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의 승리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운지 바 '몽키뮤지엄'은 병당 8000만원짜리 고급 샴페인을 팔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강남 클럽 커뮤니티 로꼬(12ℓ 아르망디 사진), 배정한 기자(메뉴판), 더팩트 DB(승리 사진), 편집=정용무 그래픽 기자

고급 샴페인 아르망디 10병 세트가 1500만원

[더팩트｜권혁기 기자] "아~! 아르망디요? 골드는 금색으로 돼 있어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죠. 8000만원짜리 아르망디가 있는데, 오픈 때 비치 후 나가질 않아 우선 메뉴판에는 올리지 않았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은 따로 있었다. 대표적 아이돌 그룹 빅뱅 승리(26·본명 이승현)가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취재에 나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청담동에 위치한 '몽키뮤지엄'은 취재진의 입이 떡 벌어지는 '별천지'였다. 스파클링 와인 아르망디, 풀네임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은 한 병에 8000만원에 팔린다.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Armand de Brignac Brut Gold)는 특히 중국인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다 마신 공병만 3~5만원에 거래될 만큼 고급 샴페인이다.

승리는 바로 지난 8월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새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홍보대사 빅뱅의 일원으로서, 이런 민감한 시기에 초고가 술집을 운영한다는 정보는 확인을 필요로 했다. 아이돌 그룹 빅뱅(지드래곤·태양·탑·대성·승리)은 지난 8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출발부터 표절논란을 빚은 데 이어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60·구속)인 정황이 드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의혹을 받고 있다. 과연 빅뱅의 승리는 초고가 술집 운영으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실천하고 있을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홍보대사 빅뱅 포스터.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지난 11일 오후 11시, 평일에는 운영하지 않고 금요일과 토요일 2박3일간 주말(금요일 밤 10시부터 일요일 새벽까지)에만 한시적으로 오픈하는 몽키뮤지엄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라운지 바는 주중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아우디부터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차들이 줄지어 발레파킹을 기다리고 있었다.

몽키뮤지엄 입구에는 수트를 차려입은 키 큰 경호원들이 막고 서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픈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붉은색 중국 여권을 든 손님이 많았다는 점이다. 남녀 4~5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신분증 확인 후 웃으며 지하로 내려갔다.

몽키뮤지엄 내부 전경. 지난 9월 개업한 몽키뮤지엄은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소문난 힙합 라운지 바로, 클러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다. /배정한 기자

'예약 문의'를 하러 왔다고 하고 신분증 확인 후 안내를 받았다. 몽키뮤지엄 매니저를 따라간 지하에서는 한 번 더 예약 확인을 체크했다. 몽키뮤지엄은 100% 사전 예약으로 손님을 받는다. 전체 대관이 있는 날이면 다른 손님을 받지 않는다.

"10명 정도 될 것 같다"고 하자 선뜻 VIP 라운지를 소개했다. 평소에는 커튼이 쳐져 있는 곳으로 'ㄷ'(디귿자)로 배치된 쇼파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스테이지를 바라볼 수 있게 돼 있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VVIP를 위한 별도 룸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 큰 편은 아닌 업소였지만 VIP룸은 매우 특별해 보였다. 매니저는 "VIP룸은 기본 300만원어치 이상을 시켜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VIP가 되려면 이정도? 몽키뮤지엄 공식 메뉴판 최고가 세트는 아르망디 750ml 10병 기준 1500만원이다. /배정한 기자

매니저는 "가격을 알고 싶다"는 말에 태블릿 PC를 들고와 직접 설명했다. 메뉴판에는 550만원짜리 술부터 VIP 세트 가격이 다양했다. 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이 3병에 170만원, 돔 페리뇽 로제가 3병에 26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예약을 관리하는 매니저는 "이곳에서 제일 잘나가는 아르망디가 2병에 340만원, 3병에 500만원에 판매된다"면서 "5병이면 800만원, 10병은 1500만원이고, 일행이 10명이라면 1500만원짜리가 적당할 것 같다"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아르망디 12ℓ가 몽키뮤지엄에서 가장 비싼 술이라고 귀띔했다. 12ℓ짜리 아르망디는 800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정식 오픈 때(지난 9월말) 프로모션으로 12ℓ짜리 아르망디를 들여왔지만 특별한 손님이 사전 주문하지 않는 이상 거의 팔릴 일이 없어 메뉴에는 따로 올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요즘 핫하다는 아르망디. 아르망디가 고급 샴페인으로 강남 일대에서 요즘 '핫'라다고 알려져 있지만 클럽에서는 소비자가에 두 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원래 가격은 얼마일까? 국내 유일 아르망디 수입사 아영FBC 관계자는 15일 <더팩트>에 "750㎖소비자가로는 90만원이고, 도매가는 구입 병수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는데 보통 75만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1500㎖가 180만원 정도"라면서 "12ℓ는 생산 자체가 잘 되지 않는 스페셜 사이즈"라고 설명했다.

아르망디에 대해서는 "샴페인 중에 명품으로 분류된다. 2010년 파인 샴페인 매거진에서 선정한 100대 샴페인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연간 4000케이스만 생산되는 것도 그렇고, 한국에는 행사가 없는 한 소량으로만 수입되고 있다. 미국 가수 제이지(Jay Z)가 좋아하는 술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몽키뮤지엄에서 오픈 기념으로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다. 거기 12ℓ가 나간 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몽키뮤지엄은 승리가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말 오픈 전 승리가 직접 매장을 찾아와 인테리어를 꾸몄으며 몽키뮤지엄에서 일하는 직원들(내부적으로 MD라고 호칭) 역시 승리가 이 업소의 오너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라운지 바의 한 관계자는 "승리가 몽키뮤지엄을 운영하기 전 여러 라운지 바를 돌아보고 수익성을 고려해 차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몽키뮤지엄은 승리가 직접 디제잉해 중국 마니아팬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승리가 몽키뮤지엄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다. /몽키뮤지엄 인스타그램

하지만 몽키뮤지엄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대법원 등기부등본상 ㈜S무역회사가 소유주로 돼 있다. <더팩트>가 확인한 등기부등본 세부사항에는 승리의 본명인 이승현이 기재돼 있지 않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나 전세의 경우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는 한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도 알 수 없다"면서도 "몽키뮤지엄이 승리가 운영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근처에서도 매우 핫한 클럽으로 유명하다"고 첨언했다.

관계자는 또 "연예인이라고 하면 보통 명의를 법인이나 여러 동업자를 내세우고 본인은 뒤로 빠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몽키뮤지엄 정도면 보증금 1억원에서 2억원 사이이며 월세는 15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고 상권과 시세에 대해 설명했다.

승리와 8000만원짜리 아르망디 12ℓ. 승리가 몽키뮤지엄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아르망디 12ℓ를 기념하는 인증샷을 찍었다. /몽키뮤지엄 인스타그램

해당 업소를 잘 알고 있는 한 최측근은 평일에 오픈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운영해도 매주 매상이 억대가 넘는다"며 "예약이 주로 주말에 몰리는데다 한 두팀 정도를 소화하기 위해 주중에 비싼 급료를 주는 직원들을 쓸 이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업소의 운영에 대해서는 "승리와 직접 연결고리가 있는 중국 자금이 일부 유입돼 차려진 것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아르망디 12ℓ와 아르망디 불꽃 열차. 아르망디 12ℓ가 얼마나 큰지 옆에 있는 와인병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하단은 클럽 아레나에서 750㎖ 아르망디에 불꽃을 달아 열차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 클럽 커뮤니티 독꼬닷컴

몽키뮤지엄과 같은 라운지 바로는 논현동 아레나, 옥타곤 등이 있다. 청담-논현-강남 라인 핫플레이스로 유명하다. 특히 아레나에서는 지난 6월 중순 덴마크 재벌 2세가 아르망디 12ℓ를 주문해 파티가 벌어졌다.

강남 클럽 커뮤니티 독꼬닷컴 운영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르망디가 가장 많이 팔리는 클럽은 아레나다. 아레나에 가면 이따금 아르망디 불꽃 열차를 볼 수 있다. 7000만원(아레나 기준)짜리 아르망디 12ℓ가 가장 먼저 팔린 곳도 아레나"라며 아르망디 인증샷과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운영자는 이어 "클럽에서 파는 아르망디가 비싸기는 하다. 소비자가가 90만원인 것을 감안해도 한 병에 180만원이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클럽이라는 분위기를 즐기는 값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승리의 소속사 YG 측은 <더팩트>의 확인 요청에 "개인 사업은 본인이 얘기를 안 하면 잘 모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