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지방 여고생들의 운명이란 그랬다. 서울대 갈 정도가 아닌 이상 여자애들 멀리 보내봤자 소용없다. 여자애들은 자취를 시키면 안 된다, 서울에서 사립대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든다, 어차피 서울 삼류를 가느니 지방 국립대가 낫다. 지방 출신 어중이떠중이 여고생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 남고생들은 서울 삼류대 잘도 보내던데
77,289 773
2023.02.04 19:03
77,289 773

 실제로 입시철이 다가오자 대부분의 친구가 성적과 무관하게 지역의 거점 국립대에 원서를 썼다. 그 운명은 나에게도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는 취업이 잘된 다는 이유로 나와 상의도 하지 않고 지역의 간호대에 원서를 넣었다. 담임 선생도 당연하다는 듯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의 원서들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그토록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동네의 말'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몰래'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부모님 몰래 연애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동네 어르신 눈에 띄어 '당신네 딸이 웬 남자랑 손잡고 돌아다니더라' 하는 말이 부모님 귀에 들어갔다. 자율학습 땡땡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제 누구네 딸이 야자 안 하고 시내 돌아다니더라는 소식 역시 어김없이 목적지를 찾아 흘러들어갔다. 사생활이란게 없었다. 내 사생활은 CCTV보다 무서운 동네 어른들의 눈에 스캔되어 즉시 부모님에게 전송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지역 사회의 평판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내게 들려오는 남의 사생활도 문제였다.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TMI를 매 순간 들어야 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뉘 집 딸이 사고를 쳤다더라. 뉘집 아들이 대학에 떨어졌다더라. 뉘 집 부모 사업이 망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은 성당이라는 종교 사회와 지방 소도시의 좁디좁은 인맥 속에서 휘몰아쳤다. 

 나는 숨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드러내고 싶었지만 숨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나는 떠나야 했다.  

=============================================================================================================================



지방출신 작가가 고향을 떠나야했던 이유 적은 건데 완전 공감, 나는 수도권 사람인데 지방 출신 친구가 이야기한 거랑 완전 똑같아ㅠㅠ



+ 추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작가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우연히 이 작은 소도시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여유로움에 반해 몇 년을 지내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곳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며 내 고향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냈다.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공감의 리액션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갤러리를 빠져나오며 '그건 당신이 그 안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라고 중얼거렸다. 작은 동네의 정, 여유, 소박함, 느림, 낭만, 그런 것은 선택권이 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사치일 뿐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의 낭만을 그 곳의 주민이었던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출처 책 정유민, 아무튼 트위터



+ 대학급, 대학간판 이야기하면서 어디가 낫다 ~ 이런 난독 맥락맹 댓글 달려서 몇 자 적는데 여자들이 본인 능력으로 생에 처음으로 나고자란 곳으로부터 탈출해서 그 누구의 간섭없이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자아실현할 기회를 얻는 건데 그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게 요지임 본인이 지방탈출해서 서울로 가고 싶어도 주변 압박으로 못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임 서울이라는 큰 곳에 가서 시야 넓히고 식견을 기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도록 강요당하잖아 

옛날부터 사람을 왜 서울로 보내라고 하겠어 학교가 다 가 아님 솔직히 지방보다 누릴거리, 즐길거리, 배울거리, 각종 정보 얻을 기회도 많고 이점이 많은 게 사실이잖아 가만히 걸어다니기만 해도 내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은데 걍 지방에서 우물안개구리로 살기를 강요당한다는 거임 더 잘 될 수 있는데 스스로 본인 가치를 낮추고 

목록 스크랩 (0)
댓글 77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쁘아 x 더쿠] 바르면 기분 좋은 도파민 컬러 블러립 에스쁘아 <노웨어 립스틱 볼륨매트> 체험 이벤트 840 04.20 66,38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497,38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953,32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755,69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242,25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231,37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399,7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6 20.09.29 2,216,03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39 20.05.17 2,946,48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498,55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64,72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0470 이슈 염기훈 감독, 지지대더비 하프타임 락커룸 토크.gif 1 23:52 154
2390469 이슈 우기 솔로 데뷔 축하해주는 (여자)아이들 멤버들 인스타.jpg 23:52 194
2390468 기사/뉴스 꽤 괜찮은 '초봉' 때문에 화제 된 유니클로 신입사원 공채 상황 39 23:52 1,732
2390467 이슈 테일러 스위프트 11집 메타크리틱 점수 근황 23:52 207
2390466 이슈 조만간 데뷔한다는 피프티피프티 2기 근황 14 23:51 1,578
2390465 이슈 빅뱅 3연타 甲 gif 5 23:50 572
2390464 이슈 멕시코 스탠딩 코메디 무대를 찢은 한국인.jpg 9 23:50 668
2390463 이슈 하이브 비밀유출 의혹 '키맨', 어도어 이사회에 없다…왜? 13 23:47 1,584
2390462 이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뽕티비를 보고 느끼는 기분 간접체험.jpg 17 23:46 1,703
2390461 팁/유용/추천 유트루가 알려주는 출산시 힘주는 법(태림법)👶 1 23:43 803
2390460 이슈 팝 여가수 덬이라면 차트보는 재미와 눈과 귀가 정말 행복했다는 2006,2007,2008년 5 23:43 279
2390459 이슈 웨이크메이크에서 맥으로 간 허윤진 30 23:43 3,461
2390458 이슈 박재범 신곡 미리듣기 리액션 w/키오프 나띠 1 23:43 227
2390457 이슈 신 부먹찍먹 논란 36 23:42 2,091
2390456 유머 점점 더 퍼지고 있다는 르세라핌 김채원 성조기 11 23:41 4,061
2390455 이슈 커피소년 - 장가갈 수 있을까 7 23:41 337
2390454 기사/뉴스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하는 부모들 8 23:39 2,019
2390453 팁/유용/추천 고트한 얼굴로 재즈 말아주는 미남.X 3 23:36 759
2390452 유머 당근에 대한 집념이 보이는 푸바오 눈빛ㅋㅋㅋ.jpg 12 23:36 1,953
2390451 이슈 팬들 사이에서 반응 좋은 플레이브 노아 슈가코트 커버 애드립 하이라이트.x 6 23:36 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