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받고 나한텐 옷하고 패물에다가 따로 10만. 미치긴 천만에 한 밑천 잡아서 조선 땅 뜬다. 조금만 참자. 이 시골뜨기 종년들
염병. 이쁘면 이쁘다고 미리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사람 당황스럽게시리.
글같은건 배우면 그만이고 욕을 해도 좋고, 도둑질도 좋은데.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마, 알았니?
저희 이모는요. 손님 오신다고 하면 먹던 숟가락도 놓고 애기씨를 씻겼대요.
손님이 애기한테서 좋은 냄새 난다고 그럴 때가 제일 기뻤거든요. 아가씨는 제 애기씨세요.
냄새 좋아? 너도 들어올래?
태어나는 게 잘못인 아기는 없어요. 갓난 애기하고 얘기할 수만 있었어도 아가씨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에요.
너를 낳고 죽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고.
책에 나오는 동무라는 건 이런 것일까?
참 아가씨는 하녀의 인형이구나. 이 많은 단추들은 다 나 좋으라고 달렸지.
니 얼굴 자려고 누우면 꼭 생각나더라 난.
얘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쿵쾅거리면서 제가 화났다는 걸 표시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한숨쉬고
백작하고 마주칠 때마다 숙희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 싫어요'
가련하잖아. 엄마도 없이 남의 나라 와가지고. 이 큰집에서 혼자. 쓸데없는 책만 읽고, 정말 쓸모있는 건 아무 것도 못배우고.
아가씨는요. 그런거 모르고 사는게 좋아요? 큰 바다에 얼마나 많은 배들이 오고가는지. 떠나는 이, 돌아오는 이, 보내는 이, 맞아주는 이,
아가씨 제일 멀리 가본 게 어디에요, 뒷동산이죠?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아. 너만 같이 있어주면...
넌 내가, 천지간에 아무도 없는 내가 꼭 그분하고 결혼하면 좋겠어?
사랑하게 되실거에요.
숙희야 내가 걱정돼?
난 니가 걱정돼.
미안하지만 현실 세계엔 억지로 하는 관계에서 쾌락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고.
그리고, 세상에 많고 많은 계집애 중에 하필이면 숙희를 보내줘서 약간 고맙다고.
겨울이면 훔친 가죽지갑들을 엮어 외투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 저자신도 도둑, 소매치기, 사기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