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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여왕벌 대처법이 궁금한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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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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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친구 모임 이야기임
일단 남편의 상황이 좀 특이함.
자세하게 글 썼다가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짧게 이야기 하면
부모님 이혼으로 계모 구박받으면서 외롭게 컸고, 지금은 두분다 돌아가심. 

남편은 부모님 이혼으로 외가가 사라졌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친가와도 연이 끊어졌어.
대학 졸업후 직장을 들어간 게 아니라 프리랜서처럼 혼자서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직장동료도 없고
대학 다니면서도 이 친구들하고 노느라 따로 대학 친구를 만들지도 않았어.
예전에 남편이 그러더라고, 이 친구들이 세상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처럼 느껴진다고. 
참고로 나도 사정이 있어서 친정과 사이가 가깝지 않아. 연을 끊은 정도는 아니지만.

고등학교때부터 자취했고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을 각별하게 생각함. 
이 모임을 탈퇴하거나 안 나 갈수 없다는 전제가 있음.

남편과 나는 결혼이 좀 늦은 편이었어. 나이 차이도 약간 있는 편이고. 
남편 친구 모임에 가장 늦게 합류한 셈이지. 아내들 중 나이도 가장 어려.

처음 모임에 참석했을 때 내가 말하는 이 여왕벌은 없었어. 당시엔 외국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땐 모임에서 잘 지냈어. 언니들하고 사이도 좋았고, 남편 친구들도 다들 매너있고 좋은 사람들.

남자들 모임에서 일종의 리더격인 사람이 있잖아? 
당시에는 외국에 있던 그 사람이 그랬어. 친구들이 다들 좋아하고 흔히 말하는 신망이 두텁고 인덕이 많은 사람. 
여왕벌은 그 사람의 와이프인거지. 다들 별명으로 부르더라. 여기서는 나비라고 할게.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니까 만나면 다들 옛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나비 이야기를 들었어.

그 부부가 외국에 6년 정도 있었는데, 귀국할 무렵이 되니까 모임에서 다들 말이 나오더라
야, 나비 언제 오냐? 나비 올 때 안 됐냐? 나비 연락한 사람 없어? 자기들 친구인 나비 남편을 찾는 게 아니라 온통 나비 나비 나비...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어. 나비라는 사람 성격이 좋은가봐, 다들 좋아하는거 같네. 했더니 남편이 
나비 성격 지랄맞고 까칠하다고, 여기서 나비'가' 좋아하는 사람 없다고. 
그런데 다들 나비'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 와이프인데 싫고 좋고가 어디있냐.. 그러고 말더라. 
언니들한테 물으니까 언니들은 나비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근데 거기서 끝

그리고 나비가 귀국을 했고, 얼마 뒤 모임을 하는데 문득 남편이 나한테, 아, 나비랑 너랑 동갑이다. 그러더라. 

처음 만난 나비는 그냥 평범해 보였어. 애 둘에 남편있는 그냥 여자. 
서로 인사하는데 별로 말도 없고 조용해 보였어. 전혀 까칠하거나 지랄맞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좀 순둥해 보이는 스타일 있잖아.
그때 내가 83년생이라면서요, 저랑 동갑이네요. 우리 서로 말 놓죠. 했더니 아 예... 하더라. 
그날 내가 나비야 나비야 하면서 나름 챙겨준다고 챙겨준 게 첫 단추를 잘못 꿴 거지. 

나비랑 나는 같은 83년도 출생이 맞는데 나비가 빠른이더라고. 나는 재수도 해서 나비보다 학번이 둘이나 낮아. 
그리고 모임에 82년생 언니가 있는데 그날 오지 않았거든. 그 언니랑 나비는 학번도 같고, 이미 둘이 친구했더라. 나는 그 사람 언니라고 부르던 중이었고. 

두번째 모임을 갔는데 82년생 언니도 왔고, 그 언니가 막 나비랑 서로 이름부르면서 친하더라고. 
내가 거기서 나비야. 했다가 분위기가 완전 싸해진거지. 
나이 좀 많은 언니가 너희 둘 말 텄냐고, 나비가 83이긴 한데 빠른이라 학번도 @@이랑 같고 둘이 친구하는데 너도 나비하고 친구먹으면 족보가 좀 웃겨진다
하고, 
거기서 나비가 에혀. 빠른으로 태어난 내 죄죠 뭐~ 하는데 그 별것도 아닌말에 분위기 완전 반전되어서 그냥 웃고 넘어가긴 했어.

나중에 나비가 나한테, ##씨 편한대로 부르세요. 저는 익숙해서 뭐. 하고 마는데,

뭔가 쎄.... 한거 있잖아. 나비가 절대로 나한테는 말을 안 놔. 상대방이 말을 안놓는데 나도 놓기는 애매하고.
나비 까칠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와 닿더라. 은근히 사람을 불편하게 해. 아니, 대 놓고.

그렇게 몇번의 모임이 있었고, 일종의 역학관계? 같은게 눈에 보이더라. 

이게, 나비는 별로 말이 없어. 그리고 언니들한테 애교도 잘 떨어. 언니들한테는 약간 막내 동생같은 느낌으로 굴더라. 
그러면서 남자들에게는 평소에는 거의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가 가끔씩 "오빠야, 쫌!" 이 말로 상황을 평정해 버린달까. 
무슨 마법의 단어같아. 오빠야 라는 말. 다들 경상도 출신으로 서울 사는데 나비도 경상도 출신이거든. 근데 평소에는 되게 깍듯한 서울말로 존댓말 하다가
한번씩 오빠야, 쫌! 이러면 남자들이 쓰러져. 넘어가. 그럼 언니들이 옆에서 나비 잘한다 잘한다 더해라 더해라 혼 내줘라, 막 이런 느낌.

한번은 우르르 모여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남자들이 앞에서 걸어가고 여자들이 뒤에서 애들 챙기고 어쩌고 하면서 가고 있었거든. 
거기서 나비가 또 오빠야, 한 거야. 그러니까 앞에 가던 남자들이 동시에 확 돌아보는데 그때 알겠더라. 
다들 어느 오빠야 찾노, 이러면서 지들끼리 낄낄거리는데 나비가 막 니 말고 니~!! 이러고. 나비 엄청 좋아해. 막둥이 여동생이 있으면 저럴까 싶게. 

그런데 나비가 나한테는 불편하게 군다고 했잖아. 그러다보니 나비는 내 남편에게도 되게 불편하게 굴어. 절대로 농담도 안하고,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고. 

결정적으로. 
나비가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진 이유가 있더라. 
나비는 홈파티를 자주 열어. 아주 신혼때부터 그랬대. 
처음엔 나비 부부랑 각별히 친한 두 세 커플만 나비 집으로 초대해서 홈파티를 했는데
그게 어찌저찌 소문이 나고 그러다보니까 다들 나비야 나는 초대안하냐, 우리는 왜 안부르냐 이러는 식. 
한번에 두 세 커플이지만, 홈파티를 자주하니까(온갖 명목으로 다 하더라, 남편 생일, 애들 생일, 크리스마스, 연말, 연초, 자기 생일 기타 등등. 거의 한달에 한번은 하는 거 같아.) 보통은 한두번씩은 다들 나비네 홈파티에 가 본 거 같아. 고정 멤버도 있고. 나비네가 좀 많이 잘 산대. 나도 안봐서 모르지만.

그리고 여름 휴가도, 모임이 크다면 크니까 다들 단체로는 못가고 모임 내에서도 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가는데
좀 그런거 있잖아. 나비네가 들어가 있는게 메인이고 나머지는...



자. 여기서 내 고민을 이야기 할게.

앞에서 말했다시피, 남편에게 이 모임은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어. 
남편이 이 모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나도 알아. 
그런데 우리 부부는 단 한번도 나비네 집에 초대받지를 못했어. 나비네 여름 휴가에 끼어보지도 못했고. 

나는, 괜찮아. 가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남편은 참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나비가 귀국한지 이제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데
남편이 이제서야 나한테 묻더라. 너는 나비랑 안친하냐, 동갑이고 그런데.
남편이 그 나비 남편에게 한번 물었대. 너희집 가면 안 되냐고. 그랬더니 그 남편이 그건 나비가 알아서 하는 거라 난 발언권이 없다 그러더래. 
이젠 애들도 제법 컸고, 애들 끼리도 일년에 두번 있는 단체 모임 말고 소소하게 따로 만나는 애들끼리 더 친해서 단체 모임에서도 무리가 생기잖아.
거기서도 우리 애들은 약간 소외되는 느낌이고...
마음 같아서는 이 모임에서 아예 빠지고 싶은데..
남편은 그게 안되는 거 알지. 

이 나비랑 어떻게 지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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