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부모님은 부부동반으로 설악산 등반 모임을 가셨고, 동생은 여름방학을 맞아 바다로 떠났다.
특별한 계획이 없던 나는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집에 나 혼자 있은지 이틀째가 되는 밤.
그동안 못 본 예능 재방송을 틀어두고 주문한 치킨을 신나게 뜯고 있던 때였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2시 30분.
재밌게 보던 예능은 끝났지만 아직 치킨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부모님이 돌아오셨나? 아닐텐데... 동생인가?
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이번엔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초인종은 한번 더 울렸고 난 잔뜩 긴장한 채로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누구야!"
소리치며 문을 열었고, 복도엔 내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아래에 뭔가 있기에 내려다 보니, 현관 문 옆 초인종 아래에 작은 아이가 서 있었다.
꼬질꼬질한 몰골을 한 아이는 왼손에 곰인형을 들고 낡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아이는 "아저씨. 저 배고파요."라며 힘없이 말했다.
이 시간에 아이가 웬 말이람? 게다가 행색이며... 배가 고프다니...
우리 아파트는 입구에 보안문이 있는데?
조금 께름칙하면서도 아이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1. 일단 아이를 집으로 들인다. 뭐라도 먹이고 봐야겠다. 아이를 안정시킨 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vs
2. 이 시간에 이런 행색을 한 아이라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일단 못 들어오게 문부터 닫고 바로 신고한다.
이슈 깊은 밤 낯선 아이의 방문. 집으로 들인다. vs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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