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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팩스’와 작별하지 못하는 일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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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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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최근 구형 팩스 2대를 사들여 수장품 목록에 추가했다. 인터넷과 e메일 사용 인구가 늘면서 팩스는 박물관이 수집하는 골동품이 됐다는 뜻이다. 1980년대 등장해 통신 기기로 인기를 끌었던 팩스는 이제 그 기능만이 ‘복합기(복사기·팩스·스캐너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기기)’에 흡수돼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 내각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일반 가정에서 구입한 구형 팩스가 약 170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 내 기업의 거의 100%가 구형 팩스를 사용하고 있고, 일반 가정의 45%도 구형 팩스를 보유하고 있다. 팩스가 전 세계에서 애용되던 1990년대에도 미국에서 팩스를 갖고 있는 가정이 3%에 그쳤다는 점에 미뤄보면 일본의 팩스 보유율은 진기한 수준이다. 물론 일본에도 인터넷과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일본은 정보통신기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 분야에서 첨단에 서 있는 국가다. 초고속 통신망이 전국에 깔려있고, 고속열차의 최고 시속은 443㎞에 이른다. 일본이 생산한 소비자 가전의 품질은 유럽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기술에 관해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은 팩스와 작별하지 못하고 있다. 

▲ 온라인 시대에도 기업 100%·가정 50%가 사용 
초고령화 ·인쇄 매체 신뢰하는 문화에 제품혁신도 실패,
세계 시장서 고립 ‘갈라파고스증후군’ 해석도
 



■ 도시락 회사, 매출 급감에 인터넷 주문 포기 

스가하라 유이치로(43)는 도시락 배달업체 ‘다마고야’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전 회사 경영을 현대화하고자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화와 팩스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도시락을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실패했다. 매출이 빠르게 하락했다. 스가하라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을 포기하고 다시 전화와 팩스 주문을 받았다. 줄었던 매출이 금세 회복됐다. 요즘 다마고야에 들어오는 도시락 주문은 하루 6만200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손님들이 직접 손으로 쓴 팩스 주문서다. 손님들은 “삶은 달걀을 추가해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편지’처럼 적어 다마고야 팩스로 보낸다. 전화와 팩스 담당 직원 100여명이 이 주문을 처리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온라인 주문을 받는 직원도 한 명뿐이다. 

사실 1990년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는 일본 언어의 특성상 팩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키보드로 가타가나와 히라가나, 2000개가 넘는 한자를 입력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이다. 키보드 입력이 간편해진 21세기에도 팩스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로는 우선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 추세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9월 현재 3074만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1년보다 102만명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인구의 24.1%에 해당한다. 75세 이상 인구도 지난해 처음 1500만명을 넘어섰다. 노년층이 인터넷 사용법을 습득하고 e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아이온’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화·팩스 주문까지 받기로 한 것도 노년층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온라인 판매팀의 빈나카 히데오는 “2008년부터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지만 연령대가 높고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일수록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약과 거래에 인감 도장을 사용하고, 온라인 자료보다 인쇄 자료를 더 신뢰하는 문화도 팩스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정부 공무원들은 인터넷 사용법에 능통할지라도 팩스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e메일로 받은 자료는 따로 출력해야 하지만 팩스는 받은 그대로 찢어내 상부에 보고하거나 문서 정리함에 보관할 수 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발생 초기에 후쿠시마 제1원전 측이 정부에 긴급 상황을 알리고자 썼던 통신 기기도 팩스였다. 계약을 진행할 일이 있다면 종이 위에 인감 도장을 찍어 팩스로 보내면 그만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요시노 도요코는 “팩스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은행 거래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팩스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일본 최대 범죄조직인 ‘야마구치 구미’조차 조직원의 제명 사실을 공지할 때 팩스를 사용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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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온라인상의 거래는 인쇄 자료를 주고받는 것과 달리 언제 어디로 데이터가 사라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느낀다. 인터넷 해킹 범죄와 컴퓨터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다. 더욱이 손으로 직접 작성해 팩스로 보낸 문서에서는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컴퓨터로 출력한 문서보다 손글씨 문서를 더 높게 평가한다. 글씨에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서예를 배우며 평생 글씨체를 갈고 닦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BBC방송은 아직도 상당수 일본 기업이 손으로 쓴 이력서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별난 팩스 사랑이 일본 전자업계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점점 늘어가는 노년층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구형 제품에 집중하다보니 세계 시장을 공략할 신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창의적인 디지털 제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사이, 일본 기업은 제품 혁신에 실패하고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대표적인 예로 가전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소니의 몰락을 들 수 있다. 1980~1990년대 소니의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워크맨’은 젊은이들이 동경하던 제품이었다. 소니는 워크맨의 성공에 취해 MP3 플레이어가 대중화하는 상황에서도 카세트테이프와 CD용 워크맨을 포기하지 않았다. 애플이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고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때 소니는 이미 시류에 뒤처져 더 이상 애플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소니는 2008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8560억엔(약 10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9분의 1, 애플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갈라파고스가 고유의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일본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국내 시장에만 주력해 내수용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킨 결과 세계 시장으로부터 격리, 고립돼 버렸다는 뜻이다. 팩스의 인기가 높은 것도 갈라파고스 증후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너선 쿠퍼스미스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는 “일본 외 다른 지역에서 팩스는 도도새처럼 멸종되지 않았느냐”며 “일본인들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종이없는 사무실 운동에도 팩스 판매량 되레 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내수 시장도 지키기 어렵다. 꾸준히 증가하던 일본의 팩스 판매 건수는 2009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열풍이 불어닥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팩스 제조업체들은 매출 신장을 위해 할아버지와 손자가 각각 팩스와 스마트폰으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형 팩스에 온라인 통신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과감하게 팩스 끊기에 도전한 기업도 있다.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5월 ‘종이 없는 사무실’ 캠페인을 시작했다. 팩스를 없애고 종이 소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팩스가 조만간 ‘멸종’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팩스 사용을 자제하기는커녕 되레 없던 팩스 서비스를 신설한 기업도 있다. 2011년 1월 공영방송 NHK는 시청자 가구에 일주일에 한번씩 팩스로 건강과 관련된 생활정보를 보내준다. 시청자들은 팩스기기가 토해낸 따끈한 종이를 손에 쥐고 읽는 재미에 구독 신청을 하고 있다. NHK 대변인 사이쇼 레이코는 “시행 첫 해에만 시청자 49만1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줄어들던 팩스 판매 대수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적잖은 일본인들이 지진 피해로 파손된 기존 팩스를 버리고 새로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몇년 전 기사이긴 한데.... 일본에 있는 글로벌 일본 지사들은 일하기 좀 빡치겠다는 생각이 드네..일본 회사 끼리야 저게 익숙하니 별 문제 없겠지만.

팩스 굳이 팩스기계 쓰지 말고 팩스 어플 쓰면 되지 않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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