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에 남친 알바가기 전에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길 가고 있는데
웬 여자가 갑자기 덜덜 떨면서 자기 도와달라고 말걸더라고
그래서 여기 근처에 파출소 있다, 거기 가봐라고 말했는데 방금까지 거기 있다가 나온거고
사실은 자기가 경찰인데 어떤 조직에서 폭행감금당했다가 도망쳤다, 근데 지금도 감시당한다 어쩐다 하면서 막 울먹+덜덜거려;
돈도 없고 폰도 없고 너무 배고프다길래 도와달라고 그래서.. 내 또래 여자애라서 측은한 마음에 일단 데려가서 밥 사줬어
근데 뭔가 얘기를 엄청 많이 하는데 들어보니까 정신이 좀 확실히 나간거 같더라고
처음엔 지가 경찰이랬다가 무슨 사무실 여직원이랬다가 갑자기 또 물장사를 했니 보도를 뛰었니 그러고
18살때 신내림 받았어야 했는데 안받았다, 그 뒤로 꽃도령(?)이랑 동자가 내옆에 있으면서 계속 떠든다
언니(나)보고 기 세다고 귀인이라고 그런다 그러는데 그 말 듣고 속으로 걔 욕해봤는데 모르더라ㅎ 뭐 당연한건가
남친은 알바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단 가고 나서 나는 얘를 해 지기 전에 경찰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나 만나기 전 근처 어떤 식당에 걔가 무전취식하고 싸웠었나봐
거기 사장님이 그 여자애 알아보시곤 어찌저찌 경찰 신고해서 걔네 부모님이랑 경찰이랑 와서 걔 데려갔어
그 부모님이 나보고 얘 데리고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오전에 같이 있었는데 애가 폰도 돈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했다고 막 그러시긴 하던데
아무튼 뭐.. 경찰도 있었으니 더이상 걱정할건 없다고 생각하고 짧게 얘기 나눈 후 그냥 나도 갈 길 갔어
여담이긴 한데 나는 직업이 법무법인에서 일하면서 심리상담사 공부를 하고 있어
그래서 차마 범죄피해 당했다고 도와달라는 사람을 뿌리치진 못하겠더라고
그 식당 사장님이 나보고 참 착하고 좋은 일 한건 맞는데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앞으론 절대 도와주지 말아라 그래서
내가 잘못한건가.. 싶었는데 남친은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 세상이 팍팍한거라고, 근데 자기도 걱정 많이 했으니 다음엔 꼭 도와주지 말라고 해줬어.
몇시간동안 있었던 얘기를 짧게 쓰려니까 좀 두서없게 느껴지긴 하는데.. 다 지나고보니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고 기괴한 경험이었던 거 같아서 글 남겨봐.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더 맘먹고 차갑게 뿌리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