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희선]
"정말 돌아갈 수 있다면 1500m를 다시 한 번 타고 싶어요."
심석희(21·한국체대)의 두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획득한 메달은 3000m 계주에서 따낸 금메달 하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치고는 손에 쥔 게 소박했다. 그래서인지 심석희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석희는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20·성남시청)과 충돌, 실격 처리됐다.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최민정과 심석희의 충돌로 여자 1000m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명백한 작전 미스였다. 두 선수의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기에 이날의 레이스는 유독 아쉬움이 남았다. 심석희는 올림픽 방송(OBS)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스의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났고 그러면서 넘어졌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경기 후 심석희는 "(최)민정이가 다친 건 아닌 지 그게 가장 마음이 쓰인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라며 걱정을 금치 못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길게 준비한 평창겨울올림픽이었는데 내 경기는 여기서 끝났다. 여기까지 잘 와주고, 이 자리까지 잘 살아와 준 내 자신과 팬분들께 감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힘들지 않았던 순간을 꼽는 게 오히려 힘들 정도로 매 순간이 힘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겪는 과정일 것"이라고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털어놓은 심석희는 "사실 이번 올림픽 자체를 내려놓고 임하려고 했다. 경기 중에도 참 많이 힘들었는데 응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강릉 출신인 심석희는 "오고 가는 셔틀 안에서 내가 애기 때부터 왔다갔다하던 길이 보이고, 우리 집도 보이는 게 무척 행복하고 신기했다"며 "늘 나 때문에 왔다갔다 고생도 하시고 힘들었을 우리 어머니 아버지,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
"소치 때보다 이번이 더 힘들었다"는 심석희는 그동안 늘 최민정과 비교됐던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최)민정이는 우리 나라 대표 선수고, 민정이가 있음으로서 단단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이 더 자랑스러웠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는 자신의 주 종목이었던 1500m를 꼽았다. 그는 "너무 허무하게 끝나서 아쉬움이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릉=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맘고생 많이 했을텐데 정말 수고했어요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