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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입이 찢어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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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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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미정 냄새 오진다 진짜.”







미정은 교실에서 왕따다. 자리에 앉아 반항도 못 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정말 자신에게 냄새가 나는 지 한참이나 온 신경을 후각에 집중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바디워시를 10번이나 몸에 바르고 씻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거친 솔로 손을 몇 번이나 문질렀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냄새가 난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한창 여자로서 예민한 시기. 그녀는 모진 고통을 한 몸에 받으며 견뎌내고 있다.







쉬는 시간이면 반에서 장난이라면 따라 올 사람이 없는 영식이는 어김없이 미정의 곁을 맴돌며 괴롭힌다. 머리에 흰 먼지가 보이면 비듬이 많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보고는 평생 안 씻고 산 거 같다. 더러워서 같은 반에서 있기 싫다.







모진 욕설과 함께 수치심을 준다. 주위의 아이들은 자신이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한껏 웃음에 동참한다.







미정이 기침을 한다. 영식이 분필 지우개 두 개를 들고 충돌을 일으켜 흰 분가루를 미정의 머리 위로 흩뿌린다. 교실은 순식간에 뿌연 가루로 뒤덮였다.







“봐봐 김미정 머리에 비듬 대박. 머리 좀 감아라 벌레야. 부모님이 없으면 깨끗하기라도 해야지?”







미정은 마른기침을 하면서도 무기력하게 당한다. 반항을 하고 싶었으나 꼼짝할 수 없다. 무엇인가 팔과 다리를 묶은 듯 움직일 수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물만을 흘리지 않는 것이다. 이를 앙다물며 학교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고 담임이 들어온다. 눈살을 찌푸리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학생들을 때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납작한 장구채가 교탁을 찰지게 때린다. 몇몇 아이들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뿌연 분필가루를 뒤집어 쓴 미정을 보고 담임은 모른 척 한다. 귀찮은 거다.







“요즘 뭐 빨간 마스크니 뭐다 하면서 쓸 데 없는 이야기 퍼뜨리고 다니던데. 다 지어낸 거니깐 어린 애들처럼 겁먹고 하지마.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 가지고 서로 장난치다가 크게 다치니깐.”







담임은 아이들을 한번 쓱 훑어 봤다.







“특히 영식이 너 장난치지 마 알았어?”







“헤헤, 당연하죠. 그리고 빨간 마스크 따위 저는 무섭지도 않다고요. 만나면 제가 반 죽여 놓을 거예요.”







영식이는 과장된 몸짓으로 주먹질을 해 보인다. 고요했던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금새 가득 찼다. 미정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동조하고 싶지 않아 괴롭힘 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2







요즘 다시 유행하는 빨간 마스크 괴담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100미터를 3초 이내에 달릴 수 있다. 길에서 만나면 자신이 예쁘냐고 묻고, 만약 ‘예쁘다’ 고 하면 자신과 같이 입을 찢고, ‘아니다’ 라고 하면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고 한다. 그리고 노란색을 싫어한다 등등.







아이들 사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공포의 대상이다. 현재 미정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 내부에서도 빨간 마스크만큼 뜨거운 것은 없다. 매번 두려워 혼자 하교를 못 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영식은 그런 것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다며 오히려 친구들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한다.







친구들은 그런 영식이를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 시선을 즐기는 영식이는 오늘도 역시 혼자 길을 걷는다.







영식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년 전 살인사건으로 딸을 둔 부모가 살해당해 버려진 흉가를 지나가야 했다. 음산하고 스산한 기운을 품고 있는 2층 단독주택은 영식이 요즘 들어 제일 싫어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나가지 않으면 집으로 도착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식은 두리번거린다. 혹시 주위에 누가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방에서 노란색의 빈 돼지 저금통을 꺼내 들었다. 그것을 들고 허공에 이리저리 휘젓는다. 친구들에게는 빨간 마스크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호언장담을 한 그였지만 실상 밤에 무서워 혼자 오줌도 누러 가지 못 하고 있다.







눈을 질끈 감고 돼지 저금통을 허공에 휘저으며 흉가를 지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영식은 깜짝 놀라 경사진 논두렁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흙탕물에 흠뻑 젖은 그는 자신이 굴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깜짝 놀라 얼어 있는 미정이 보였다. 그녀도 집으로 가는 중이었고 최대한 영식의 눈에 띄지 않고 걸어가던 와중에 그가 지레 겁먹고 자빠진 것이다.







자신의 분에 못 이긴 영식은 비탈길을 빠르게 타고 올라 미정의 발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 내렸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심하게 구른 그녀는 영식과 마찬가지로 더럽혀 졌다. 극단적인 자존심을 내세우던 영식은 미정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야, 너 학교에서 내가 한 짓 말하고 다니면 가만 안 둘 거야. 학교 못 다니게 할 거라고.”







주먹으로 심하게 맞은 미정의 얼굴은 퉁퉁 부었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 미정은 옷을 털고 멀어지는 영식의 뒷모습을 바라 봤다.







#3







옷은 젖었고. 얼굴은 부었다. 온 몸은 멍투성이가 되어 미정은 집으로 돌아 왔다. 주택의 반 지하에 눈 먼 할머니와 함께 사는 그녀는 땅으로 꺼지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 올 때마다 자신의 인생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유독 그랬다. 내일부터 더욱 더 힘든 학교생활이 시작되겠지.







“미정이 왔어?”







인기척을 느낀 할머니는 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네, 할머니. 다녀왔어요.”







얼마나 숨죽여 울었던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우리 손녀, 무슨 일 있느냐?”







“아니에요.”







더 이상 말했다가는 다시 울음이 터질 거 같아서 부엌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젖은 옷을 벗지도 않고 이불을 둘러싸고 울었다. 할머니가 ‘밥이라도 먹고 들어가지’라는 말도 무시한 채 한동안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깊은 밤이 되었다. 책상 위에 놓인 탁상 거울 안 자신의 몰골을 보니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영식의 괴롭힘은 계속 되었고, 그 강도가 심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영식의 부모였고, 그는 그것을 빌미로 괴롭혔다. 엄마, 아빠가 모두 살인 당하고 눈 먼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것을 유희거리로 삼았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미정은 아까 본 영식의 모습이 떠올랐다. 빨간 마스크가 두려워 노란색 저금통을 허공에 휘젓는 모습.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책상 한 구석에 놓인 녹이 낀 가위를 집어 들었다. 미정은 한동안 가위를 들고 거울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크게 벌렸다.







가위를 입안으로 들이 밀었다. 왼쪽 입꼬리를 살짝 잘라보았다.







고통의 신음과 함께 가위를 떨어 뜨렸다. 검붉은 핏방울이 책상위로 떨어졌다.







“아파.”







살짝 자른 부위는 아렸다. 그리고 점차 그 고통이 심해졌다. 그녀는 흐느끼며 반대쪽 입꼬리를 잘라 나갔다. 손을 부들거렸고 피는 책상 위에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녀는 고통에 잠을 이루지 못 했다. 힘들게 자른 양옆 입꼬리는 흐물거렸다. 발음이 새어나가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책상에서 흰 마스크를 꺼내어 귀에 걸었다.







금세 마스크는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미정의 방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고통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학교로 향한다. 그녀가 지나 간 자리에 붉은 피가 길을 이루었다.











#4







“김미정”







담임이 출석을 불렀다. 미정의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모두들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의아해 했다. 영석은 아무렇지 않게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빨간 마스크한테 잡혀 간 거 같은데요?”







영식의 시덥지 않은 소리에 다시금 교실에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그는 자신의 농담에 아이들이 웃는 것에 만족을 했다. 그리고 복도 쪽 창문을 바라보았다.







마스크가 붉게 물든 여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영식은 심장이 멋을 듯 했다. 여자가 힘없이 뒷문을 열고 그를 향해 걸어왔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정은 필사적으로 영식에게 달라 들었다. 그는 그녀를 밀치고 교실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갔다. 그녀도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그를 따라갔다.







공포에 질린 영식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정신없이 정문을 빠져나간 그는 잠시 뒤를 돌아 봤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붉은 마스크의 그녀가 손을 허우적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빠.. 빨간 마스크다”







학교 창문에는 공포와 흥미가 뒤섞인 전교생들이 미정과 영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뒷걸음질 치던 영식은 달려오는 SUV차량의 바퀴에 끼여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그는 목이 꺽인 채 끝까지 말했다.







“빠.. 빨간 마스크다”







미정은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영식.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것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







미정은 학교에 가지 못 한다. 녹 낀 가위로 자른 덕분인지 상처 난 부위에 고름이 가득 했고 썩어 들어갔다. 고통에 허우적대며 피가 마른 바닥에 누워 있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할머니가 밥 먹으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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