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선배 소녀시대 밀어낸 '워너원'
기사입력2017.08.09 오전 3:02 기사원문
타이틀곡 7개 음원 차트서 1위… 소녀시대는 10위권 보기 힘들어
방송사 보유한 CJ E&M이 제작… 충성도 높은 팬덤도 인기 원인
디지털 음원 차트 44위 대 1위(8일 멜론 차트 오후 6시 기준). 공연 모객 (募客) 3000명 대 2만명. 데뷔 10년이 된 걸그룹 '소녀시대'와 데뷔 2일차 보이그룹 '워너원'이 8일 받아든 성적표다. '소녀시대'는 지난 5일 데뷔 10주년을 맞아 정규 6집을 발매했지만, 타이틀곡 '홀리데이'는 국내 7개 디지털 음원 차트 10위 안에 드는 것도 힘겹다. 공연처럼 꾸민 데뷔 10주년 기념 팬 미팅도 3000석짜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었다. 이틀 뒤인 7일 정식 데뷔한 워너원의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7개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이날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데뷔 콘서트에는 2만석이 꽉 찼다. K팝 대표 선수 '소녀시대'가 까마득한 후배 아이돌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팬덤 강한 보이그룹 강세
'오늘 오후 6시 총공(총공격의 준말)입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7일 오전부터 워너원 팬카페와 팬단톡방엔 이런 공지 사항이 돌았다. 오후 6시 데뷔 앨범이 각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면 곧바로 1위로 만들기 위해 팬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총공'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 노래를 음원 차트 1위에 올리기 위해 여러 계정을 동시에 동원해 노래를 스트리밍하거나 검색어를 대량 입력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리는 행동 등을 일컫는 은어다.
이미지 원본보기데뷔 10주년이 된‘소녀시대’(위 사진)가 지난 7일 데뷔한 보이그룹‘워너원’에 새 앨범 음원 성적이나 공연 규모,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밀리고 있다. /SM·YMC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공세 덕분에 워너원은 음원이 나오자마자 7개 차트 1위 달성은 물론 멜론 차트에서는 10위 안에 수록곡 4곡이 모두 올라갔다. 1위를 한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한 시간 만에 9만8000여명(멜론 기준)이 들었다. 멜론 관계자는 "걸그룹에 비해 보이그룹의 팬덤 충성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음원 발매 후 초반 '화력전'에선 소녀시대라도 갓 데뷔한 워너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가 '플랫폼'을 장악할까
워너원의 성공이 팬덤 덕분만은 아니다. 워너원은 방송사를 운영하는 대기업 CJ E&M이 제작에 관여했다. 데뷔 전엔 계열사인 케이블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통해 화제를 만들었다. 데뷔와 동시에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예능 제작은 물론 드라마 '도깨비' OST 감독을 붙여 음반 제작을 지원했다. 방송과 음반 사업 등 콘텐츠 유통 채널을 가진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아이돌 시장 전통의 강자인 대형 기획사는 고전 중이다. '빅뱅' 이후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선수인 보이그룹 '위너'가 낸 신곡은 워너원뿐 아니라 케이블 엠넷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연자들의 노래에 밀려 10위로 떨어졌다. 엑소도 '쇼미더머니'에 밀리는 건 마찬가지. 이제 가요계에선 '뜨려면 SM이나 YG보다 CJ에 들어가라'는 말이 나온다. 기획사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이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던 분업 구조도 '콘텐츠 제작+플랫폼'의 통합 구조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SM이 다른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YG가 PD들을 영입해 방송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이미 SM이나 YG는 방송국처럼 진화하는 중"이라며 "가요계에서도 곧 '누가 플랫폼을 장악하느냐'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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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보유한 CJ E&M이 제작… 충성도 높은 팬덤도 인기 원인
디지털 음원 차트 44위 대 1위(8일 멜론 차트 오후 6시 기준). 공연 모객 (募客) 3000명 대 2만명. 데뷔 10년이 된 걸그룹 '소녀시대'와 데뷔 2일차 보이그룹 '워너원'이 8일 받아든 성적표다. '소녀시대'는 지난 5일 데뷔 10주년을 맞아 정규 6집을 발매했지만, 타이틀곡 '홀리데이'는 국내 7개 디지털 음원 차트 10위 안에 드는 것도 힘겹다. 공연처럼 꾸민 데뷔 10주년 기념 팬 미팅도 3000석짜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었다. 이틀 뒤인 7일 정식 데뷔한 워너원의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7개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이날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데뷔 콘서트에는 2만석이 꽉 찼다. K팝 대표 선수 '소녀시대'가 까마득한 후배 아이돌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팬덤 강한 보이그룹 강세
'오늘 오후 6시 총공(총공격의 준말)입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7일 오전부터 워너원 팬카페와 팬단톡방엔 이런 공지 사항이 돌았다. 오후 6시 데뷔 앨범이 각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면 곧바로 1위로 만들기 위해 팬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총공'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 노래를 음원 차트 1위에 올리기 위해 여러 계정을 동시에 동원해 노래를 스트리밍하거나 검색어를 대량 입력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리는 행동 등을 일컫는 은어다.
이미지 원본보기데뷔 10주년이 된‘소녀시대’(위 사진)가 지난 7일 데뷔한 보이그룹‘워너원’에 새 앨범 음원 성적이나 공연 규모,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밀리고 있다. /SM·YMC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공세 덕분에 워너원은 음원이 나오자마자 7개 차트 1위 달성은 물론 멜론 차트에서는 10위 안에 수록곡 4곡이 모두 올라갔다. 1위를 한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한 시간 만에 9만8000여명(멜론 기준)이 들었다. 멜론 관계자는 "걸그룹에 비해 보이그룹의 팬덤 충성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음원 발매 후 초반 '화력전'에선 소녀시대라도 갓 데뷔한 워너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가 '플랫폼'을 장악할까
워너원의 성공이 팬덤 덕분만은 아니다. 워너원은 방송사를 운영하는 대기업 CJ E&M이 제작에 관여했다. 데뷔 전엔 계열사인 케이블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통해 화제를 만들었다. 데뷔와 동시에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예능 제작은 물론 드라마 '도깨비' OST 감독을 붙여 음반 제작을 지원했다. 방송과 음반 사업 등 콘텐츠 유통 채널을 가진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아이돌 시장 전통의 강자인 대형 기획사는 고전 중이다. '빅뱅' 이후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선수인 보이그룹 '위너'가 낸 신곡은 워너원뿐 아니라 케이블 엠넷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연자들의 노래에 밀려 10위로 떨어졌다. 엑소도 '쇼미더머니'에 밀리는 건 마찬가지. 이제 가요계에선 '뜨려면 SM이나 YG보다 CJ에 들어가라'는 말이 나온다. 기획사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이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던 분업 구조도 '콘텐츠 제작+플랫폼'의 통합 구조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SM이 다른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YG가 PD들을 영입해 방송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이미 SM이나 YG는 방송국처럼 진화하는 중"이라며 "가요계에서도 곧 '누가 플랫폼을 장악하느냐'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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