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heqoo

방용국 에세이에 실린 비에이피 소송 이야기
25,416 239
2019.09.26 11:12
25,416 239
계약이 끝난 다음 날, 눈을 떴다. 세상이 대단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바뀌었다. 아,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 시간을 열심히 산 보람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고, 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모두가 나의 변화와 깨달음을 기쁘게 생각해주어서 고마웠다.
다들 같은 말로 새로 맞은 아침을 축하해주었다.
"얼굴 좋아졌네."

지난 8년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보니 별로 가진 것은 없지만, 특별히 미운 사람도 없다. 주변에서는 왜 가진 게 없냐고 묻지만, 그걸 다 챙기느니 차라리 마음 편한 빈 지갑이 낫다. 이가 갈릴 만큼 원수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않고, 먹기 싫은 것을 먹지 않을 권리가 돈보다 더 귀중하다는것을 이제는 안다.




----



돈이 없다고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런데 소송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정산을 받은 게 없었기 때문에 일단 수집한 운동화들을 팔아서 비용을 댔다. 당시 개봉동 본가에서 지내다가, 고등학교때 신문 배달을 하던 곳을 다시 찾아갔다. 사장님은 내가 연예인이 된 걸 알고 계셨다.
"아니, 넌 왜 다시 이걸 하려고 하냐?"
"그냥 운동 삼아서요. 요즘 쉬거든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신문 배달을 했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창피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고마운 일이다.
괴로워하면서도 그 시간을 버틴 나 자신과,
용돈을 주면서 응원해주던 형들에게,
일도 없이 집에 있는 나의 편을 들어주던 가족들에게
모두 고맙다.





----




우리 집은 가난했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해봤다. 학비를 모두 내가 벌어서 냈기 때문에 정말로 갖고 싶은 걸 가져본 적이 드물었다.

가수 활동을 하고 나서 저작권 수익이 들어왔을 때 난생 처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샀다. 나이키 조던이었다. 드디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남들이 기다려서 산 것을 내가 그들에게 더 비싼 값을 주고 샀다. 리셀은 나도 나만의 것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증거였다. 그렇게 모은 운동화들을 애지중지 아꼈고, 한 번도 신지 않은 것들이 넘쳐났다.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해 사치스러운 일을 벌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많던 운동화는 지금 나에게 없다. 발이 자랐거나, 흥미가 떨어져서는 아니고, 소송 비용이 필요해서 모두 팔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건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있다가도 없는 것들이다.





----




내가 나를,
조금 더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나의 몸과 마음을 좀 더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항상 누군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세요."
하지만 앞과 뒤만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




얼마나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어디까지 계속 가야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 시간동안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조금 다른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어른들이 나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오셨고,
살고 계신다는 걸 안다.
그걸 보면 시간과 삶에 대해 잘 몰라야만
오래, 제대로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방용국 포토 에세이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댓글 2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게시판 제목 날짜 조회
전체공지 공지 ** 더쿠 이용 규칙 **[📢 210427 추가수정갱신 5) 항목 中 -여초 저격식 활동 위주 및 분란조장 하러 오는 일부 남초 회원들 경고 항목 추가 수정 갱신 알림 및 무통보 차단 중] 20.04.29 624만
전체공지 공지 더쿠 필수 공지 :: 성별관련 언금 공지 제발 정독 후 지키기! (위반 적발 시 차단 강화) 16.05.21 912만
전체공지 공지 *.。+o●*.。【200430-200502 더쿠 가입 마감 **현재 theqoo 가입 불가**】 *.。+o●*.。 4414 15.02.16 354만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9209 스퀘어 친화력이 그알 푸들 급인 듯한 이탈리아 잔마르코 탐베리 595 08.01 5.4만
159208 스퀘어 우상혁 선수와 금메달 딴 안방쿵야 288 08.01 5.4만
159207 스퀘어 우상혁 선수가 받게될 포상금 591 08.01 6만
159206 스퀘어 신세계 정용진 인스타에 댓글 단 KBO 539 08.01 4.4만
159205 스퀘어 지금 보니 진짜 소름돋는 방송 캡쳐 ㄷㄷㄷㄷ.jpg 711 08.01 4.9만
159204 스퀘어 오늘 밤에 딱인 이종범, 여홍철 자식 자랑하는 투샷.jpg 269 08.01 5.2만
159203 스퀘어 원덬기준 오늘 올림픽 최고의 장면.gif 291 08.01 4.8만
159202 스퀘어 쟈니스에게 뺏긴 일본 체조 인재라는 연예인 517 08.01 4.7만
159201 스퀘어 IOC "6일 원폭 기념 침묵 행사 없다"..日 요구 거절 506 08.01 2.4만
159200 스퀘어 배성재 : 저희가 아버님 중계를 이길 수가 없어요 177 08.01 4.6만
159199 스퀘어 [SPO 도쿄]“운동 그만두려고 했는데”…‘한국新’ 우상혁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342 08.01 4만
159198 스퀘어 우상혁 선수 사복 취저다 (feat. 본인 인스타) 432 08.01 5.9만
159197 스퀘어 다들 포부를 다지는데 갑분 도쿄바나나ㅋㅋㅋㅋㅋㅋ 260 08.01 4.5만
159196 스퀘어 안산 선수 인스타 업뎃🥇 +제덕쿵야 댓글 555 08.01 5만
159195 스퀘어 [도쿄 올림픽] 이탈리아 선수랑 같이 100M 결승 보는 우상혁 선수 604 08.01 4.3만
159194 스퀘어 방금 sbs 뉴스에서 우상혁 선수 인터뷰.jpg 664 08.01 4.3만
159193 스퀘어 펨코에서 여성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 784 08.01 4.7만
159192 스퀘어 골반 틀어진 원덬이 누웠을때 하면 좋은 스트레칭 해봤는데 엄청난 효과봐서 데려옴 1982 08.01 3.2만
159191 스퀘어 25살 청년 그 자체인 우상혁 선수 🇰🇷🇰🇷 413 08.01 4만
159190 스퀘어 육상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지안마르코 탐베리 315 08.01 3.7만
159189 스퀘어 [도쿄올림픽] 야구 남은 경우의 수 278 08.01 3.9만
159188 스퀘어 [대한민국 vs 도미니카공화국] 김현수 끝내기 안타! 4-3 경기 종료.gif 365 08.01 2.4만
159187 스퀘어 ⚾️⚾️⚾️대한민국4vs3도미니카공화국 승리❤❤❤❤❤❤ ⚾️⚾️⚾️ 222 08.01 1.4만
159186 스퀘어 현재 웃기다 vs 정신나갔다 소리듣는 축구 선수 730 08.01 4.9만
159185 스퀘어 지금 덬들이 육상 동메달 달라고 괜히 떼써보는 이유 136 08.01 3.2만
159184 스퀘어 박지훈 축하영상 본 여서정 선수 인스타그램 스토리 117 08.01 2만
159183 스퀘어 결선진출하자마자 현금박치기로 격려금 받았던 우상혁선수 365 08.01 5.1만
159182 스퀘어 대전 출신 우상혁, 환한 웃음 속 고른 치열 '화제' 349 08.01 3.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