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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2ch]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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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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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남들에게 한번도 털어놓은 적 없는 개인적인 트라우마지만,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이렇게 인터넷에라도 글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때 당시 자동차를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어떻게든 차를 한번이라도 더 몰 기회를 만들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 날도 좀 멀리 떨어진 현에 위치한 바닷가까지 홀로 장거리 드라이브를 갈 계획을 짰다.

깊은 밤중 몇시간을 내리 달렸을까. 문득 요의가 느껴졌다. 주변에 민가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혹여 자동차가 지나가다가 볼수도 있으니 샛길을 타고 조금 더 들어간 곳에서 차를 세웠다.
나는 노상에서 대충 볼일을 보고 운전하느라 찌뿌둥해진 몸도 풀겸 해서 산책삼아 걷기 시작했다.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 키가 껑충 큰 잡초들을 헤치며 한동안 터덜터덜 걸었다.

어디선가 벌레가 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잠시 멈춰서서 벌레 울음소리를 감상하는데, 그 소리에 어슴프레 섞여서 사람의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설마 야외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커플이라도 있는건가?
나는 짖궂은 호기심이 끓어 천천히 발소리를 죽이고 소리의 근원지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풀숲 너머로 언뜻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몸을 낮추고 좀더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하자 한 남자가 여자 위에 올라타서 움직이는 장면이 보였다.
진짜로 하는건가!!!!!!!!!!!

하지만 보면 볼수록 어딘가 움직임이 이상했다.
관계를 가지는 남녀 치고는 뭔가가 부자연스러웠다.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던 나는 이윽고 말도 안되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는 손에 식칼을 그러쥐고 여자의 목을 반복해서 찌르고 있었다.
칼의 움직임에 맞추어 여자의 입에서는 "게엑, 게엑." 하는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로 그저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손을 휘저으며 저항하려 애썼다. 하지만 허공에 흔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끝은 저항을 무의미하게 했다.

식칼의 움직임이 반복됨에 따라 여자의 움직임도 점차 멎어갔고, 남자는 찌르는 것을 멈추었다.
그 순간 내가 있는 반대편 방향에서 부스럭부스럭하며 몇명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났다.
도움을 청해야한다는 생각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끝났어?"


다가온 그들도 한통속이었다.
나는 일어서려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기사 이렇게 인적이 없는 곳에 타이밍 좋게 지나가는 행인따위 있을 턱이 없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그 때 만약 일어나서 도움을 청했더라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요란하게도 해치웠구만."
"옷에 다 튄건 어쩌려고 그랬어."
"확인사살 안해도 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그들의 섬뜩한 대화속에는 가벼운 웃음소리 마저도 섞여있었다.
나는 숨소리 하나 들릴까봐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였다.
잠시 후 또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그들은 얼추 대여섯명은 되어보였다.

뒤늦게 합류한 사람은 영화속에서나 보던 시체를 담은 까만 비닐 백 같은 것을 가지고 왔다.
그들의 대화를 전부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언뜻 들리는 내용 속에서 내 차 번호판을 언급하거나
차 외형을 설명 하는 것을 미루어 봤을때 내 차 이야기를 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은 일제히 이야기를 멈추었다.
전원이 말을 멈추고 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나는 그저 죽은 듯이 웅크렸다.
한참을 주변을 살피던 그들은 주섬주섬 시체를 수습하더니 가지고 온 까만 백 속에 넣었다.
지퍼 올라가는 소리,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불쾌한 오물 냄새가 강렬하게 퍼졌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그들은 시체를 들고 다들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가고 난 후에도 숨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차가 몇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지않은 곳에 멈췄다.


내 차가 있는 곳이야.


차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최대한 차를 세운 곳에서 멀어지고자 바다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뛰었다.
좁디 좁은 백사장을 가로질러 또 다른 풀숲으로 뛰어 들어가 몸을 잡작하게 엎드렸다.
핸드폰이나 지갑 전부 차 안에 두고 왔다.
그들이 만약 창문을 깨고 수색이라도 하면 내 개인정보를 다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미칠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단은 날이 밝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하면서 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지만 나는 아직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아예 환해지고 난 후,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백사장을 덮을 즈음 나는 혼잡을 틈타 산책하는 척 겨우 풀숲을 빠져나왔다.
한참을 백사장을 어슬렁대다가 슬그머니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가보았다.

어제 본 살인 현장에는 물론 쳐다보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내 차 뒷편에 빨간 차 한대가 주차되어있기는 했지만 어제 그 사람들 차는 아닌 것 같았다.
내 차 역시 딱히 깨지거나 부서진 곳 없이 멀쩡해 보였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만전을 기하고 싶던 나는 걷던 그대로 차를 세워둔 곳을 지나쳐 몇 km떨어진 곳에 위치한 여관 지역까지 걸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죽이다 다시금 차 가까이에 있는 해변으로 가서 수상한 인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겨우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긴급하게 출발시켜 맹렬한 스피드로 도망쳤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나는 휴게소에 들려 물을 사 마셨다.
경찰에 연락을 할것인가 고민이 되었지만 겁이나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고민에 빠져 차를 타러 돌아왔다가 나는 그것을 보고 말았다.


아까 탈때는 몰랐는데 조수석 문에 30cm정도의 길이로 칼로 긁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포기했다.


집에는 무사히 도착 했지만 그날 이후로 차는 일절 타지 않게되어 그차는 팔아버렸다.
몇년 후에 전근하느라 먼 곳으로 이사했기때문에 그 해변에 갈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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