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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Reddit] 이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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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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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EqKqI
본문에 나온 다락방 문 (Attic door)


난 인구 6만명 정도의 마을에 살았다. 작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였다. 범죄율은 낮았고 특히 강력범죄는 없다시피 했다.
난 조용한 동네에 살았다. 부기맨보다 자동차 창문을 깨고 조수석에서 지갑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는 소문을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곳이었다.


내 부모는 주중엔 5시쯤 돼서야 집에 돌아왔고 학교는 3시 반이면 끝났다. 그런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한 시간 정도는 혼자 있어야 했다.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TV를 볼 수도 있고 14살이 집에 호자 있을 때 할만한 거라면 뭐든지 했다.


그런 일을 안 할 때면 난 침실 창문으로 옆집을 훔쳐봤다. 나도 안다. 변태새끼라고 하든지 뭐든 좋을대로 불러라. 하지만 내 이웃은 끝내줬다. 그녀는 20대 후반에서 서른 초반으로 보였다.
아름다운 눈동자와 완벽하고 눈부신, 새하얀 미소까지. 몸매 역시 태어나서 본 것 중에 최고였다. 난 이웃에 거의 집착하고 있었다. 언제든 그집에 차가 있을 때면, 난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그녀를 훔쳐봤다.


14살이었던 내가 이웃에게 빠진 또 다른 이유지만, 희한하게도 그녀는 나체로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주제에 절대 블라인드를 치는 법이 없었다. 거의 1년 동안 봐오면서 그녀가 우리집 창문을 쳐다봤다고 확신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저 기우였는지, 혹은 그녀가 눈치 챈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난 언제나 들키지 않게 신경썼다. 혹시라도 들켜 그녀가 부모님한테 내가 관음증 걸린 변태새끼라고 이를까봐 무서웠다. 물론 그것보단 블라인드를 내리는 게 더 끔찍한 일일 테지만.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멋들어진 메르세데스에 침실이 서너개는 딸린 집에 혼자 살면서도 일하러 가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이따금 장을 보거나 운동하러 다니긴 했지만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


어느날 집에 왔을 때 옆집에 메르세데스가 있는 걸 보고는 내 까마귀 둥지로 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쇼를 관람했다. 여기서 가장 잘 보이는 거실은 먼지 하나 없이 평소보다 훨씬 깨끗했다. 그녀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청결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완벽하리만치 깔끔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복도에서 걸어나왔다. 주차로에 다른 차는 없었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차고나 다른 데다 주차해뒀겠지 싶었다. 그녀는 남자의 등장에 눈에 띄게 놀란 것 같았다.
소파 구석으로 펄쩍 뛰기까지 했으니. 처음엔 소리지르던 그녀는 곧 진정하더니 남자와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품에서 검은색의 얄팍한 상자를 건네더니 집을 나왔다.


그는 거리로 나와 우뚝 멈춰서더니 15내지 20초 동안 미동도 않고 서있었다. 그러곤 시계를 보다 재빠르게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난 놀라 자빠지며 부디 그가 날 못봤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난 안다. 그놈이 날 봤단 걸. 그놈은 그녀에게 말할 테고 그녀는 내 부모님에게 말하겠지. 난 조용히 블라인드 사이로 그가 집에 들어갔나 살펴봤지만 그는 사라져있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만큼 이웃집을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보이는 거라곤 아까처럼 소파에 앉아있는 그녀뿐이었다. 그는 길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사라진 것이다.


난 그가 이웃에게 옆집에 관음증 걸린 애새끼가 산다고 말했을 거라 생각해 그녀가 내 부모님에게 말하러 오기 전까지 실컷 봐두려고나 했다. 하지만 블라인드로 옆집을 엿보고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 앉아 검은 상자를 들여다보고 있을뿐. 30분이 지나 난 엿보기를 관뒀다.
밤에 다시 엿봤지만 똑같은 모습인지라 5분 뒤엔 그냥 눈을 떼고 자러 갔다. "대체 저 병신 같은 상자가 뭐가 그리 중요한 걸까?"하고 생각하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힐끔 창문을 들여다 봤다. 이 시간엔 그녀가 일어나있지 않아 평소엔 잘 안 하는 짓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소파의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 좆같은 상자를 쳐다보면서. 그 상자에 너무 흥미가 생긴 나머지 꾀병을 부려 학교를 쉬고 온종일 집에서 이웃을 훔쳐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게도 내 꾀병은 통했고 부모님은 날 집에 놔두고 일하러 가셨다.


잠깐 이웃을 살펴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커피 테이블에 앉아 그저 검은 상자를 들여다볼 뿐이었다. 벌써 20시간 정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지라 난 밑층으로 내려와 시리얼을 한 그릇 말아왔다. 시리얼을 먹고 있으니 밖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 점심을 먹으러 돌아왔겠거니 싶어 아랫층으로 내려가 싱크대에 시리얼을 버리고 그릇을 들고와 침대 밑에 숨겼다. 하지만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소리가 안 들리는 걸로 봐서 부모님은 아닌 것 같아 난 자는 척을 멈추고 다시 이웃을 엿봤다.


차 문은 그 집 앞에 선 늙은 여자의 것이었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다 마침내는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검은 정장의 남자가 떠나고 나선 잠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노파는 내 이웃한테 다가가더니 떠들어댔지만 이웃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파는 점점 짜증을 내더니 종국엔 그녀를 붙들고 흔들어댔다. 그것도 안 먹히자 노파의 눈이 상자로 향했다.


노파는 상자를 집어들고 살펴봤다. 이웃은 그제야 움직였다. 그녀는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노파는 상자를 잠시 보더니 몇 걸음인가 이웃을 따라가다 멈춰서고는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쳤다.


거실로 돌아온 이웃은 큰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노파에게 다가가 배에 칼을 찔러넣었다. 노파는 배를 부여잡으며 주저앉더니 결국은 쓰러졌다.
이웃은 노파를 잠시 보더니 피묻은 칼을 쳐다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희고 완벽한 치열을 드러내며. 그녀는 노파 앞에 꿇어앉더니 목을 찔렀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또 다시. 그녀는 이 불쌍한 노파를, 이미 숨이 다한 시체를 몇번이고 찔러댔다.


이 충격적인 광경에 난 얼어붙고 말았다. 눈을 돌릴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오래 봐왔던 여자가 괴물이었다니. 내 생각에, 그녀는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았다. 그녀는 노파의 머리를 잘라내고는 머리끄댕이를 잡아 나이프를 가져온 곳으로 들고 갔다. 거실로 돌아온 그녀는 목없는 시체에 다시 칼을 꽂아넣었다. 시체 위에 선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만족스레 바라보다 갑자기 위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바로 날 쳐다봤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이 내 눈을 보고 있었다. 미소는 여전히 환했고, 위협적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조금 까닥거리더니 미소를 지웠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분노로 채워졌다. 날 향해 손가락질하며 뭐라 소리치더니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노파처럼 날 죽이러 올 것이 틀림없었다.


마침내 난 공포를 떨치고 뒤로 물러섰다. 공황상태에 빠진 나는 복도로 나가 다락방 문을 열고 사다리를 끄집어낸 다음 최대한 빠르게 올라가 사다리를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다락방 구석에 숨었을 때 심장이 마치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쿵쾅거렸다. 그녀가 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광기에 차 소리지르는 게 들려왔다. 문과 창문이 다 잠겨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왔으니까.


그녀는 성 난 목소리로 "어디 숨었니 이 좆같은 애새끼야!"하고 소리쳤다. 그녀가 계단을 내달려 내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노에 찬 그녀가 숨을 토해내는 소리는 마치 곰이 그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옷장 문을 부수고 침대보를 찢으며 미친 듯이 날 찾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난 다락방 문에 달린 끈이 아직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녀도 곧 내가 다락방에 있음을 눈치챌 것이라 생각했다.
난 조용히 훌쩍거렸다. 오랫동안 훔쳐봤던 여자의 손에 죽게 되다니. 난 그저 거기 앉아 그녀가 집을 뒤엎으며 "찾으면 뒈질 줄 알아!"나 "남자답게 나와서 뒈지란 말이야!"하고 소리지는 걸 듣고만 있었다.


난 겁에 질린 채로 울며 오늘 학교에 갈 걸 하고 후회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우리 집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치 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온 집안을 헤집도록 날 찾지 못했다. 거리 아래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난 제발 그녀가 날 죽이기 전에 그들이 그녀를 체포하길 바랐다. 내 바로 밑에서 "젠장"하고 중얼대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녀도 사이렌을 들은 게 분명했다.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난 그녀가 뛰쳐나가며 거칠게 문을 닫는 소리를 들었다. 난 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날 꾀어내기 위해 문 닫는 소리를 냈을 거라 생각했기에. 난 거기 수 시간 동안 있었다. 곧 더 많은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심지어는 헬리콥터도 몇 번인가 지나갔다. 한 대였는지 여러대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안전해지기 전까진절대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었다.


/


엄마가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난 비로소 다락방에서 나왔다. 엄마는 깨진 창문들과 이웃이 날 찾으며 집에 묻힌 핏자국 때문에 경찰들과 함께 공포에 질린 채로 날 찾고 있었다.
이웃은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시체는 우리집 뒤의 숲에 있었다. 내가 들었던 사이렌은 이웃집에서 화재경보가 울린 탓에 그곳으로 가던 소방차들이 낸 것이었다.


경찰이 출동한 건 소방관들이 이웃집에서 노파의 시신을 발견한 다음이었다.
난 경찰에게 내가 본 것과 어떻게 그녀에게서 숨었는지를 알려줬다. 우리는 마을 건너편의 다른집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몇 년이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상자가 어떻게 됐는지, 그 안에 든 게 뭔지, 그녀가 자살할 때 썼던 총이 어디서 났는지, 혹은 검은 정장의 남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거라곤 그녀는 소방차가 왔을 때 내 집에서 도망쳤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들키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 총을 챙길 수도 없었고 우리집에 들어왔을 때도 총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았으니까.


말하는 김에, 난 이제 멀쩡하다.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거고. 그냥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고등학교 때 과학수사 교사가 수업에서 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데 틀린 것이나 내가 못 본 걸 말했기 때문인 게 크지만.


선생님은 어떻게 과학수사팀이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됐는지 오랫동안 설명했다. 자기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을 듣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노파는 이웃의 엄마였다. 교사가 말하길 그녀는 200번도 넘게 찔렸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많이 찔린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100번은 넘게 찔렸을 터였다.
그는 또 이웃이 노파의 목을 잘라 오븐에 넣고 불을 켰다고 했다. 아마 그게 화재경보가 울린 이유겠지. 교사는 이어서 두 여성이 격심한 말싸움을 하다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선생님은 두 여성이 싸웠던 증거가 있다고 했다. 이웃이 목격자를 찾기 위해 이웃집으로 쳐들어가 그를 죽이려 했지만, 목격자는 다락방에 숨어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난 그에게 가 이 사건은 두 여성 간의 싸움이 아니라고 했다. 상자 얘기를 했더니 그는 내가 잘난체하려 든다고 생각했는지 "아 그러냐? 상자? 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저 간단하게 답했다.
"내가 그 이웃이었으니까요."





원문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pplw3/i_was_the_neighbor/

출처 :
https://www.dogdrip.net/13457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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