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전단지 돌리다 숨진 청년, 생수 한 병 살 돈도 없었다
66,605 606
2021.10.18 08:50
66,605 606
https://img.theqoo.net/nKIaR

그날 전국엔 폭염특보가 내렸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마에 맺힌 땀은 쉴 새 없이 목을 타고 흘렀다. 지난 8월3일 오후 4시19분 인천 서부소방서 가좌119안전센터에 신고가 들어왔다. “길 건너편에 사람이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쓰러졌어요” 쓰러진 성민이(가명)를 발견한 건 자전거를 끌고 가던 행인이었다.

119구조대가 서구 가좌1동 산업용품유통센터 내 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경련, 고열 증상이 있던 성민이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7시4분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성민이가 맞은 스물한번째 여름이었다.

성민이는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는 용돈 벌이 그 이상이었다. 경기 의정부·수원·남양주, 인천, 서울 강남. 일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어떤 날은 교통비를 아끼려고 자전거를 탔다. 전단지가 꽂힌 우편함을 사장에게 찍어 보내면 늦은 저녁 5~7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이날 성민이는 오전 10시쯤 경기 부천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갔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개업한 헬스장 홍보 전단지를 우편함에 꽂아 넣었다. 오후 2~5시는 가장 무더운 시간대다.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성민이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아버지는 집을 나서는 성민이에게 얼려둔 생수병을 주곤 했다. 그날따라 성민이는 물을 챙기지 못했다. 수중에는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앞으로 나온 장애인 우대용 교통카드뿐이었다. 편의점에서 생수 사 먹을 몇 백원이 없었다.

성민이와 아버지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다. 한 달에 주거급여와 생계급여를 합쳐 105만원을 받았다. 주거급여 13만원, 생계급여는 92만원이다. 100여만원은 몸과 마음이 성치 않은 부자가 생계를 꾸려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두 사람의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합친 것)은 ‘0원’에 가까웠다.

수급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다. 소득이 잡히면 자칫 수급 자격이 박탈되거나 수급비가 깎일지 모른다는 부담이 성민이를 짓눌렀다. ‘몰래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일정치 않은 수입, 별별 핑계로 돈을 가로채는 사장. 성민이는 수급비를 못 받아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고 싶었다. 성민이는 중학생 때 당한 학교폭력 피해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도 학교폭력 탓에 생긴 대인기피증 때문이었다. 당연히 취업은 쉽지 않았고, 성민이는 다시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돌아갔다.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었다. “성민이가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어서 새것을 건네준 일이 생각나요” 성민이 친구 부모는 성민이를 이렇게 기억했다. 몇 개월이나마 성민이를 지켜본 교회 목사 부인 최모씨는 “늘 밥은 먹었을까, 집에 반찬은 있을까 그런 게 신경 쓰이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싶었나 봐요. 저한테 돈 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일을 나간 것 같아요. 최근에 일이 없다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제가 날도 더우니까 일단 쉬라고 했는데. 하루 나갔다가 그렇게….냉장고에 물 받아놓은 거를 갖고 갔으면 될 텐데. 물만 마셨으면 됐을 텐데”

키 180cm에 건장한 모습, ‘안정된 일’이 꿈인 아이였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현실은 가혹하다. 통장에 찍힐 생활급여가 그를 옥죈다. “성민이 사망 신고하면 30만원 정도 빠져요”. 아버지는 지친 표정이었다. 그의 말대로 지난달부터 수급비 자릿수가 바뀌었다. 1인 가구 생계급여는 월 최대 54만8349원이다.

https://news.v.daum.net/v/20211018060503475
목록 스크랩 (0)
댓글 60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삼성전자 X 더쿠 ] 덕질은 갤럭시💙 덬들의 오프 필수템, 해외 스케줄도 Galaxy S24와 함께! 2 05.04 40,27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15,46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50,00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13,2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32,66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17,20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30,7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83,15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4 20.05.17 3,086,47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56,65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38,3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2618 기사/뉴스 “중학생 아이 점심 급식이랍니다”...1첩반상에 울화통 터진 학부모 13 17:25 995
2402617 유머 주님의 은혜로 45년간 건강하게 살았다 7 17:24 733
2402616 유머 "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 의 예시 1 17:22 842
2402615 이슈 김혜윤과 연기하면 뜬다..이재욱·변우석 ‘대세★’ 만든 케미여신[Oh!쎈 레터] 6 17:20 389
2402614 이슈 드라마 제목이 선재업고튀어로 확정되기전에 가제였던 제목.jpg 16 17:19 1,916
2402613 기사/뉴스 [TV톡] '월요병 치료제' 변우석만 있나? 김혜윤도 있다…믿고 보는 요즘 대세 10 17:16 469
2402612 유머 후배들이 동대문 야구장을 몰라서 동공지진 온 야구선수 8 17:16 1,384
2402611 이슈 아이돌 연습생이 야자 뺄때마다 눈치보이는 이유.jpg 15 17:13 2,963
2402610 기사/뉴스 신예 정아정, '선업튀' 합류…변우석과 연기 호흡 맞춘다 1 17:11 1,340
2402609 유머 성질 급한 사람의 깻잎 키우기.jpg 21 17:10 2,982
2402608 이슈 AKB48 [64th Single] 7.17 Release! 사토 아이리 첫 센터 8 17:10 739
2402607 이슈 국내 도입이 시급한 장치.ytb 2 17:07 798
2402606 이슈 과거 돌잔치 행사 뛰던 세븐틴 멤버 영상.... 17 17:06 2,948
2402605 유머 나이키 슈프림 에어포스 7만원에 팝니다. 사용감 많아요 38 17:06 4,773
2402604 이슈 tvN <플레이어2 : 꾼들의 전쟁> 팀플레이 티저 2 17:06 490
2402603 기사/뉴스 TV 드라마도 자막으로 보는 시대 될까…'수사반장' 시도 호평 36 17:01 1,905
2402602 정보 🍔이번주 버거킹 이벤트[버거 2개 균일가/핫 칠리 러버] (~19日)🍔 12 17:00 1,617
2402601 유머 무근본 그 자체였던 무한도전 "박명수의 기습공격" 24 17:00 1,532
2402600 이슈 히어로는아닙니다만 [메이킹] 첫 화부터 허그로 시작!!!😍 운명적인 만남의 귀주&다해 2 16:59 277
2402599 유머 팬들이 필사적으로 흐린눈하고 있다는 윤하 논란...jpg 35 16:56 7,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