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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너네 나라로 꺼지라고…" 까칠했던 13살 리아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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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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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 아동, 너무 일찍 '혐오'를 깨닫다



곱창밴드에 작은 귀걸이. BTS 사진이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

한창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이 13살 리아(가명). 리아는 몽골에서 태어나 6살 때 몽골 국적의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입국 당시에는 2살 터울의 동생 1명이 있었는데 한국에 체류하면서 동생 2명이 더 생겼습니다. 리아 포함 4명이 모두 행정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 아동' 신분입니다. 리아의 셋째·넷째 동생은 '미등록 이주 아동' 가운데서도 '국내 출생' 사례인 반면, 리아와 둘째 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른바 '중도 입국' 사례라고도 불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춘기 어딘가에 있을 법한 말투. 엄마와 함께 만난 리아의 첫 인상은 약간은 '까칠'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것에는 이미 동의했기 때문에 기자를 경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속마음을 말해주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질문을 하다가 실수하게 될까 조심스러운 마음 반, 인터뷰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 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대화는 가벼운 소재들로 시작됐습니다. 한국말과 몽골말 중 어느 쪽이 편하냐는 질문에 리아는 "둘 다 비슷 비슷해요"라고 '시크하게' 답했습니다. 리아의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리아와 달리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말하는 것 뿐 아니라 듣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시크한' 리아는 익숙한 듯 엄마의 통역 역할을 했습니다.
 
 

원래 이 인터뷰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치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서울 중랑구에 있는 민간형 공공병원 녹색병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들 모녀는 병원의 미등록 이주 아동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병원비를 일부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 자녀들이 심하게 아픈 경험이 있었는지, 또 아팠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리아는 기자의 질문을 엄마에게 전달했고, 엄마의 답변을 다시 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번엔 리아에게 물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 이를테면 학교생활은 재미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말입니다. 리아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솔직히 한국 학교에는 친구가 없어요"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친구가 많지 않아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국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고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긴다는 겁니다. 그럼 몽골 출신이라서 불이익을 받거나 안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리아는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뗐습니다.

"한 아줌마가, 외국인이면… 지네 나라로… 꺼지라고."

리아의 말을 듣다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까칠한 사춘기 소녀가 갑자기 울먹였기 때문입니다. 엄마 옆에서 내내 '쿨하게' 아팠던 경험을 말하고, 통역하던 모습을 본 터라 울먹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3학년 때요."

4년 전, 아직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았을 땝니다. 여느 날처럼 놀이터에서 몽골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아주머니는 리아와 친구들을 향해 몽골인이면 너희 나라로 꺼지라고 하며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리아는 이날 친구들과 함께 울면서 "굳이 우리한테 이렇게 심한 말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아 엄마는 리아의 인터뷰 중에도 옆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자 질문에 답을 하던 딸이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자 어머니는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몽골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리아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울먹이던 리아는 엄마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뒤, 그저 덤덤하게 짧은 몇 마디의 몽골말을 했을 뿐입니다.

"엄마, 아빠한테는 말 못했어요. 엄마 아빠가 상처받으니까…."

4년 전 일을 꺼내기만 해도 여전히 눈물이 터지는 어린 소녀이지만, 동시에 부모님께 전할 말과 전하지 않을 말을 가리느라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그런 리아를 지긋이 바라봤습니다. 굳이 말로 전하지 않아도 모녀간에 공유되는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리아는 차별당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면서도 당차게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차별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리아의 '까칠함'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리아가, 또 리아의 가족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련한 작은 방패가 아닐까. 리아는 이미 부모님보다 한국을 더 깊이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를 잘한다는 것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진 '혐오'의 민낯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리아는 또래 친구들처럼 BTS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떡볶이를 잘 먹지만 특히 매운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자세히 읽으면 이해가 되고 그래서 문제도 답이 바로 나오는 국어'입니다.



리아를 비롯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겪는 일상의 차별과 혐오는 SBS 8뉴스에서도 보도하였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94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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