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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 블로거 하일트가 설명하는 아이돌 산업의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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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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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돌들은 우선 싱글 코스프레를 하면서 데뷔함. 사귀는 애인 있어도 없는 척 함. 이게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거랑은 다른 게, 진짜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으면 애인 있냐는 질문에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은 대답 않겠다." 내지는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생활이니까 더 이상은 밝히지 않겠으니 존중을 부탁드린다."라고 대답하면 그만임. 실제로 유사연애가 세일즈 주품목이 아니고 일반인 대상으로 먹고 사는 오빠들 중에는 본인 사생활을 위해 저런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음. 하지만 아이돌들은 사생활에 대한 관심을 아예 거부하는 게 아니라 '나는 현재 사귀는 사람이 없다'는 가상 현실을 내세움. 아이돌 장사의 세계관에서 같은 편으로 존재하는 건 팀 동료들과 팬들 뿐임.

그리고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는 독점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현실 연애의 구도를 곧잘 가져다 씀. 클래식 음악판에서는 A 연주자의 팬이 B 연주자, C 연주자의 공연에도 가고 음반도 사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님. 오히려 자기 오빠 공연만 보러 가는 애들이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빠순이짓 빠돌이짓 하느라 물 흐리고 다닌다고 욕 먹기 일쑤임. 뮤배 팬덤은 이보다는 조금 더 유사연애성이 강해서 한 오빠의 코어수니들만 모인 데서는 다른 오빠 빠는 게 눈치 보이지만 그렇다고 A 배우 팬이 B 배우, C 배우 공연 보러 다니고 장르 커뮤니티나 자기 웹공간에 후기 올리는 게 문제 되진 않음. 그리고 이 장르들은 오빠가 빠순이 돈으로만 먹고 살지도 않음. 오빠들은 라이트팬들과 잡덕들, 장르 덕후들, 머글들까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그 사람들 모두의 돈으로 먹고  삶. 빠순이들이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갑질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오빠가 장가간다 해도 빠순이들은 물 위에서는 덕담만 하고 서운한 건 혼자 삭이거나 물밑에서 마음 통하는 다른 빠순이들하고만 나눠야 됨.

헌데 아이돌판은 잡덕이 공공연하게 배척받음. 오빠들도 빠순이들에게 독점적 충성심을 요구함. 바람 피우지 마라, 니네가 환승할까봐 무섭다라는 말을 오빠들이 함. 빠순이들은 빠순이들대로 수틀리면 탈덕으로 오빠 협박함. 이 과정에서 현실 연애의 수사학들이 덧씌워짐. 오빠들은 빠순이들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는 거고 빠순이들은 오빠들을 위해 스밍을 하고 음반을 사제낌.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해주는 거임. 클래식 연주자들은 자기들이 음악하는 건 예술 자체의 완성을 위한 거라고 주장하지만(사실은 이것도 기믹임. 걔들도 먹고 살려고 공연함) 아이돌들은 음악 위에 팬이 있고 팬들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거임. 그리고 아이돌 오빠의 소득은 빠순이들 주머니에서 나옴. 오빠가 씨에프 찍고 행사 다니는 것도 먼저 빠순이들이 자기 주머니 털어 오빠들 커리어 만들어줘야 됨. 이 과정에서 오빠들은 빠순이들의 독점적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사연애 마케팅을 해댐. 여자에게 불러주는 구애 형식의 사랑 노래 써와서는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팬송이라고 바치고 SNS 랑 브이앱 등으로 딱 빠순이들의 가상의 유대감을 자극할만큼의 사생활을 노출해줌. 그 사생활에 당연히 다른 여자 흔적은 지워져 있음.

만약 오로지 무대로 먹고 사는 성악가라면 자기 여친이랑 공식적으로 커플 인스타를 만들어 연애질 해도 뭐랄 사람 없음. 뮤배라도, 뭐 본인이 팬 좀 떨어지는 거 각오했다면 대놓고 여친 있다고 얘기하고 공연 후 여친이랑 같이 퇴근해도 됨. 근데 아이돌은 이런 짓을 하지 않음. 이 차이의 이유가 뭐겠음?

아이돌수니들이 오빠의 공개연애와 결혼에 발광하는 건 오빠들 쪽에서 먼저 열심히 유사연애 팔아먹다 이제 좀 먹고 살만해지니까 장사에 열의가 없어져서고, 또 그 유사연애 아니었음 오빠의 커리어가 거기까지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임. 다시 뮤배 예를 들자면 뮤배들 중에는 사실 아이돌보다 더 열심히 팬들에게 유사연애 떡밥 뿌리는 놈들도 있음. 아이돌 팬싸는 매니저랑 스탭들이 감시라도 하지만 뮤배들 퇴근길은 훨씬 분위기가 자유롭기 때문에 가끔 오빠들 중에는 지 쪽에서 빠순이들에게 썸남처럼 굴고 스킨쉽 하는 놈들도 있음. 근데 그런 놈들이 장가를 가도 뮤배 빠순이들은 뒤에서나 욕하지 남들 보는 데서 대놓고 팬기만 운운은 못함. 지들 아니라도 오빠가 먹고는 살거든. 뮤배들도 빠순 팬덤 있는 게 캐스팅 될 때 도움 되긴 하지만 아이돌들만큼 경력에 있어 중요하진 않음. 반면 아이돌들이 데이트하러 갈 때 타고 가는 외제차는 빠순이들이 뽑아준 거임. 빠순이들 뒷바라지 아니었음 여친은 그 아이돌 쳐다도 안 봤을 거임.

오빠가 처음부터 공개 연애 했거나 유부남이었음 입덕 안 했을 빠순이들도 입덕 후 한참 팬질하다 오빠가 공개 연애하고 결혼하면 그간 쌓인 정 때문에 바로 탈덕을 못함. 혹은 연애하는 그 멤버에게는 정이 떨어졌다 해도 아직 공식적 싱글인 다른 멤버들이 눈에 밟혀 탈덕 못 하는 애들도 존나 많음. 오빠들도 그걸 앎. 그래서 데뷔 후 당장 뜨는 게 급할 때는 여자 흔적 잘 지우고 설령 연애 아우팅 당할 위기가 닥쳐도 "사귀는 거 아닙니다! 그냥 좋은 선후배 사이에요!"하고 공식적으로 부인하거나 헤어진 척 하던 오빠들도 이제 팬덤 당장은 안 무너지겠지, 혹은 유사연애로 뽑아먹을만큼 뽑아먹었다 싶을 때면 연애 공개적으로 시인함. 빠순이들도 이걸 느낌. 걔들은 오빠가 자신들을 이미 잡은 고기 내지는 떨어져 나가도 할 수 없는 년들 취급한다고 느끼고 분노함.


2.

- 빠순이와 오빠의 관계는 부부관계와 달리 법적으로 보장된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오빠의 스캔들에 피꺼솟하는 빠순이를 머글들은 "그럼 지들이랑 사귀어줄 줄 알았냨ㅋㅋㅋㅋㅋ"하면서 비웃고 지나간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장된 관계는 아니었다 해도 아이돌들은 "전 지금은 애인이 없어요^^" 라는 간판을 내걸고 유사연애를 판다. 그들이 설사 '유사연애만' 파는 건 아니라 해도 걔들의 매출  품목에서 유사연애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빠순이도 알고 머글도 알고 오빠 본인들도 아는 일 아님? 단지 음악이 좋고 퍼포먼스가 좋은 거면 왜 사인회에서 30 초 보겠다고 수십 장 음반을 사고 별 것도 안 하는 직캠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오빠를 쉴드치기 위해 피를 말리며 키배를 뜨겠음? 가끔 "내 오빠는 아이돌이지만 난 유사연애로 걜 파지 않는다, 연애해도 좋다"라고 말하는 빠순이들도 있는데 이런 애들만 남겨놓으면 아이돌 시장 규모가 지금만큼 유지되겠음? 심지어 연애해도 좋다는 빠순이들마저도 그 뒤에 "들키지는 마라"라는 말을 덧붙이지. 걔들도 자기가 소수고 팬덤의 메인 스트림은 유사연애자인 걸 아니까.

- 저는 진짜로 아이돌의 경우에는 연애 자체가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_'a 왜냐면 아이돌들은 싱글 코스프레를 하고 곧잘 팬들을 애인 다루듯 하면서 적극적으로 유사 연애를 팔거든요. 지 입으로는 연애 안 한다고 했으면서 뒤로는 하고 있음 그게 기만이지 별 게 기만입니까. 존나 죄 없는 연애가 하고 싶으셨음 첨부터 싱글 코스프레는 포기하시든가.

-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돌 업계가 성적으로 개방화돼서 아이돌들도 평소 여친이 있다 정도는 밝혀도 되는 분위기가 잡히면 기만 문제는 사라지겠죠. 이를테면 뮤배 빠순이들 중에도 유사연애 기믹으로 빠질하는 애들은 많지만 뮤배들은 평소 싱글 코스프레는 안 하니까 오빠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개개인의 빠순이들이 알아서 마음을 다스리든 탈덕을 하든 할 일이지 오빠더러 왜 우리를 기만하냐는 소리는 안 하거든요. 배우 팬질이나 서양쪽 연예계 팬질하는 애들 사정도 비슷하고요. 근데 싱글 코스프레를 하는 쪽이 안 하는 쪽보다 빠순 장사하는 데는 훨씬 유리한지라 한국 아이돌 업계가 한동안은 그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데뷔 3 년 후 연애 아우팅 당해서 팬덤 왈칵 뒤집혀도 일단 그 전 3 년 동안 다져놓은 팬덤이 있으면 전체적으로 남는 장사인지라.


3.

아이돌 업계는 빠순이들이 굳이 행복하거나 도덕적이거나 합리적이길 바라지 않아요. 돈을 쓰는 건 행복하거나 도덕적이거나 합리적인 빠순이가 아니라 미친 빠순이입니다. 빠순이가 맛이 가있어야 같은 음반을 수십 수백장을 지르고 실용성 하나도 없는 굿즈들을 쓸어모으겠다고 땡볕에 긴 줄을 서고 내용 같은 콘서트를 올콘을 뛰고 죽어라 스트리밍을 해서 음원 순위를 올려주고 오빠 몸값 지켜드려야한다고 오빠가 광고한 물건들을 필요 없어도 뭉텅이로 사서 집안에 쌓아두고 온갖 로동을 뛰거든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재에 만족하고, 뭐든 오빠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오빠에 대해 아무 근심걱정 없는 빠순이는 저 짓 안 해요. 합리적인 빠순이는 기껏해야 음반 한 장 사고(음반 아예 안 사고 전곡 다운만 받고 끝내기도 함) 공연 보고 오빠가 예능 나오면 그거나 좀 챙겨보다가 끝입니다. 오빠 나온 잡지도 인터넷에 스캔돼서 올라오거나 인터뷰 전문 공개되면 굳이 안 살 걸요? 빠순이를 미치게 만들어야 돼요. 그래야 당장 지 입에 들어갈 것도 없는 지경까지 가도 오빠에게 돈을 써요.

그리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데는 부정적 감정들이 효과적입니다. 피해의식이나 경쟁자에 대한 증오, 미래에 대한 불안같은 거요. 아이돌 업계는 수니들이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피가 말라가게 방관하거나, 심지어 그걸 고의적으로 조장합니다. "네가 진정으로 오빠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 쯤은 해야지?"라는 미션을 끊임없이 던져주면서요. 그리고 거기에 물든 빠순이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오빠에 대한 순정을 증명해보이기를 요구해요.

공식적으로는 팬들을 사랑한다고 되어있는 오빠들도 시스템의 일부로서 빠순이들을 쥐어짜는 데 합류합니다. 이건 오빠들 개개인이 팬들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랑은 상관 없어요. 오빠들은 1인 사업자가 아니고 오빠들 뒤에는 오빠들이 먹여살려야 하는 기획사 사람들과 스탭들이 있거든요. 오빠들에게 진짜 자기 사람들은 빠순이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고 다함께 잘 먹고 잘 살자면 다함께 수니들을 쥐어짜야죠.

빠순이들이 이 시스템에 매몰되어 열정을 바치면 바칠수록 쥐어짜여야할 이유도 더 커집니다. 빠순이들이 이리 취급받는 건 역설적으로 걔들이 돈이 돼서예요. 쥐어짜면 흘러나오는 돈으로 업계가 충분히 굴러갈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별로 돈이 안 되면 쥐어짜는 것도 덜합니다. 굳이 코어빠순이 아니라도 먹고 사는 분야들이 그렇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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