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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탁치니 억>이라는 표현이 금기시 될 필요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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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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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게 해당 상황의 앞뒤 정황을 몰라서 파악하기 힘들지만,

댓글에서 또!또!또!! 유행어인 적 없다는 반응 나오길래.. 

오랜만에 끌올함. 지겹다 이젠...



---




우선 이 표현이 등장한 영화 1987의 해당 장면을 보자

(다들 알만큼 유명한 장면이지만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서는 다시 보는 걸 추천)



장면은 이러함.

강민창 치안 본부장 (우현 분)이 발표문을 읽던 도중 해당 대목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박처원 처장(김윤석 분)이 대신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답니다." 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기고,

이를 들은 기자들이 자기 귀를 의심한단듯이 비웃고 "지금 그게 말이 되냐"며 웅성대는 장면임.



여기에 더해서 역사저널 그날에서 언급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것도 풀영상은 9분짜리지만 초반 1분 정도만 보면 되니 직접 보고 확인해보는 걸 추천



0:45 부터 1:00까지 나레이션 멘트 청취한 거 그대로 타이핑하면 이러함.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는 국민의 의구심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이후 탁과 억은 당시 정권을 비꼬는 유행어가 되었다. (당시 풍자 만평 장면 VCR)"



두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피해자이신 박종철 열사는 

물고문을 당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 거고 (고문치사)

이걸 은폐하기 위해서 한 치안본부의 발표가 정말로 말도 안되고 황당한 

눈가리고 아웅 식의 변명이라 화제의 중심이 되며 사건이 커진 거임.


박종철 열사가 탁치니 억하고 쓰러져서 돌아가신 게 아니란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니까.


군부독재정권에 직접적인 비판을 할 수 없던 시절 

최고의 유행어로서 이 표현을 사용해 간접적 비판을 했던 것.

이 표현을 제일 앞장서서 쓰던 사람들이 피해자와 뜻을 함께하던 운동권 사람들.






기사 링크 : http://naver.me/GFDQLOS4

<시대의 거울, 유행어> ⑤1980년대: “땡전 방송은 권력의 개”, 잘났어정말~ “유전무죄” 세기의유행어로




https://img.theqoo.net/tLDrq
표현 자체가 [가해자]들을 조롱하고 풍자하기 위한 유행어


영화 1987에서 이 대사를 연기한 김윤석도 
https://img.theqoo.net/prkYO
그 시절 최대의 유행어라고 언급했음


이 표현 자체는 피해자인 고인을 모독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인 군부독재정권 혹은 공권력의 말도 안되는 변명을 비웃기 위한 인용표현이고 유행어



원래 '탁치니 억'이라는 표현은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쓰이는 표현이었음
(1987 영화 개봉 이전 시점으로 캡쳐해 옴)

https://img.theqoo.net/neMQY
https://img.theqoo.net/gweIh
https://img.theqoo.net/Qspon
https://img.theqoo.net/kcQCu
https://img.theqoo.net/rxmWQ

위 기사 내용들을 보면 알겠지만 A를 하니 B가 따라 오더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아무런 표현의 제재 없이 사용되고 있었음.


특히 '술잔을 탁!치니 억!하고 가'는 건배사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그냥 일상 속 평범한 상황에서 쓰는 관용어구로 활용된 것.



자료는 찾기가 어려워서 증거 제시는 못하지만

최소 2000년대까지도 개그프로나 예능프로 등 방송에서도 평범하게 인용되던 표현이었음.

(원덬은 9n년생이고, 방송에서 이 표현이 쓰이는 걸 보고 유래를 찾아보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처음 접하게 됐음. 

너무 황당하고 충격적이어서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됐고.

원덬 사례만 보더라도 당시 사람들이 이 유행어를 왜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널리 쓰이기를 바랐는지를 알 수 있을 거임.)




https://img.theqoo.net/DOduh

그래서 박근혜 정부 당시
교과서에 이 표현을 지우라고 압박하기도 함

https://img.theqoo.net/DLdiY

그리고 실제로 2015년 수정 명령이 통과되어서 모든 교과서에서 지워짐

이 이후로 이 문장을 1987 영화로 처음 접하거나

특정집단에서 조롱하는 걸로 처음 접하는 경우 

피해자 조롱으로 오해하고 거부감이 심한 걸로 보임




여기서 말이 나왔으니, 중요한 건 요즘 문제가 되는 건 특정 집단에서 이 단어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조롱하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건데,

풍자는 위를 향해야 하는 거지, 아래를 향해서는 안됨.

약자를 조롱하는 것은 풍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임.


>>>특정 집단에서 악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점은 분명히 문제가 되고 있고, 

예전에 비해서 이 표현이 어떤 의도로 사용하는지 주의해서 봐야할 표현이라는 사실 자체는 맞음<<<





그렇다고해서 표현 자체가 금기시 되는 표현은 아니라는 것.


이 표현이 고인을 모독하는 표현이라면


https://img.theqoo.net/OVgaI
<싹쓸이> 역시 고인을 모독하는 표현이 될 수 있음. 

(링크 단 기사에 같이 등장하는 유행어)

그렇지 않은 건 군부 독재를 비웃던 표현이 유행어가 됐고

그것이 굳어서 관용어가 됐기 때문


피해자를 조롱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를 조롱하는 문장으로 처음 유행어가 됐고,

그 이후에는 범용적으로 사용되면서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쓰며 관용어화 된 것.




'탁치니 억'하는 문장이 악용되는 사례가 있으니 사용하지 말자고 금기시하거나 

혹은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하며 자가검열에 빠지면

그 후 수순은 그 문장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게 되는 거고


그렇게 이 문장을 사장하게 되는 건 

오히려 가해자들과 이 문장을 악용해서 사용하는 특정집단이 가장 원하는 일일 것임.





주요 내용 다시 한 번 요약해보자면


1. 박종철 열사는 '탁 치니 억' 하고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표현은 고인 모독이 아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당시 정권을 조롱하기 위한 용도)


2. 처음 시작은 풍자로 - 유행어를 거쳐 - 관용구로 점차 자리매김하는 언어의 변화 과정을 고려해야 함.

'탁치니 억'이라는 표현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관용구로 자리매김 했던 표현이었음.


3. 이 문장을 교과서에서 삭제함으로서 

영화 1987이나, 특정집단에서 악용하는 사례로 처음 접하는 경우, 문장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음.


4. 분명히 특정 집단에서 악용해서 쓰는 상황을 주의하는 자세는 필요함. 

그러나 지나친 자가검열은 오히려 문장 자체를 죽이는 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하는 게 지쳐서 본문에 추가 끌올할게.

+) 광고 얘기하는 댓글이 많아서 예시를 들어줄게.
본문에서 '싹쓸이'라는 표현이 있지. 이게 조롱이나 비판에서만 써 온 표현이야? 그냥 평범하게 써왔어. 어느 논조에서든. 요즘 놀면 뭐하니에서 싹쓸이 단어에서 따와서 <싹쓰리>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진행중이잖아. 이 <싹쓰리>라는 그룹 네이밍을 했을 때 원 어원을 바탕으로 한 어떠한 비판의 기조도 들어가지 않았음. 근데 그냥 이렇게 평범한 단어로 쓰다가 누군가 싹쓸이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알려줬을 때 내가 아무렇지 않게 쓰던 단어의 시작점이 그런 상황이었다라는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상황이 더 크게 와닿는거야. 그게 말의 힘인거임. 이 표현의 어원을 알고 써도 모르고 써도 크게 상관이 없음. 나중에 어원을 알게 되면 그게 성공한 풍자가 되는거. 풍자는 이렇게 말을 거치면서 완성되는 거야.

++) 내가 실시간으로 댓글 달면서 반박하는 거 보고 왜 이렇게까지 하나? 그냥 저 말을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덬들도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해. 나는 단 몇사람이라도 새로 안 사실로 생각이 바뀐다면 좋겠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내가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는지는 본문이랑 댓글로 한결같이 설명했고, 이해를 위해서 예시를 또 들게. 조혜련를 향한 절대 태보해 조롱밈이나 비를 향한 엄복동 깡 조롱밈은 분명히 거의 신드롬 급으로 크게 존재했어. 이걸 당사자가 아무렇지 않게 쿨하게 받아들이면서 이 밈은 긍정적인 밈이 됐고 이 밈을 조롱용으로 쓰거나 뇌절하는 사람이 힘을 잃게 됐잖아. 다수의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언어의 양상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짐.


+++) 이 글을 보고 댓글에서 '살려야한다' 밈이랑 비슷하다고 비유했는데, 비슷한 양상이 맞다고 생각함. 희생자를 조롱하려는 용도가 아니라 그 발언 자체가 어이없는 발언이라 풍자거리가 된거고, 풍자를 넘어서 밈 또는 유행어가 됨. 나중에 이 배경을 뒤늦게 알게 된 후세대에서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단어를 웃음거리로 쓸 수 있어? 하면서 충격으로 받아 들일 순 있는데, 배경을 다 알았던 사람은 오히려 이게 왜?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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