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좋아하는 아이돌 컴백하면
음원 무한반복 재생하며 ‘총공’
고액결제·밤샘 스트리밍 등에
“음원사이트 배불리는 노동 왜…”
팬덤 내부 자조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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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돌 그룹 ㄱ이 컴백하는 날. 음원 공개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에 포털 사이트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공지가 떴다. 팬클럽이 바빠졌다. ㄱ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팬클럽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ㄱ의 이름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을 올리라는 ‘지령’이 내려졌다. 같은 단어로 검색해야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해시태그는 팬클럽에서 공지한 그대로 달아야 한다. 국외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영어 공지문에는, 한글로 된 해시태그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올려달라는 당부도 적혀 있었다.
#2. 또 다른 아이돌 그룹 ㄴ의 팬클럽에선 이들이 컴백하는 날을 앞두고 ‘탈재’ 지원 공지가 올라왔다. 탈재란, 이미 가입한 음원 사이트를 탈퇴한 뒤 재가입한다는 뜻이다. 음원 다운로드 비율이 ‘순위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사이트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로, 탈재를 반복하면서 같은 노래를 여러 차례 내려받으면 다운로드 숫자가 올라간다. 탈재엔 ‘헌금 팬’과 ‘실행 팬’이 임무를 나눠 맡는다. 시간이 없는 팬들은 계좌에 입금하고, 다른 팬들은 그 돈을 받아 ‘전투’에 나서게 된다. 팬클럽 지휘부는 음원 발매를 앞두고 아이디도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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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 행동강령’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해시태그 확산 △포털 사이트 검색어 띄우기 △유튜브 비디오 ‘좋아요’ 누르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음원 사이트에서의 ‘스밍’(스트리밍)과 다운로드다. 가수 알리기도, 앨범의 성공도, 콘서트 흥행도 스트리밍 순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음원이 공개되면 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시에 다운로드를 받고, 다운로드 선물하기도 신속하게 누른다. 음원 사이트별로 순위를 매기는 데 비중이 높은 서비스를 각각 다르게 공략하는 건 기본이다. 가수들끼리 친하면, 음원 발표 시기가 다를 경우 팬클럽끼리 ‘스밍’과 다운로드를 상부상조하기도 한다. 이런 ‘총공’은 팬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지만 한국 사회의 특수한 ‘순위 집착’ 문화가 팬덤 문화에 확산된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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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이트가 방어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돌의 ‘컴백’이 팬들에게 ‘총공’을 뜻한다면, 팬들의 ‘총공’은 음원 사이트에 ‘돈’이기도 하다. 팬들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결합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대신 이 둘을 따로 구입하는 ‘고액 지불 고객’이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이 순위 변화를 5분 단위로 보여주는 ‘5분 차트’를 운용하고, 엠넷이 스트리밍 동시 청취자 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건 곧 ‘총공’을 응원하고 독려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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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스밍’과 ‘총공’ 피해 사례와 해결 방법 제안을 받습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3&oid=028&aid=0002365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