스 갤러리에서 일어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에도 6월 8일 현재 11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김치녀’라는 여성 혐오 페이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갤러리에서 활동한 이들이 활동을 멈출 가능성은 적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 남자들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면 디씨에서처럼 잠시나마 ‘김치남’과 ‘김치녀’를 함께 규제시키기라도 할 수 있고, 남녀 관계를 역전시킨 글들은 여성 혐오의 방식을 드러낼 수 있다. 설사 아무 효과 없더라도, 인터넷에서만큼은 화라도 낼 수 있다.

어디서나 여성 혐오가 가능한 인터넷에서 “혐오를 분노로 대응”하는 현상은 멈추기 어렵다. 여자들은 현실에서는 강력 범죄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살고, 인터넷을 접속하면 어디서든 ‘일부’ 남자들의 여성 혐오에 노출된다. 디씨에서는 그들이 지금처럼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던 것처럼, 메르스 갤러리에 동조하던 사람들은 익명의 공간에서 소리라도 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메르스 갤러리에서의 일이 혐오냐 아니냐 따지기 이전에 왜 그들이 분노했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과 이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메르스 갤러리에 대한 비판은 결국 어느 쪽의 책임인지 따지는 싸움이 될 뿐 아무런 해결도 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나와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에,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공포와 혐오에 시달린다. 사람이라면, 이 정도만큼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혹시라도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혐오 발언을 하는 그 일부의 남자가 아니라면.

글. 강명석
교정. 김영진


www.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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