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친구랑 둘이 술을 마셨어요

말리긴 했으나 그날따라 친구가 과하게 마셔서
텐션이 오른 상태였고 많이 취했길래

얼른 집에 보내려고 계산하고 화장실 다녀왔는데
친구가 없는거에요

직원한테 물어보니 모른다고, 집에 가신거 아니냐 해서
가게 근처 거리를 한참 뛰어다니면서 찾았어요

주변에 택시 정류장도 없고 그렇다고 술취한 애가
택시를 전화로 불러서 갔을리도 만무하니까
땀나도록 주변을 찾아다녔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겼을까봐
술집 씨씨티비 확인하려고 다시 가게에 갔더니
직원이 친구분이 다른 손님들 있는 룸에 있다고ㅠㅠ

직원 안내 받아 들어갔더니 남자 셋에 술취한 친구가
또 술을 마시고 있는거에요

친구보고 집에 가자고 했는데 이미 텐션 올라서
더 놀겠다고 했고 남자들도 저희를 붙잡았어요

저는 친구 성향을 알기 때문에
저혼자만 집에 갈수가 없었어요
친구나 저나 개방적인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보수적인 편에 가까워요

처음본 남자들이랑 술 먹고 원나잇을 하는 등의
자유로운 영혼(?)이랑은 거리가 멀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두고 가면 뭔 일이 날지도 모르고
술 깨고 나면 친구가 후회할게 분명해서
제가 계속 집에 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들 술 자리 분위기 망친다고
술 한잔 더 한다고 안잡아먹을테니 앉으라며
힘을 쓰면서 저를 앉히려고 했어요

보통 이쯤이면 정상적인 남자라면 저희 보고
가라고 해야 하는게 맞잖아요

누가봐도 친구는 이미 술이 많이 되서
헤롱헤롱 상태였는데요 ㅠㅠㅠ

근데 친구는 텐션 올라서
자기는 이 남자들이랑 노래방을 가겠다고ㅠㅠㅠ

친구가 그러니까
남자들은 더 친구를 안보내주려고 하고
결국 도저히 안되서 친구 아버님을 불렀어요

저는 아버지가 없고 오빠는 타지에서 결혼 생활 중이라
부를만한 남자 어른은 친구 아버지 뿐이였어요

그렇다고 친구가 논다고 하는데
경찰을 부를수는 없잖아요ㅠㅠ
결국 친구 아버지가 와서 친구 들처 업고 가셨어요

친구네 아버지는 당연히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고
저한테도 뭐라고 하셨어요
자기딸 그렇게까지 술 먹게 내비뒀다고 ㅠㅠ

솔직히 억울했지만
친구 아버지 성격도 알고 (엄하고 보수적)
친구가 걱정되서 제가 오늘 안좋은 일이 있어서
친구가 어울려준거다,
남자들도 저 때문에 얽힌거였다고 변명하고

몇번이나 사과 드리고 저는 택시 타고 혼자 집에 왔죠
근데 며칠간 친구랑 연락이 안되서 걱정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술 깨고 아버지한테 뺨 맞고
엄청 혼났는데 그게 저 때문이라고
한참 화 내길래 저도 어이없어서

그날 너 찾느라 나 한참 돌아다녔고
남자들 셋이서 나 몰아세울때 무서운것도 꾹 참고
너 지키려고 혼자 애쓰다 안되서
니네 아버지 부른거라 했는데도

자기 아버지 성격 알면서 그런 자리에 부르면
어떡하냐고 차라리 경찰을 부르지 그랬냐며
난리치다가 먼저 절교하자고 하네요

이런일로 무슨 절교냐 진심이냐 했더니
자긴 저 땜에 뺨 맞고 앞으로 통금시간까지 생길 판인데
"이런일" 로 치부하는게 기분 나쁘다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어요

저는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거든요
10년 넘게 친하게 지냈는데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요? ㅠㅠ
억울해 미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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