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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레딧] 새로 이사 온 아파트 전 세입자가 생존수칙을 남겼는데, 생존수칙만 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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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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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시간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 제이미가 사라진 후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아서 잠도 제대로 못잤어. 이제 정말 걱정되기 시작했어. 그래도 너네한테 내 상황을 보고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올려.


너네 댓글 보고 정신 못차리다가 댓글에 써 있는 조언대로 해 봤어. 발코니에 큰 화단을 놓고 샐비어(깨꽃)로 가득 채우려고, 그리고 문간에도 소금을 좀 뿌려뒀어. 미안한 얘기지만 전혀 도움이 되진 않더라.


헤밍스씨의 수칙만큼은 잘 따르고 있어. 여태까진 쪽지에 써 있는대로 했고, 이거봐! 덕분에 나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잖아. 물론 힘들지 않았던건 아니야. 처음부터 얘기 해 볼게.


나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어. 내가 전에 올렸던 글 이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제이미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어. 거의 24시간째 실종중이었지. 제이미네 직장에서도 전화가 몇 번 왔는데 받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냥 계속 씹었어.


엘리베이터를 확인하는게 내가 제일 먼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때가 딱 위험한 시간이었지. 난 헤밍스 씨의 수칙을 어기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기다렸어. 새벽 3시 34분이 되기를 계속 간절히 기다렸어.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34분이 되고 나서도 소파에서 집을 나설 용기가 생길 때 까지 한 삼십분정도 굳어있었어. 마침내 엘리베이터에 도달했을 땐 새벽 4시 2분이었어.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오래되고 낡았어. 아주 오랜시간 손보지 않은 것 같았고 거의 빌딩이랑 연식이 비슷 해 보였어. 나는 낡은 버튼이 뭔가 힌트라도 주기를 바라며 노려봤고, 그 낡은 버튼도 날 노려봤어. 심장이 쿵쾅댔어.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선 벗어났지만,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어. 희망이 없었어.


난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들어갔어. 위 아래 몇 층을 왔다갔다 했고 휴대폰 손전등으로 뭐라도 찾아보고자 엘리베이터 구석구석을 살폈어. 아무것도 못찾았어. 제이미는 그냥 사라져버린거야.


울다 지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돌아갔어. 이 상황에선 완벽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지는 우리 집, 42호로 향했지.


나는 우리가 이삿날 어떻게든 조립한 값싼 테이블에 앉아 울었어. 휴대폰을 잡는 내 손은 떨리고 있었어.


너네가 써 준 댓글을 읽을지, 경찰한테 신고할지 한 시간 동안 고민하며 갈팡질팡했어. 그러다가 내 친구 조지아한테 전화하기로 했어. 지금은 진짜 사람이 필요했고, 내 생각에 경찰이 이런 미친 상황에서 내가 가진 한정된 정보만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거든. 그래도 누군가와 절실히 얘기하고 싶었어.


디테일은 넘어갈게. 아무튼 조지아한테 다 얘기했어. 조지아는 정오 전엔 나랑 만날 수 있을거라고 했어, 아침엔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한대.


불안감으로 가득 차서 조지아를 기다렸어. 하지만 먼저 쪽지에 쓰여진대로 모든 방에 무기를 구비해 뒀지. 문득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23분이었어. 우편 배달부가 오기까지 삼십분정도 남아 있었어.


오늘은 절대 안 놓쳐. 난 악마에 빙의된 영화 주인공처럼 문 앞에 서서 멍하니 나무를 바라봤어. 심각하게 지쳐가고 있었지만 머릿속엔 제이미 생각 뿐이었어. 내가 계속 서 있을 수 있던건 순전히 아드레날린 덕이었어.


아침 8시 52분에 문을 열었어. 문을 열고 기다린 2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순간이었어. 마침내 우편 배달부를 보게 되자, 안도의 물결이 내 온몸을 쓸어내렸어.


정확히 8시 54분 땡 치니까 우편 배달부 이안 플란더스가 내 눈앞에 나타났어. 생각보다 어려보이는 그의 얼굴은 긴장에 가려진 미소를 띄고 있었어. 우편 배달부를 35년간 했다기엔 너무 어려보였어 하지만 그 사람 외모에 신경쓰기엔 들어야할 대답이 너무 많았지.


"새로운 세입자시군요." 이안이 입을 열었어, 추측이 아니라 마치 물어보는 것 처럼 들렸어. 뭐라고 대답할까 하다가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헤밍스 씨가 쪽지를 남기셨어요. 저한테 그쪽분과 얘기를- "


"들어가도 되겠어요? 우리 얘기를 좀 해야겠네요."


이안에게 들어오라고 했어. 소파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안에게 앉으라 할 때도 여전히 내 두 손은 떨리고 있었어. 난 지금은 약간 구겨진 쪽지를 이안의 무릎에 내밀고 기다렸어.


"프루가 아직도 날 이렇게 생각해주다니 기쁘네요. 그 나이든 꼬마가 그리울거예요." 쪽지를 다 읽은 이안이 미소를 감추며 말했어.


"저를 도와주실거예요 말거예요?" 나는 이 사람이 이미 이사간 이웃을 회상하는걸 기다려줄만한 여유가 없었어.


"도와줄 수 있죠. 하지만 계속 여기 있을 순 없으니까 빨리 진행해야 할거예요. 나는 이 복도를 왔다갔다 하며 40년간 우편물을 배달했어요. 모든걸 봤죠, 프루가 말한 모든것 그리고 그 이상까지도. 뭘 알고 싶어요?" 이안이 말했어.


이안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어. 쪽지를 봤을 땐 친절하고 나이든 할아버지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정반대였어. 심한 도시 억양으로 말했고 타투한 목 주변엔 두꺼운 체인 금목걸를 하고 있었어. 희끗희끗한 머리는 구두약같은 검은색으로 염색한되어있었어.​


다행이 이안의 말이나 행동이 위협적이진 않았어,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거만해보였지. 도박장에서나 볼 법한 사람이었어. 마치 이번판은 이길거라는 듯이 지저분한 손을 쪽지에 문지르고 있었어.​


우리 집 거실에서 담뱃불을 붙이면서도 나한테 묻지도 않았어. 우린 보통 밖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이런 작은 문제로 입씨름 하고 싶진 않았어. 그냥 재떨이로 쓸 접시를 하나 놓고 나도 담배에 불을 붙였어.​


"엘리베이터 얘기부터 시작해요. 제 남자친구가 실종된지 24시간이 지났어요. 새벽 3시 15분에 엘리베이터를 탔거든요. 그땐 이 쪽지를 읽기 전이었어요. 그 이후로 남자친구 소식이 전혀 없어요. 꼭 찾아야해요." 난 큰소리로 말했어. 내가 소리치면 이안의 입에서 좀 더 나은 대답이 나올것 같았거든. 하지만 난 이안의 답변을 들을 준비는 전혀 안되어있었어.​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이안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가혹해 보이던 얼굴엔 동정심이 떠올랐어.​


"딱하게도- 제이미는 죽었어요. 그에 대해선 잊어요.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도 돌아온 사람은 프루, 단 한 명 뿐이었어요. 그걸 보고 나서도 돌아왔죠. 그것들은 희생자를 갈기갈기 찢어요. 불쌍한 프루는 트라우마가 생겼죠. 당신 남편은 사라졌어요, 잊어버리고 수칙대로 해요.​


"뭔가 제가 할 수 있는게 있겠죠!" 내가 간절히 말했어.​


"사라진 사람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이 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당신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데, 그 방법을 권하는건 나로써는 너무 무책임한 일이예요. 여기 좋잖아요, 솔직히. 그냥 남자친구는 잊고 현상황을 받아들여요. 냉정하게 들린다면 미안해요, 가혹하게 굴고싶진 않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당신이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걸 보고싶진 않아서 그래요."​


난 헤밍스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뭘 보았는지를 물었고, 그 일이 엘리베이터에 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일어나는지도 물었어. 제이미가 죽었다고 믿지 않을거야.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어. 적에 대해 알게되면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겠지.​


"끔찍했어요. 난 그 자리에 없었지만, 내가 들은바로는 이래요.​


라일라는 귀여운 꼬마였어요. 내가 우편물을 가져다주면 문을 열고 나한테 팁을 건네곤 했죠. 걔는 프루의 손녀였어요, 프루 아들의 딸이요. 그 날 밤, 라일라는 처음으로 프루네 집에서 자고가게됐어요. 마침내 프루가 확신한거죠, 라일라를 여기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로부터 보호할수 있다고요... ​


하지만 프루가 틀렸어요. 라일라는 몽유병이 있었고, 새벽 한 시 반에 복도로 나갔어요. 프루가 무슨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라는걸 눈치채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그 때 쯤에 라일라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도착해 있었고, '그들'이 라일라의 사지를 몸에서 분리하는걸 봤어요. 프루는 그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심지어 하나를 죽이기까지 했대요. 하지만 라일라를 구할순 없었죠."​


자꾸 제이미의 모습이 떠올라서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어.​


"그들이 뭔데요? 직접 본 적은 있어요?" 내가 물었어.​


"그들이 뭔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들은 이 건물, 그리고 이 기이한 일들과 연관이 있어요. 다른데서 그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그냥 그들이 여기 있다는 것만 알죠.​


난 몇 년동안 몇 번이나 그들을 봤어요. 주로 새로 이사온 세입자들이 애완동물을 위해 간식을 남겨놨을때나,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않았을 때 였죠.​


그들은 호기심이 많은 작은 생물이예요. 프루가 경고한 시간만 피하면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뭔가를 먹으면 끈적하게 변하면서 더 많은 음식을 찾아 헤매요.​


그래서 음식쓰레기를 바로 버리라는거예요. 뭐, 숨기든지 싸 두든지 아무튼. 음식물을 밖에 두지만 말고, 프루가 말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요. 그럼 그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어요.​


그들은 인간보다 약간 작아요. 하지만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있죠. 어딘가 기괴한 쥐처럼 생기기도 했어요. 작은 쥐인간, 뭐 그런것 처럼요. 그들은 턱마다 날카로운 이빨을 두 줄씩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배고파하죠.​


뭐가를 먹을 때, 그들은 항상 역겹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으깨 먹어요. 침을 여기저기 흘리면서요. 프루 말이 자기 손녀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해요." 그걸 떠올린 듯 이안의 얼굴이 창백해졌어, 아무튼 이안은 말을 이어갔지.​


"처음에 이 빌딩에 왔을 때, 그들은 수백마리였어요. 입주자들은 대혼란이었죠. 30명이 넘는 사람들을 잃었어요. 하지만 우린 맞서 싸웠고, 간신히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었어요. 가장 강했던 몇몇만 빼고요.​


그 강했던 몇몇은 정말 위험했고, 퇴치하는게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제안을 했죠. 빌딩에 살되, 입주자들이 안전하도록 해를 끼치지 말아라,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새벽 1시 11분에서 3시 33분 사이에 돌아다닌다면 맘대로 해도 좋다.​


시간을 이렇게 정한건 그 때가 그들이 가장 흉폭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그들의 출현범위를 엘리베이터로 한정시킨건 모두를 위함이었죠. 저 시간에 '그들'을 만난 모두를 신이 도우시길...​


그때부터 그들은 생각없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여기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처음 여기에 왔을때와는 차원이 다르죠. 그들중 몇몇은 우리가 정한 협상 조건에 따르지 않아 죽었죠. 하지만 몇 년간 그런일은 없었어요. 그 때 여기 없었던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


지금은 상당히 평화로운 상태죠. 당신 남자친구에 대해선 유감이예요. 나 이제 정말 가야해요, 늦었거든요." 이안은 그의 휴대폰 번호를 종이조각에 휘갈겨 나한테 넘겼어. "정말 급할때만 연락해요, 전화소리에 방해받는거 안좋아하거든요."​


"가시면 안돼요! 쪽지에선 그쪽이 절 도와줄거라고 했단 말이예요!" 내가 소리쳤어.​


"그럴거예요!" 이안이 받아쳤어. "내가 도울 수 있는게 있으면 도울거예요! 하지만 난 당신 남자친구를 되살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우편배달이 늦어지는걸 좋아하지도 않죠. 곧 또 봐요."


내 두 귀로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충격에 빠져 있었어. 이안이 내게 이런 엄청난 정보를 쑤셔넣고 작은 희망의 빛을 준 후에 그걸 부수고 떠나려 한다는 걸 믿을수가 없었어. ​


"경찰을 부를래요!" 나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처럼 간절하게 소리쳤어.​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이안은 현관문을 열며 한숨을 내쉬었어. "그건 그냥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예요. 그런다고 당신 남자친구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프렌티스씨도 경찰이 오는걸 싫어했죠. 만약 다음주에 조금이라도 자고 싶다면 그러지 않는게 좋을걸요.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실종신고를 하고 여기 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요, 아니면 며칠 안에 죽게 될걸요."​


말을 마친 이안은 문을 닫고 나갔어. 아직 물어볼게 너무 많아서 내가 다시 현관문을 열었지만, 이안은 없었어. 복도에 그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아예 없더라.​


그냥 내가 미친게 아닐까? 이게 다 내 상상일수도 있잖아. 하지만 내가 얼마나 간절히 바라든간에 쪽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제이미는 여전히 사라진 상태였어.​


조지아는 이안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집에 도착했어. 난 당연히 조지아에게 복도에서 이안을 봤냐고 물었어, 이안이 실존한다는 확신이 필요했거든. 근데 조지아도 못봤다더라. 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쳐다봤어. 내가 울면서 이안이 제이미에 대해 한 말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조지아는 날 안아줬어. ​


걔가 날 믿은거라고 확신하진 못하겠어. 쪽지를 읽으면서도 의심스러워 보였거든. 하긴 의심하더라도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근데 걔는 항상 날 믿어준 사람이야. 내가 마음아파서 울기만 하는데도 내 옆에 몇 시간이고 앉아있어줬어. 난 뭘 해야할지 너무 혼란스러웠어. 이 일에 대해 조지아 외의 누군가와 상담하지 않은게 미친 짓 같긴 하지만 이 쪽지가 여태까진 다 사실이었잖아. 그리고 우편 배달부가 믿음직스럽다면 난 기다리는게 맞겠지.​


조지아는 몇 년 동안이나 내 베프였어. 걔는 내가 겁이나서 혼자 뭘 못할때도 날 옹호해줬고, 항상 용감하게 나서줬어. 조지아랑 같이 있으면 안전한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 난 몇 시간 동안 울고, 며칠만에 변해버린 내 인생에 대해 절망한 뒤 마침내 낮잠을 좀 자기로 했어. 이른 저녁이어서 조지아는 티비를 보고 있었지. 내가 필요할때면 항상 저렇게 옆에 있어줬어.​


절망이고 뭐고 일단 잠들려고 노력했어. 제이미의 팔이 날 감싸고 있는 상상을 해보려 했지만 그런일이 이제는 일어나지 못할거란 생각에 더 고통스럽기만 했어. 엄청나게 오랫동안 천장의 얼룩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난 곯아 떨어졌어.​


세 시간 전쯤, 난 잠에서 깼어. 망할 천장의 얼룩을 바라보면서. 근데 거실에서 대화소리가 들렸어. 난 침대에서 뛰쳐나와 거실을 향해 걸었지.​


조지아는 소파에 중년여성과 함께 앉았었어. 둘 다 차 한 잔 씩을 똑같은 머그에 담아 들고 있었어. 제이미가 이사올 때 나한테 선물한 머그잔이었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지만, 저 사람들 잘못은 아니니까. 조지아와 저 여자분이 나를 쳐다보게 하려고 목을 가다듬었어.​


"아 케티이! 이쪽은 나탈리아라고 위층에 사는 분이셔. 얘기를 나누게 돼서 내가 차를 내왔는데, 괜찮지?" 난 소파에 앉아 내 컵으로 차를 마시는 검은 머리 여성을 쳐다봤어. 그리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지. 조지아는 사람좋은 바보라서 때와 장소를 잘 몰라. 이게 쟤만의 대처방식이니까 당장 뭐라 하진 않을거야.​


"당연하지. 나탈리아, 안녕하세요~ 몇 호에 사세요?" 난 친절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저 사람이 떠나고 나면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는 내 집에 사람을 들이지 말아달라고 조지아랑 얘기를 좀 해야겠어. 하지만 그때까진 친절한 이웃 행세를 해야지.​


"71호에 살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집이 너무 예뻐요." 나탈리아는 눈이랑 다른 얼굴은 굳힌 채 입꼬리만 올리며 대답했어.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방금 자기가 한 말에 숨겨진 뜻을 내가 알아챘을거라 생각하는듯 만족스럽게 날 쳐다봤어.​


그 쪽지...​


몇 호였지....?​


한 번 씩 누군가가 당신 집 문을 두드리면서 .....호에서 왔다고 설탕을 좀 빌려달라고 할거예요. 그 사람들은 보기엔 정말 평범해 보이지만, 바로 문을 닫고 잠궈야해요. 저는 그 개같은 새끼들 때문에 문에 추가로 자물쇠를 더 설치했어요. 내 나이를 걸고 말한다는 그런 말 하는거 안 좋아하는데, 아무튼 그 새끼들은 진짜 망할새끼들이예요.​


프루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어. 나탈리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뭔가가 정말 잘못됐어. 난 나탈리아와 같은 소파에 앉아있는 조지아를 쳐다봤어. 조지아는 땀을 흘리고 있었어. 영국사람이라면 요 며칠 더웠다는건 모를 수 없을거야, 하지만 이건 그냥 더위 때문이 아니야. 조지아의 몸 전체가 녹아내리고 있었어.​


갑자기, 조지아가 숨을 몰아쉬었어. 나탈리아의 시선은 내게 고정돼있었어, 창문 닦이가 그랬던 것 처럼. 창문닦이와는 별 일 없었지만, 이번엔 내가 수칙을 어겼잖아. 저 여자가 이미 우리집에 들어 와 있단말야.​


조지아는 자기 몸에 화상 물집이 잡히고 피부가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하자 소리를 질렀어. 걔의 피부는 조각조각 녹아 떨어졌고,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분리됐어. 불꽃 같은건 없었지만, 조지아는 지금 산 채로 타고 있었어. 녹아내리는 얼굴을 연신 긁어대며 드러난 생 살을 파고들어갔어. 사람이 산 채로 타들어가며 내는 소리는 다른 어떤 소리와도 달라. 그건 절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거야. ​


난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어. 휴대폰을 들어 이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어. 하지만 휴대폰을 놓아둔 나무 탁자의 표면을 만지자 마자 손가락 끝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서 놀라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어. 저 여자는 이 집 전체를 태울 생각인거야.​


전화통화보다 빠르게 움직여야했어.​


나는 방마다 무기를 구비해 둘 때 구석에 뒀던 큰 칼을 꺼내 쥐었어. 내 손에 화상물집이 생겼지만 신경쓰지 않았어. 당장 저 여자를 내쫓고 최대한 조지아를 도와야해. 난 그 여자에게 달려들었어.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썹에서 땀이 흘러내렸어. 칼을 나탈리아의 목에 빠르게 찔러넣었어.  그 여자는 칼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졌어. ​


평범한 사람처럼 피를 흘리진 않았어. 나탈리아의 내부는 검었고, 아직도 움직일 수 있었어. 그 여자가 일어서서 다시 움직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아서 난 그 여자를 잡아끌고 복도로 나갔어. 그리고 문을 잠글 준비를 했지.​


복도 입구에 다다르자, 고양이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어. 고양이는 나탈리아의 반쯤 정신차린 몸에 대고 하악질을 했어. 그 여자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여자의 시선이 고양이에 고정 돼 있다는 걸 알아챘어. 난 고양이를 집어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어. 고양이 때문에 내 팔 아래쪽이 더 타들어가서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렸어. 그래도 현관문을 잘 닫고 외시경을 통해 밖을 봤어. 나탈리아는 일어나서 상처로 손을 갔다댔어. 상처를 지지고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갔어, 마치 전혀 다치지 않은 사람처럼.​


그걸 확인하고 고양이를 놔줬어, 하지만 고양이가 닿았던 맨살은 화상으로 한시간 넘게 욱씬거렸어.​


조지아는 나탈리아만큼 운좋게 회복하진 못했어. 난 익명으로 구급차를 불렀어. 아직 조지아의 숨이 붙어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엄청난 화상을 입었고, 얘의 인생이 절대 전과 같진 못하겠지만 아무튼 살아있잖아. 난 거기에 감사하기로 했어.​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조지아를 두고 우리 아파트 길 건너에 있는 공원으로 갔어. 휴대폰이나 주민등록증은 두고왔지. 걔는 내 베프고 내가 옆에 있어주고 싶지만 만약 내가 이 일에 관련됐단걸 인정한다면 경찰은 나부터 의심할거야. 그리고 난 이미 제이미를 구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잃었단말이야. 조지아한테 관심없단 뜻이 아니야. 하지만 아무튼 조지아는 살아있잖아. 제이미가 죽었다는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믿지 않을거야. ​


그래서 지금 난 다시 혼자 집에 있어. 뭘 해야할지 고민중이야.​


여길 떠나고싶어, 정말. 하지만 여긴 나와 제이미의 첫 번째 보금자리잖아. 만약 제이미가 살아있다면, 그리고 내가 제이미를 구할 수 있다면 난 제이미가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 그리고 만약 ... 제이미가 죽었다면, 이안의 말이 맞다면 난 제이미와의 추억을 남겨두고 이 집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지금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인 것 같아. 그래서 오늘 밤, 나는 조사를 좀 해서 주소를 알아낼거야. 그리고 내일 아침엔 프루덴스 헤밍스를 찾아갈거야.







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cinu8u/the_previous_tenant_of_my_new_flat_left_a

https://blog.naver.com/dair_line/2216145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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