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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스스로 떨어진 꽃잎은 악취를 뿜는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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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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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 : 스쳐지나간 부끄러움 



왜, 지금. 그래야만 했는지. 솜 털 같은 아담한 육체가 공중에 뜨다 못 해 터져버렸고. 오랜만에 맑았던 푸른 하늘에는 붉은 색 선혈이 축포처럼 흐드러졌다. 유선의 하나밖에 없던 딸아이는 항상 의기소침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그리고 항상 혼자 있던 텅 빈 고요한 집 안에서도 그랬겠지.
 

왜, 지금 유선은 회사로 출근 한 남편을 뒤로하고. 그리고 유치원에서 나들이를 떠난 딸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한참이나 뒤떨어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도시 한 복판 대로변 위 먼지를 뒤집어 쓴 낡아빠진 중고 차 안에서 그녀의 불륜남과 상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었는지. 긴장감과 쾌락에 절은 채.
 

그리고, 그러다가 딸아이가 그녀의 눈앞에서 짓이겨지는 모습을 쳐다보게 되어버렸다.
 

녹아내렸다. 유선의 현실적인 벽은 산화되어 부식되어갔고, 그녀의 내부는 부식되어 썩어들어 갔다.
 

일상적인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뒤늦게 자신에게 선물한 지독한 일탈은 결국 지금 자신의 화장실 욕실 위에 목 매달아버린 그녀만을 남겼다.
 

얼마나 지났는지, 움푹 파인 욕조 안은 그녀의 몸을 이루고 있었던 액체들이 흘러 채워졌다. 유선의 눈은 목을 휘감고 있던 가느다란 검정색 전기줄이 파고 든 압력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튀어 날 올 듯 했다.
 

그녀가 매달려 있는, 오래된 습기를 머금어 타일 사이사이 박혀버린 곰팡이가 가득한 화장실 문이 열린다. 상 · 하의, 눈 위 까지 눌러쓴 모자, 그리고 눈 아래까지 치켜 쓴 마스크. 그 모든 것이 검정색으로 뒤 덮인 사내가 들어왔다.
 

약간 드러난 피부색은 희다 못 해 창백한 그는 유선의 앞에 섰다. 그녀의 터질 듯 한 눈동자가 그를 노려봤다.
 

“그쪽 모든 살아생전의 흔적들은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제가 치우면 치울수록 그대의 생전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을 텐데 많이 고통스러웠겠습니다. 그대가 지겨워했던 현실 속에는 발버둥 치던 딸아이와 남편분이 있더군요.”
 

공의 주머니에서 찢어진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딸아이가 그린 그림 안의 그녀의 모습은 항상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은 또 다른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녀가 좋아했던 불륜남이 자신의 아내와 통화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냥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 여자가 미친 듯이 쫓아다녀서 이렇게 된 거야. 내 잘 못 아니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차피 다 끝난 거잖아. 그 여자 죽었어. 자살했다고. 용서해줘 제발. 여보세요? 자기야? 여보. 여보!”
 

공은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대가 사랑했던 남자는 당신의 남편보다 못 한 사람이었더군요. 이해합니다. 일상에서 일탈을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하는 생각이니깐요. 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지. 당신은 했으니 여한은 없겠지요?”
 

그는 그녀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차갑디 차운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당신의 용서는 자신이 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 울어도 됩니다. 가셔서 용서받으세요.”
 

매어진 목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리 나지 않는 울음은 하염없이 서글펐다. 그녀는 가루처럼 흩날려 공중으로 사라졌고, 오래되어 부식되어버릴 것만 같은 집은 어느새 깨끗한 새집으로 변화되었다.
 

공은 입에 담배를 물고, 힘껏 빨아 당겼다. 초점 없고 무기력한 눈동자는 그녀가 매달려 있던 허공을 한동안 응시했다. 허연 연기만이 그녀가 가는 길을 배웅하는 듯 했다.
 

**
 

망은 검정색으로 둘러 싼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계단을 힘없이 내려가는 모습을 한 없이 쳐다보았다.
 

“언니? 뭐 보고 있어요?”
 

망은 그녀가 친하게 지내는 동생을 쳐다봤다.
 

“아냐, 선아. 그냥 들어가자.”
 

누군가가 죽어갔는데, 그 흔적을 누군가 깨끗하게 지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끌리듯이 화장실로 다가갔다.
 

선이 그녀의 뒤로 다가와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우리 언니 대단한 무당이야. 뭔가 보여? 어어??”
 

그녀는 궁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망을 바라봤다.
 

“화장실에서 목매달아서 여자가 자살했다고 했거든. 그래서 집값이 뚝.”
 

선은 신나했다. 이런 아파트를 이런 싼값에 구입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넌 사람 죽었다는 집에서 살고 싶냐. 덜떨어진 년아. 정신차려.”
 

괜히 심술이 난 망은 베란다로 나가 얇은 담배를 립스틱 붉게 바른 입술로 물었다. 윤기 가득한 긴 흑색 생머리에, 목에는 붉은색 쵸크를 감싸고, 위아래 붉게 붉은 정장을 입은 그녀는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달콤한 담배연기가 창문 밖으로 흩어졌다. 연기와 함께 항상 그녀는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화려하지만 내부는 예전부터 썩어 지금은 너덜해진 지 오래다. 이대로 저 검은 바닥에 몸을 던져 붉게 퍼지고 싶다.
 

멍하니 아래를 쳐다 보다, 아까 잠시 스쳤 지나갔던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 남자는 망을 잠시 뚫어지라 쳐다보다 시커먼 카니발을 타고 사라졌다. 그녀는 담배가 다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한동안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온기 가득한 두 팔을 느끼고는 정신을 차렸다. 선은 망을 쳐다보며 웃었다.
 

“우리 언니 옆에 항상 내가 있으니깐,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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