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 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pann
89,179 427
2022.12.02 12:17
89,179 427
https://m.pann.nate.com/talk/368374105

엄마가 하시는 치킨집에 알바생이 두명 있다.
한명은 평범한 집안, 한명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은 이 좁은 동네의 가게 사장님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아버지가 안계시고 어머니가 작은 가게를 하시고 형편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무리하게 일을 한다는 것


평범한 집안 알바생은 가족끼리 여행 다니고
외식하는게 일상이다.

사장님 ㅇㅇ식당 가보셨어요?
어제 부모님이랑 갔다 왔는데 거기 진짜 맛있어요

아빠가 사주셨는데 어때요? 예쁘죠?

그 평범한 얘기들에 나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얘기들에 나는 웃지 못한다.

사장님 월급 절반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동생 학원비가 밀렸어요

어머니가 일하다가 다치셔서 병원에 가셨대요

떨면서 말하는 친구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뛰어갔다.

거기엔 지쳐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고 언제나 씩씩했던
아니 씩씩하려고 했던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울었다.

병원비는 내가 냈다.

어머님이 내 손을 잡으며 꼭 갚겠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드님이 일을 잘해줘서 저희가 더 고맙다고, 항상 도움 받고 있으니 천천히 갚으셔도 된다고 했다.

그 애는 자기가 갚겠다고 했다.

이번달 월급도 가불 받아간 애가 어떻게 갚을건데~ 장난스럽게 묻자 그 애는 일을 더 하겠다고 했다.

학교도 졸업 안한애가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더 늘리겠다는건지
나는 더이상 웃지 못했다.

중3때 전단지로 첫 알바 시작해서 그 이후로 번 돈은 모두 집에 가져다줬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엄마랑 동생이 힘든게 더 싫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어릴때부터 엄마가 고생하는걸 봤다고, 빨리 어른이 되서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단다.

신메뉴가 나올때면 그 친구의 여동생을 가게로 불러낸다. 맛 평가를 부탁한다는 핑계로 치킨을 먹인다.

평소에 집에 한마리씩 가져가라고 해도 안가져가니까 이런 핑계로 불러낼 수 밖에 없다. 그 애 동생은 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동생은 가게에 올때면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뭘 거들겠다고 나선다. 오빠는 그런 동생에게 절대 일 시키지 않는다.

한번은 둘이 수학여행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

오빠는 돈 걱정말고 수학여행 보내줄테니 가라고 하고, 동생은 재미없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오빠는 그래도 가야한다고 했고, 동생은 "오빠도 수학여행 안갔잖아!" 라고 했다.

그 애는 멋쩍은 얼굴을 했다.

엄마는 수학여행비를 대신 내주고 싶어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동정으로 비춰질까봐 걱정됐다. 애들이 상처받을까봐.

고민끝에 남자친구랑 큰 오빠를 불렀다. 주말 중 하루 날 잡아서 친구들이랑 우리 가게에서 모임 하면 안돼? 서비스 많이 주겠다며 꼬셨다.

남자친구는 고맙게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회사 사람들까지 데려왔다.

그 친구는 쉬는 날이었지만 단체 손님이 있다고 와달라고 했다.
폭풍같은 5시간이 지나고 돌아가는 그 친구에게 20만원을 주며 오늘 고생한 보너스라고, 너 안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10만원은 여동생 수학여행가는데 예쁜 옷 한벌 사주라고 따로 챙겨줬다.
안받겠다고 극구사양하길래 안받으면 해고 시키겠다고 협박 했더니 마지못해 받아갔다.

동생이 나에게 항상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 아이들 나이에 나는 아침마다 밥 한술 먹이려는 엄마에게 잠투정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학원을 몰래 빠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기 위해 알바하겠다고 나서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 애를 보고 있으면 가끔은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또 가끔은 슬퍼진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조금은 철 없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 그 아이들을 동정하는건 아니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의 삶을 동정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슬퍼진다.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게 아니라 태어나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목록 스크랩 (32)
댓글 42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KREAM x 더쿠💚] 덬들의 위시는 현실이 되..🌟 봄맞이 쇼핑지원 이벤트🌺 435 04.24 17,77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32,88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983,97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793,40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275,21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267,27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05,61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30,28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0 20.05.17 2,959,5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13,09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81,15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1480 이슈 엔드게임 기록 갈아치운 범죄도시4 2 00:39 153
2391479 기사/뉴스 이태원서 女유튜버가 받은 초콜릿, 수상한 구멍이…“소름 돋아” 00:39 194
2391478 이슈 23년 전 오늘 발매♬ Do As Infinity '遠くまで' 1 00:39 18
2391477 기사/뉴스 “이 사진 찍다 사망” 화산 분화구로 추락한 中관광객 2 00:38 419
2391476 이슈 @ : 딥러닝으로 순식간에 인간의 몇십년치 노력을 모방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AI와 순수한 10년을 그대로 갈아넣은 프로듀서의 베스트앨범이 싸운다고... 이거지금엔드게임이라고,어쎔블이라고,전설이라고 5 00:37 535
2391475 기사/뉴스 필리핀 '체감기온 48도' 폭염에 학교 7천여곳 원격수업 2 00:37 189
2391474 정보 차세대 연기 신으로 불리는 일본 여자 성우.jpg 3 00:36 245
2391473 이슈 옷 잘입는 해외 유명선수들 패션 올라온다는 축구선수 패션 계정 인스타 근황.jpg 2 00:36 521
2391472 이슈 곧 데뷔 6주년이라는 걸그룹 1 00:36 391
2391471 유머 낭만 있는 선장님 00:36 56
2391470 유머 @ 아무래도 세븐틴 마그네틱ai 커버 듣고 빡쳐서 맞짱뜨러 가는 컨셉인듯 25 00:34 1,074
2391469 이슈 탑백귀, 빠른 비트 선호 유재석이 좋아하는 곡 00:33 302
2391468 유머 이번에 메디힐 팩 모델이 된 버추얼아이돌 그룹 멤버의 개쩌는 피부 14 00:31 1,049
2391467 유머 윤두준 개진지하게 보길래 뭔가 했더니 축구임.twt 5 00:31 759
2391466 이슈 건강에 진짜 안좋다는거jpg 33 00:30 2,750
2391465 이슈 하이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블랙핑크 제니 12 00:30 1,830
2391464 이슈 6년 전 오늘 발매♬ 노기자카46 'シンクロニシティ' 1 00:28 50
2391463 정보 영화방에서 반응 좋은 어제 개봉한 영화 21 00:27 2,206
2391462 이슈 오늘부로 기록 갈아치운 <범죄도시 4> 17 00:26 1,912
2391461 정보 의외로 표준어가 어색한 사람이 많은 동물 11 00:26 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