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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국 에세이에 실린 비에이피 소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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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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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끝난 다음 날, 눈을 떴다. 세상이 대단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바뀌었다. 아,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 시간을 열심히 산 보람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고, 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모두가 나의 변화와 깨달음을 기쁘게 생각해주어서 고마웠다.
다들 같은 말로 새로 맞은 아침을 축하해주었다.
"얼굴 좋아졌네."

지난 8년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보니 별로 가진 것은 없지만, 특별히 미운 사람도 없다. 주변에서는 왜 가진 게 없냐고 묻지만, 그걸 다 챙기느니 차라리 마음 편한 빈 지갑이 낫다. 이가 갈릴 만큼 원수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않고, 먹기 싫은 것을 먹지 않을 권리가 돈보다 더 귀중하다는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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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다고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런데 소송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정산을 받은 게 없었기 때문에 일단 수집한 운동화들을 팔아서 비용을 댔다. 당시 개봉동 본가에서 지내다가, 고등학교때 신문 배달을 하던 곳을 다시 찾아갔다. 사장님은 내가 연예인이 된 걸 알고 계셨다.
"아니, 넌 왜 다시 이걸 하려고 하냐?"
"그냥 운동 삼아서요. 요즘 쉬거든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신문 배달을 했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창피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고마운 일이다.
괴로워하면서도 그 시간을 버틴 나 자신과,
용돈을 주면서 응원해주던 형들에게,
일도 없이 집에 있는 나의 편을 들어주던 가족들에게
모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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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가난했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해봤다. 학비를 모두 내가 벌어서 냈기 때문에 정말로 갖고 싶은 걸 가져본 적이 드물었다.

가수 활동을 하고 나서 저작권 수익이 들어왔을 때 난생 처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샀다. 나이키 조던이었다. 드디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남들이 기다려서 산 것을 내가 그들에게 더 비싼 값을 주고 샀다. 리셀은 나도 나만의 것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증거였다. 그렇게 모은 운동화들을 애지중지 아꼈고, 한 번도 신지 않은 것들이 넘쳐났다.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해 사치스러운 일을 벌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많던 운동화는 지금 나에게 없다. 발이 자랐거나, 흥미가 떨어져서는 아니고, 소송 비용이 필요해서 모두 팔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건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있다가도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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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조금 더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나의 몸과 마음을 좀 더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항상 누군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세요."
하지만 앞과 뒤만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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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어디까지 계속 가야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 시간동안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조금 다른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어른들이 나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오셨고,
살고 계신다는 걸 안다.
그걸 보면 시간과 삶에 대해 잘 몰라야만
오래, 제대로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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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국 포토 에세이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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