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쉽게, 실수 때문에 4위로 마치게 돼 죄송스럽다."
침묵이 길었다.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무슨 단어를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처럼 한참이나 입 속에서 말을 골랐다. 형이 마이크를 들고 한참이나 입을 떼지 못하던 그 때, 두 동생들은 고개를 떨구고 발끝만 보고 있었다. 헬멧을 만지작거리는 김도겸(스포츠토토)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12년 동안 닿지 못했던 금메달, 그것 하나만 바라보며 4년을 달려온 한국 남자 쇼트트랙 계주팀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전. 링크에 나선 곽윤기(고양시청) 김도겸, 서이라(화성시청) 임효준(한국체대)의 표정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순조로웠다. 그러나 쇼트트랙이라는 종목 자체가 품고 있는 변수가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희생된 이는 임효준이었다. 20여 바퀴를 남기고, 앞서가던 중국을 추월해 터치만 남겨두고 있던 임효준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터치 타이밍을 잡고 달려나가던 서이라와 멀어졌고, 그 순간 잃어버린 10여 초의 공백은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메워지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의 표정은 가슴에 납덩이라도 얹힌 듯 무거웠다.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취재진의 분위기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마이크를 받아든 곽윤기는 꽉 잠긴 목소리로 "계주가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남자 계주가 처음 금메달을 놓치기 시작한 게 내 첫 올림픽(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부터다. 12년 간의 부재를 풀고 국민 여러분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그는 "너무 아쉽게 실수로 4위를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4년, 8년 후에도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더 단단한 팀이 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임효준에 대해선 "어떤 얘기를 해도 들리지 않을 걸 알아서 그저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고…" 그렇게 말한 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개인전 출전 없이 계주에만 나선 김도겸도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오래 준비하고 신경을 많이 쓴 경기였다. 성원해주시고 관심가져 주신 것에 비해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가 이 대표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며 "좋은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서이라에게 넘겼다.
시종일관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서이라는 "계주를 정말 많이 준비했고, 많이 맞춰봤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만큼 준비한 것에 비해 너무 보여드리지 못하고 끝난 게 그저 죄송하고 아쉬울 따름"이라는 말로 이날의 결승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한없이 무거운 "죄송하다"는 말 뒤로, 임효준과 황대헌은 말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목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뒷모습 역시, 한없이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침묵이 길었다.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무슨 단어를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처럼 한참이나 입 속에서 말을 골랐다. 형이 마이크를 들고 한참이나 입을 떼지 못하던 그 때, 두 동생들은 고개를 떨구고 발끝만 보고 있었다. 헬멧을 만지작거리는 김도겸(스포츠토토)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12년 동안 닿지 못했던 금메달, 그것 하나만 바라보며 4년을 달려온 한국 남자 쇼트트랙 계주팀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전. 링크에 나선 곽윤기(고양시청) 김도겸, 서이라(화성시청) 임효준(한국체대)의 표정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순조로웠다. 그러나 쇼트트랙이라는 종목 자체가 품고 있는 변수가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희생된 이는 임효준이었다. 20여 바퀴를 남기고, 앞서가던 중국을 추월해 터치만 남겨두고 있던 임효준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터치 타이밍을 잡고 달려나가던 서이라와 멀어졌고, 그 순간 잃어버린 10여 초의 공백은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메워지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의 표정은 가슴에 납덩이라도 얹힌 듯 무거웠다.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취재진의 분위기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마이크를 받아든 곽윤기는 꽉 잠긴 목소리로 "계주가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남자 계주가 처음 금메달을 놓치기 시작한 게 내 첫 올림픽(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부터다. 12년 간의 부재를 풀고 국민 여러분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그는 "너무 아쉽게 실수로 4위를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4년, 8년 후에도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더 단단한 팀이 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임효준에 대해선 "어떤 얘기를 해도 들리지 않을 걸 알아서 그저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고…" 그렇게 말한 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개인전 출전 없이 계주에만 나선 김도겸도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오래 준비하고 신경을 많이 쓴 경기였다. 성원해주시고 관심가져 주신 것에 비해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가 이 대표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며 "좋은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서이라에게 넘겼다.
시종일관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서이라는 "계주를 정말 많이 준비했고, 많이 맞춰봤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만큼 준비한 것에 비해 너무 보여드리지 못하고 끝난 게 그저 죄송하고 아쉬울 따름"이라는 말로 이날의 결승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한없이 무거운 "죄송하다"는 말 뒤로, 임효준과 황대헌은 말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목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뒷모습 역시, 한없이 무겁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