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가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는 지난 13일 자궁을 없애지도 남성 성기를 갖추지 않은 20대 성전환자 A씨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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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고심 재판부는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고 성별 정정 허가 사유를 밝혔다.
이어 "신청인은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로 남성 수준의 성호르몬 수치와 이차성징을 보이며 장기간 무월경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외모나 목소리 등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단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 지침 변경의 영향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해당 지침 개정을 통해 그동안 외부 성기의 형성 여부나 성전환 수술을 통한 생식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을 성별 정정의 '허가기준'으로 보던 것을 '참고사항'으로 변경한 바 있다.
A씨를 대리한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자기 결정권,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측면에서, 성별 정정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성별 정정 절차가 형식적 요건 구비 여부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구체적 삶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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