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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reddit] 감염된 마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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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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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dit.com/r/nosleep/comments/2dai63/infected_town_part_12/




[Claire의 일기다. 이 일기가 너희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하루종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고 있어.

한 순간 난 너무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서 누굴 죽여버리고 싶지.

그리고 나서는 절망이 찾아와.

절망은 여기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인데.

그리고 나서는 그 순환이 계속돼.

그것을 사랑했다가, ‘그것을 증오했다가, 다시 그것을 사랑하게 돼.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내가 깨어 있을 때, 이건 감염 증상 중에 하나겠지.

그래야만 해. 내 삶을 파괴하는 신이든 악마든간에

어떤 씨발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나랑 내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랑 단 둘이만 있을 때,

난 금빛 찬란한 평화를 느끼기도 해.

그 헌신과, 그 사랑. 그 평화는 심지어 내가 일어나서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날 찾아와.

때때로 필름이 끊기는 게 느껴져.

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고 난 미치는 거지.

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게 찾아올 때가 있어. 꼭 지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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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가 춤을 추면 난 웃기 시작해.

그리고 우리 모두 춤을 춰. 맨 발로.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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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순 없어.

날 죽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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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해. 그만 속삭여. 니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알아. 제발 그만해.

돌아와. 내가 너보고 방금 가라고 했었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야

난 너가 필요해 제발 넌 날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너 없이는 견딜 수 없어 널 증오해

씨발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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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의 찬란한 괴로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기다리며.

기다리며.

여행자는 맹목적으로 꺼려 한다. 반쯤은 무지한 채로, 무기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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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 기어다녀야 했다.

Heather는 그게 웃기다고 했다. 나도 웃겼다. 하지만 Blake는 울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Blake가 우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내 옆에 무릎꿇고 울면서 날 사랑한다고 했다.

Heather는 굉장히 화를 냈다. 막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쉈다.

그 날 밤에 우리는 또다시 춤을 췄다.

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침대에 누워서 팔로 그들을 껴안고 지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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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지났다. 그건 확실하다. 어쩌면 몇 달이 지났을 수도 있다.

정신이 드는 날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보통 너무나 피곤해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써야겠어. Elizabeth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녀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이 느슨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필름이 끊기고, 걸을 수도 없다.

다리 근육이 퇴화한 것 같다. 피부 또한 종잇장같이 새하얗다.

갈비뼈는 툭 튀어나왔다. 이젠 펜을 잡는 게 힘이 든다.

 머리카락이 뭉터기로 빠지고 있다.

내 다리가 이 모양이 된 다음부터는

계속 바퀴달린 컴퓨터 의자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정신은 한결 또렷해졌다.

내 속에 있는 뭔가가 마치 내 스스로 내 몸이 차츰 망가져가는 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다.

Clayton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알아냈다.

그와 다시 연락이 되는 데는 꽤 오래 걸렸다.

Elizabeth가 그가 나에게 연락하는 걸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Elizabeth는 실제로 많이 방해를 했다.

 Claire의 방문 앞에 수없이 많이 쪽지도 남겼고 사진도 찍어서 보냈다.

그러나 그 중에 실제로 Claire가 받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Elizabeth는 내 생각보다 훨씬 교활했다.]


요즘은 하루종일 정신이 멀쩡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 중에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방 안에 앉아서 곰팡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애들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우리 방 사이에 있는 복도에 와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었다.

 Heather는 가끔 노래도 불렀다. 평소와 같이.

사람과 접촉한다는 생각만 해도 토기가 치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 속에서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절대로 이 방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저녁쯤, 몇 시간 전에, 주차장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놀라서 돌아봤는데, 어떤 두꺼운 봉투 하나가 내 방문 아래로 밀어넣어지는 거였다.

난 의자를 방문 쪽으로 밀어서 서둘러 봉투를 집어들었다.

다른 방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봉투 앞면에는 “Claire : 혼자 있을 때만 열어보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여행자의 뾰족뾰족한 글씨체라는 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봉투를 서툴게, 그리고 천천히 여는 동안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손은 더 이상 예전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Claire의 손글씨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몇몇 부분은 거의 읽을 수 없는 정도였고, 또 어떤 부분은 그냥 낙서를 찌끄린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여기 옮길 수 없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봉투를 여는 데는 적어도 오 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난 조용히 앉아서 봉투를 열었다. 사진 몇 장이 떨어졌다.

아니, 사진 두 조각이 떨어졌다. 찢어진 조각이었다.

좀 큰 첫번째 조각은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었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코에 피어싱을 한 금발머리 소녀와, 보조개를 보이며 웃고 있는,

어딘지 낯이 익어 보이는 애쉬 브라운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Clayton.

그의 바로 옆에서 사진이 찢어져 있었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사진에서 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뒷장에 뭔가가 쓰여 있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 글씨를 읽었다.

맨 위에는 날짜가 있었다. 200910.

아래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이름이 쓰여 있었다.

Jess, Alan, Clayton 그리고

사진은 거기서 찢겨 있었다.

나는 뒤집힌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머지 사진의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내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난 사진을 집어들어 이름을 읽었다.

Liz.

사진을 뒤집었다.

Elizabeth Hadwell, ‘육체

그러니까 이 모든 엿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주범의 얼굴을 나는 드디어 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를 이런 지옥에 빠트린 인물의 얼굴을.

예쁘장한, 미소짓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눈동자, 짧은 갈색 머리, 빨간 립스틱.

매력적이고 사람을 끄는 얼굴.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얼굴이 지금까지 본 그 어느 것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사진 속의 이 여자가 누구보다도 사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여자가 그 모든 것의 원흉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Heather였다.

옆 방에서, Elizabeth Hadwell, 내가 한 달 넘게 함께 살았던

그 여자가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선샤인, 나만의 햇살.

힘들고 지친 날 감싸줘요.


그리고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내가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새카맣게???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나에게로 쏟아지며 덮쳐들었다.

그동안 진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진실은 나와 함께, 아니 내 눈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내 앞에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난 항상 그것을 무시하기만 했었다.

나는 Blake와 만나기 이전에 이 감염된 마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아파트 건물과 경찰서를 탐험했었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때부터 Elizabeth가 날 주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날 따라왔다. 날 씨발 끈질기게 따라와서 San Francisco까지 온 거다.

그래서 내 단짝 친구 Blake를 이용해서 내 삶 속으로 끼어들 구실을 마련한 거다.

Blake는 핫한 여자들의 유혹적인 손길을 결코 뿌리치지 못할 테니까.

그녀한테는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풍겼다.

존나 쿨해 보였다고.

그녀는 우리가 그날 밤 그 바로 가도록 모든 걸 세팅한 다음에

자기가 Blake의 침대로 기어들어갈 수 있도록 우릴 조종했다.

Blake가 그 날 밤 누구랑 잤든 난 상관하지 않았다. 질투도 하지 않았다.

(Blake랑은 가끔 섹스도 하는 사이였지만. 한때 잘 될 때도 있었다.)

왜냐면 그 날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애쉬 브라운 색 머리에 보조개가 있는 어떤 남자한테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그 남자랑 같이 밤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아까의 그 사진 덕분에 그 남자가 Alan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Alan은 아마 Elizabeth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Alan을 이용해서 나를 손쉽게 치워버린 후, 한층 수월하게 Blake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겠지.

좆 같은 년. 난 널 존나 증오해.

내 생각에는 Alan이 그 호텔 방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던 건

Elizabeth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던 건 같다.

진짜 뛰어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Elizabeth는 그렇게 썼었다.

아마 거짓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실제로 탈출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Alan이 나한테 나타났던 걸 보면 아마 Elizabeth는 손쉽게 다시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Heather는 우리 삶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 감염된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Blake를 스스럼없이 껴안았고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했다.

난 그녀가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자는 여자 정도.

딱 그 정도로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Heather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Elizabeth가 얼마나 남을 조종하는 일에 능한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Nosleep 유저들을 속여왔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 Liz인 것처럼.

그녀는 미치도록 뛰어난 배우이다.

그리고 이제 Elizabeth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개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심지어 중간중간 자기가 누구인지 힌트를 주면서까지 날 농락했다.

오레건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를 기억하는가?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나왔던 그 문자.

HE만 대문자로 써 있었던.

HE. ‘를 뜻하는 ‘he’가 아니다.

그건 이니셜이었다.

Heather Engels. Elizabeth Hadwell. H.E.

가지고 놀았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던 거다.

맙소사, 우릴 보면서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을까.

그리고 Clayton이 보냈던 닭장 속의 여우”? 이젠 우리 모두 그 여우가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왜 우리를 향해서 총을 쐈는지도.

왜 진작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딴식으로 나한테 설명할 수밖에 없었냐고???


[이건 내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굴었던 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조심성은 모든 일을 결국 그르치게 만들었다.

 정말 미안하다, Claire.

너에게 그 즉시 말했어야 했다.

너를 그 곳에서 바로 빼냈어야만 했다.]


Blake의 비명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급히 그의 방으로 갔다.

정말 순수한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비명. 난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팔로 내 쓸모없는 다리를 끌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Blake의 방으로 기어갔다.

문을 여는 게 제일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문고리가 나에게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난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힘을 줬다.

Blake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미친년 Elizabeth가 그를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Blake의 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의 손목을 거의 잡아뜯듯이 잡고 있었다.

얼굴을 하도 가까이 들이대고 있어서,

Blake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벌렸다. 크게. 아주 크게.

사람의 입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마치 뱀이 먹이를 먹을 때처럼, 그녀가 아래턱을 탈골시켰다.

그리고 뭔가 까만 것이뭔가가 입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게 뭐 연기였는지 액체였는지 어떤 미친 지랄이었는지 모르겠다.

치 까만 기름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러면서도 무슨 연기처럼 공기 중을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Blake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Blake가 지르는 비명은 이제 그 까만 무언가에 막혀서

꼭 가글할 때같이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되었다.

 난 그제서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lizabeth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 기름 같은 까만 것이 다시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녀가 입을 다물자, 그 까만 것이 턱 밑으로 살짝 흘러내렸다.

 Elizabeth는 매우 분노한 듯 했다.

뭔가 굉장히 난폭해 보이는 동시에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탈골된 턱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어딘지 뒤틀려 보였다.

환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이 정신이 아찔했다.

Elizabeth는 자신의 늘어진 턱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커진 눈에는 흰자위가 하나도 없이 온통 새카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입을 비틀어 역겨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난 다시 비명을 질렀다.


[Claire가 여기서 목격한 이 장면이 아마도 개체의 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Elizabeth의 몸 속에 숨어있지만,

가끔씩 이런 식으로 그것스스로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Blake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강력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ElizabethBlake를 끌고 침대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방 중앙까지 마치 거미처럼 기어오더니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Blake의 목덜미를 잡고 서 있었는데,

슨 젖은 수건이라도 들고 있는 것 마냥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었다.

Blake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난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Elizabeth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키가 훨씬 커 보였다.

하지만 내가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에 커 보였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중얼중얼거렸다.

이미 어두운 방 안에 칙칙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거의 자비롭다고까지 느껴질 만한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는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두세명이 한꺼번에 말하는 듯한 목소리.

하나는 웅웅 울리는, 그러나 꽤나 거친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높고 째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잘 모르겠다. 뭔가 달랐다.

여자의 몸에서 나올 법 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우리 귀요미가 뭘 하려는 걸까?” 그것이 나에게 물었다.

Blake를 든 손을 살짝 흔드는 채로.

Blake가 살짝 신음했고, 그것은 나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거의 무의식중으로, 내 손은 천천히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던 램프를 쥐었다.

개체’, 아니 Elizabeth, 아니 어떤 개지랄이든간에

내가 문지방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결코 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목소리는 Heather의 목소리였다. 아니지. Elizabeth의 목소리였다.

쟨 아무것도 못 해, 내 사랑.” 그녀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못 하지.” ‘개체의 수많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리 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걸.” Elizabeth가 다시 말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말하고 있었다.

무슨 병신 같은 잡담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두 사람이라도 이 방 안에 있는 것처럼.

그렇지. 절대 못 벗어나지.”

꼭 죽기라도 바라는 것 같지 않아?”

진짜 죽고 싶은 걸지도.”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볼까?”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보자. 얼마나 빨리

길 수 있는지.” Elizabeth개체의 말을 이어 받았다.

나를 향해서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난 내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내 손에 들린 부서진 램프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녀에게.

아니 그것에게. 아니 뭐든 좆도 상관없어.

램프는 그녀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을 채로 분노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침대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내 눈에 보이는 숨을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Elizabeth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이방 저방을 뒤지고 다녔다.

녀가 숨을 몰아쉬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나는

그녀가 나를, 그리고 Blake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그것과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그냥 계획대로 하자, 내 사랑.” Elizabeth의 목소리가 말했고,

그래, 자기야. 그래야지.” ‘개체가 대답했다.

 “자기는 너무 똑똑해. 계획대로. 예쁘고 영리한 우리 자기.”

맙소사. 자기애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저렇게 되나보다.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그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존나 웃기기는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마치 깨가 쏟아지는 연인이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난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Blake를 데리고 뭘 하려는 건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들은 심지어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마 실제로도 난 그들 관심 밖이었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하나도 없었으니까.

난 침대 밑에 그저 끝없이 누워서,

그들이 내는 발자국 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들이 밖으로 나갔다.

난 미친듯이 아까의 그 방으로 기어가서 Blake를 찾았다.

하지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Blake를 데려갔다.

그들이 나에게서 Blake를 데려갔다

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그 때 이후로 난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한 주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 같은 한 주였다.

Elizabeth가 내 주변에 있지 않으면 그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아니면 그녀는 그냥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고문 같은 일들을

내가 말짱한 정신으로 견뎌내는 걸 원하는 걸 수도 있다.

이 모든 무료함과 고통과 절망을, 두 눈 똑바로 뜨고 견디는 것을.

내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 감염이 좀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낄 뿐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 병이 날 집어삼키고 있다.

난 지금 그냥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아니, 도와달라고 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냥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내 남은 삶 동안 끝없이 고통받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인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Blake. 너를 너무나 사랑해.

네가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널 구할 수 있었으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네가 살 수 있었으면.

곰팡이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침대를 타고, 이 일기장까지.

내 손까지 기어오른다.

침대에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내 다리는 이미 곰팡이에 뒤덮여 버렸다.

난 곰팡이가 내 다리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미친듯이 아팠을거야.

얼굴이 뻣뻣해진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면, 내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귀까지 찢어져 있는 징그러운 미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난 여전히 웃고 있다.

난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 누워서 곰팡이가 내 몸의 나머지를 온통 다 뒤덮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잃고 승천할 때까지.

.

지옥으로 곧바로 승천할 때까지.

얼마든지.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나는 기다린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잠깐. 뭐지?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다.

Clayton이 이어서 서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는 너무나 지쳤다.

악몽과 같은 기억들이 차라리 감염된 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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