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터넷 예약' 없이 안 되는 세상…소외되는 사람들
60,244 704
2021.10.17 18:04
60,244 704
중·장년인들 "예약 못해 긴급 치료 못 받아 억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검사소 100% 예약제 운영… 민간 검사소에 검사자 몰려

https://img.theqoo.net/eqnHA
안동에 사는 60대 장모 씨는 최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딱딱한 반찬을 씹다가 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됐지만 늦은 저녁이라 치과에 가지 못했다. 통증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운 장씨는 다음 날 아침 동네 치과가 문을 열자마자 방문했지만 "예약을 해도 이틀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장씨의 사정에도 치과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예약제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씨는 딸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변 치과에도 문의를 했지만 이미 예약한 손님들로 꽉 찬 상태였다. 장씨는 결국 안동을 벗어나 영주의 한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디지털 기기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하면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병원이나 시설 예약 등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많은 예약 시스템이 사람이 아닌 디지털 기기나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이뤄지면서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예약'이라는 과정 자체를 어려워했다. 대구 수성구의 정연숙(61) 씨는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뭘 눌러야 하는지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며 "ARS(자동응답시스템)라고 하는 것도 너무 복잡해 백신 접종 예약도 전화를 통해 겨우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미용실 등 일부 업종은 디지털 예약이 아니면 아예 이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대구 동구의 한모(70) 씨는 "동네에 새 이발소가 생겨 갔더니 '인터넷으로 먼저 예약하고 오라'고 했다"며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니 나이 들면 머리도 못 깎나 싶어 마음이 심란했다"고 했다.

결국 노년층의 예약은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자녀나 손자·손녀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구 수성구의 김창옥(81) 씨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 정도밖에 못하는 데다 보청기를 써야 할 정도로 귀까지 어둡다 보니 ARS로 예약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결국 손자나 손녀에게 병원 예약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역량과 활용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8.6%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기 어려워 하다 보니 디지털 예약 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불신도 생긴다. 대구의 강모현(64) 씨는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데 자칫 개인정보 유출로 보이스 피싱 같은데 쓰일까봐 겁날 때도 있다"며 "차라리 전화로 대화하면서 예약하는 게 훨씬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경북 예천에 거주하는 60대 주민은 "60, 70대들은 돋보기를 찾아 쓰고 설명을 읽고 좁은 화면에 '예', '아니오'를 찾아 누르는 것이 버겁다"며 "나이든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예약의 디지털화로 인한 고령층의 소외를 해결하고자 각 기초자치단체에선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평생학습센터와 구립도서관 등을 통해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교육을 담당하는 서경미 강사는 "실제로 교육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이 예약과 같이 실생활에 필요한 스마트폰 사용 방법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한다"며 "교육의 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어르신들이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과 함께 기술과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주은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디지털과 관련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조 인력이 필요하기에 인력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과 기술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고정현 경북대 박사(문헌정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보편적 설계'를 통해 노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imaeil.com
전종훈 기자 apple@imaeil.com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윤영민 기자 yun1011@imaeil.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0726258?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70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클리오 X 더쿠🤎] 더 뉴트럴하게 돌아왔다!! 가장 나다운 퍼스널 브로우 <클리오 킬 브로우 오토 하드 브로우 펜슬(UPGRADE)> 체험 이벤트 1285 00:09 24,91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76,32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700,96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447,14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027,08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0,966,65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2 21.08.23 3,305,12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4 20.09.29 2,115,68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35 20.05.17 2,854,9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2 20.04.30 3,414,22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788,91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4055 유머 강아지 3마리가 있는데 2마리를 빼앗겼어 몇마리 남았어? 23:08 0
2384054 이슈 얘들아 미지근한 물 생각하고 들어와봐 22 23:07 462
2384053 이슈 역대급 음향으로 아이돌들 강제 쌩라이브 인증됐던 행사... 2 23:06 404
2384052 이슈 투바투 연준 TOO BAD 챌린지❤️‍🔥 5 23:06 64
2384051 이슈 50인의 목소리로 듣는 태연 - 불티(Spark) 23:05 62
2384050 이슈 QWER '고민중독' 멜론 top100 23시 차트 10위 7 23:04 289
2384049 이슈 투바투 연준 춤 영상 업데이트 4 23:04 105
2384048 기사/뉴스 "시름시름 앓다 죽어"…고양이 원인 불명 폐사 확산 3 23:03 366
2384047 정보 인구의 30%가 백만장자인 나라.jpg 6 23:02 1,232
2384046 유머 냥이를 쓰다듬는 척만 해봤을때.gif 7 23:02 713
2384045 유머 사정이 생겨서 분양합니다 5 23:01 925
2384044 이슈 아이브 IVE THE 2nd EP < 𝐈𝐕𝐄 𝐒𝐖𝐈𝐓𝐂𝐇 > CONCEPT PHOTO 3 63 23:01 1,064
2384043 이슈 소녀시대 전설의 사랑의 리퀘스트 다만세 라이브 무대.ytb 9 23:01 386
2384042 유머 노래와 춤 다되는 듯한 올라운더 여가수.jpg 3 23:01 651
2384041 이슈 대한민국 인디씬 박살 5초전 38 23:00 2,157
2384040 이슈 레드벨벳 신인시절 아이스크림케이크 라디오 리허설(목소리만 들리는 쌩라이브) 3 22:59 371
2384039 이슈 제네시스 ‘GV80’ 통풍 시트서 원인 모를 ‘악취’... 현대차 "방귀 뀌어서 그럴 수 있다" 주장 16 22:59 792
2384038 유머 선재업고튀어 당시 19살 임솔이 포기한 남자들.. 19 22:59 2,122
2384037 유머 사료보고 실망한 고양이.jpg 8 22:58 1,151
2384036 유머 얘수 배신한거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음?? 28 22:58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