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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착하기만했던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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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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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꿈에서 어머니를 죽였다. 꿈 속의 나는 날이 갈수록 점점 잔인해진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나를 키운 고마운 분인데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이 꺼려져서 요즘은 불면증까지 생겼다.

 

나는 불안하고 찝찝한 기분을 떨치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고개를 저었다.

결혼을 앞두고 미리 들어와 살고 있는 신혼집의 풍경이, 더 낯설게만 느껴졌다.

내 옆에는 이제 곧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내 기척에 부스스 깨어난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또 어머니 꿈 꾼거야? 그거 자기가 효심이 너무 깊어서 그런거야. 어머니 걱정을 하도 하니까 그런 거라구."

 그녀는 잠꼬대처럼 말하며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의 포근한 가슴에 안기자 긴장이 풀렸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어머니를 너무 걱정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하면 그 좁은 단칸방에서 혼자 사셔야 하는데, 그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러워서, 그래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다면 만사 오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도 외롭지 않고, 나 또 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며칠을 망설인 끝에 여자 친구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문제에 대해 털어놓았다.

화를 내거나 고민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여자친구는 단박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얘기 꺼낼 줄 알았어. 내가 졌다, 졌어. 모시고 살자."

나는 진심으로 여자친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리고 평생 이여자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순탄하게 결혼 준비가 진행되고, 우리의 신혼집에 어머니의 짐도 차근차근 옮겨졌다.

착한 여자친구는 우리 집에서 제일 넓은 안방을 어머니께 내어드리면서도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았다.

싫은 표정은 커녕, 매일 밤 나를 품에 안고 자장가처럼 속삭였다.

"어머니는 걱정하지마. 이제 편하게 잘 지내실 거야."

나의 불면증도 점차 사그라져갔다.

 

어머니가 집으로 들어오기 일주일 남짓 남은 날, 

낮에 마신 커피 탓인지 나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잠이 들락말락한 기분 나쁜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런데 잠든 줄만 알았던 여자친구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얼굴 위에서 손을 흔들어보고,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마치 내가 잠들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혹시 TV에서나 봤던, 잠든 남편에게 뽀뽀를 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속삭이는, 그런 행동을 하려는 것일까?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잠든척 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내 귀에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속상이기 시작했고. 나는 간지러웠지만 꾹 참고 귀를 기울였다.

 

"나는 어머니가 밉다. 나는 어머니를 증오한다. 나는 어머니를 죽여버릴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죽여버릴 것이다..."

 

한참동안 반복되는 주문과 같은 속삭임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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