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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reddit] 감염된 마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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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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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NoSleep. Clayton이야. 


몇 개월 만에 돌아와서 미안하다는 얘기는

전부터 몇 번이나 했으니까 이젠 안 할래.

너무 바쁘고, 쫓겨 다니는데,

여기다 글을 쓰는 건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들어가.

(그리고 그건 항상 나한테 부족한 것들이지)

그래도 적절한 때에 와서 모든 이야기를 써내려가긴 할 거야.

Claire와 너희를 위해서.


이 일의 시작부터 말할게.

나와 관련된 일의 시작말야,

개체의 시작은 수 천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거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 시절엔 내가 존재하질 않았어서.

그러니까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그 마을의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돌아갈거야.

그 마을이 Oregon 숲속에서 아직 평화로울 때,

악한 기운이 아직 숨어서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을 때로.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

한 15년쯤 됐나? 2000년 여름이었어.


이 말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의 그 마을은 Veneta나,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야.

Elizabeth가 자기의 글 "일어나보니까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 나" 중에 

하나에서 이미 말했다고는 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자기의 비밀을 숨기려고 했거나,

사람들을 그 주변으로 모으려고 그랬을지도.

무튼, Veneta는 감염된 마을이 아니야.

당연한 이유지만,

난 절대 너희한테 그 마을의 진짜 이름이나 위치를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난 11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랑 이혼하고 나서,

어머니랑 같이 그 마을로 이사를 갔어.

우리 어머니는 그 마을에서 자랐고,

가끔 그곳이 그립다고도 하셨었어.

그땐 그 감정을 이해하진 못했지.

나는 그냥 처음부터 다 싫었어.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는 사실이랑

내 친구들과 강제로 못보게 된다는 사실에 상처받고 화가나서,

 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 눈에 그 마을은 항상 좀 이상해 보였어.

고유의 역사가 깊고, 비밀스럽고,

많은 가문들이 그곳에서 몇 세대는 살아왔으니까.

개체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마을은 완전히 그 존재에 매료 돼있었어.

개신교 같은 커다란 교회도 하나 있었는데,

그 종교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어.

교회 안에 들어가려면 종교의 일원이 돼서,

돈을 내야 했고, 만나야 할 사람도 정해져 있었어.

우리 어머니랑 나는 확실히 그 일원이 아니었지.


교회는 항상 초대된 사람만 갈 수 있었는데, 아무도 나랑은 그 얘기를 하지 않았어.

우리 어머니는 그 종교 사람들한테 엄청 미움 받았는데,

왜 그랬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았지.

그 당시엔 어머니가 전혀 그런 얘기를 안 꺼냈으니까.


이혼한 아버지랑 통화를 하던 중에, 아버지는 이 사람들을 광신도라고 불렀는데,

어머니한테 이 얘기를 하니까 절대 학교에서는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하셨어.

절대로.

나는 알았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켰어.

물론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떨칠수가 없었지만.

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밤에 캠프파이어 앞에서 무서운 얘기나 도시괴담을 말하곤 했어.

피의 의식이나 수 백 년 간 바쳐져 온 제물,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들,

어릴때부터 받아온 세뇌 같은 이야기들을 속삭였지.

다 재밌는 얘기였어, 비록 그때 난 믿지 않았지만.


광적인 그 종교에 대한 단서는 일상적인 마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어.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그 단서를 찾아내는 법을 알게됐지.

어디를 봐야 할지만 알면 되더라고.


Elizabeth Hadwell의 아버지인 Hadwell 시장은 마을의 수장이라는 것 보다는,

그 종교에서 엄청 중요한 인물이었어.

사람들은 시장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고개숙여 인사했지.

시장은 교회에서 토요일 밤마다 설교를 했어,

그렇다고 목사나 신부같은 개념은 아니었는데.

다들 알겠지만, 이 종교는 개신교의 신을 믿는 게 아니었어, 

우리 세상의 신은 아니지.


우리 가족은 그 모임에 초대되질 않아서 그 설교를 들을 기회는 없었어.

Lisa, Alex, Alan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고.

마을엔 우리들 같은 가족도 많았어.

아마 마을 대부분의 가정이 그 종교의 일원은 아니었겠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았어.

뭐, 비밀스런 사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테니까.


난 Alan Pearson이랑 9학년 초반에 만났어.

우리는 죽이 잘 맞았고, 그가 날 Alex랑 Lisa한테 소개시켜줬어.

Jessica나 Elizabeth도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우리랑은 다른 그룹이었어.

그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대.

나같은 애들은 다니지도 못하는, 교회 소속 사립 학교에 다니면서 자랐었지.

둘 다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파벌 집단의 아이들이었으니까.


Elizabeth May Hadwell은 마을에서 아주 유명한 애였어.

그 아버지가 시장이기도 하고, 마을 설립자들의 핏줄을 타고났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Hadwell이라는 이름을 잘 알고 있었어.

거의 모든 곳에 있었거든, 찾으려고만 하면.

Hadwell 고등학교, Phillipa Hadwell 도서관, May Hadwell 공동묘지, Hadwell 스트리트...

고등학교의 문장도 역시 Hadwell 가문의 문장이었어.


Liz와 Jess는 항상 부모님이 안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걸 좋아했어.

수업 땡땡이 치고, 주차장에서 담배 피우는 거.

Alan은 고등학교 내내, 둘이 서로 잘 모를 때부터 Liz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

물론 모든 애들이 Liz를 알았지만, 걘 항상 놀던 애들이랑만 놀았거든.

그녀는 검은색 머리에 밝은색 눈을가졌고, 사람들 앞에선 거의 웃지도 않았어.

Alan은 걔가 비밀이 많은 애라고 생각했지.

모든 어두운 비밀을 품은 애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많은 의미로 Alan이 맞았어.


솔직히, 걔가 싫은건 아닌데,

난 Elizabeth Hadwell한테 그렇게 인상적인 기억이 없어.

Jessica나 걔들이 놀던 그룹의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고상한척해서 속을 알수가 없었거든.

Jessica는 다른 애들보다 더 들떠있던 애여서,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가식 같아 보였어.


난 건방떠는 부자들이 싫었어.

그들끼리만 어울려다니는 거나,

우리같은 애들을 "타고나기를 잘못 타고난 애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시끄러운 웃음소리나, 깔보는 듯한 눈빛이나, 엑스터시 같은 마약도.

그런 혼돈이 너무 싫었고, 그 혼돈은 Elizabeth Hadwell과 그 작은 무리 주변에 가득해보였거든.


내 유년기 시절은 딱히 재밌진 않았어.

8학년이 끝나고 나서는, 광신도 같은 것들은 나랑 관련 없는 일이고,

그냥 혼자 도시 괴담 같은 거라고 치부했어.

그리고 비디오 게임이나, 공원에서 깃발잡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그치만 내가 소년에서 남자가 되고 나니까, 부모님의 이혼이나

'아버지가 더 이상 전화도 안 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오가

날 불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더라고.

대학교 1~2학년 동안은 주먹싸움에 자주 휘말리고,

Alan과는 자주 가까운 편의점에서 맥주를 훔쳤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그런건지 일부러 안 좋은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내가 멋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마약을 하는 것도 처음엔 엄청 무서웠는데, 그냥 즐기는 척 했어.

10대들의 멋있어지고 싶은 마음과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 낸 거야.


15살엔 환각버섯으로 약을 시작했는데,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게 되고 안정되는 게 아주 끝내주더라고.

돈 많은 애들을 위해서는 엑스터시를 좀 남겨두긴 했는데,

 Acid나 Savita 같은 걸로 실험을 자주 하기도 했어.

Alan은 나와는 달리 마약을 즐기지는 않았는데,

그냥 보모나 보호자처럼 항상 내 옆에서 날 위험하지 않게 지켜줬어.


내 친구들은 내가 Alex와 버섯을 태울 때부터

존경의 표시로 날 "여행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이런 저런 마약들을 시험삼아 피워보는 내 심리에서 비롯된거지.

그 이후로 난 그 이름을 여기저기서 자주 썼어.

게임같은 걸 할때 닉네임으로 쓰기에 아주 좋았으니까.

Elizabeth가 모르게 Jess나 Claire랑 접촉할때도 좋은 가명으로 사용되기도 했지.


이 이야기에서 마약은 아주 중요해,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마약에 취해가는 건, 여태까지 발견되지 않은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아.

저번주 토요일에 Acid를 팔았던 마약상이 이번엔 메스칼린을 취급하는 사람이랑 같이 와선,

환각제를 취급하는 약사를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

그럼 넌 "X발! 그거 전부 다 살 거야!" 하겠지.


내가 16살 땐, DMT라는 약을 알게 됐어.

아마 들어봤을 거야.

Netflix 채널에서 The Spirit Molecule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어.

완전히 다 늙어빠진 멍청한 과학자들의 시선에서 밝혀낸 얘기긴하지만.


마약의 존재 의의는 니가 설령 죽어가고 있더라도

편하게 꿈꾸게 해주고 행복한 환상을 보게 해준다는 데에 있어.

실험되진 않았지만, 몇가지 식물 종에서 추출되고,

그걸 피우면 미친듯이 엄청난 여행을 하게 된다는 거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환상에 빠져서 열반에 오른 듯한 느낌을 받는 거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이런 환상에 빠진 자들한테 나타나는 일이 비일비재 하대.

마약을 하는 시간의 한 99.9% 정도는 항상 보고싶은 것들만 보고 느끼면서 지냈어.


내 환상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물론 진짜라고 믿고 있었고.


물론 증명할 순 없지.

그저 그날 저녁에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진실일까 속으로 곱씹어보곤 했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그 빌어처먹을 더러운 마을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개체에게 잠식당하고 나서도, 1년 가까이 더 살았다는 거야.

전혀 보호받지도 않은 채로 그 곰팡이에 노출되어있었어.

심지어 그 희생자들이 날 만지고 쥐어뜯기도 했어.

Elizabeth가 날 얼마나 싫어하는지,

걔는 내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날 희생자로 만들고 싶어했을 거고,

당연히 난 희생자가 되고도 남았을 거야.

나도 감염되고도 남았을거라고.


근데 난 감염이 안 되더라.

다른 감염자들 같은 증상이 하나도 나타나질 않았어.

난 그 곰팡이에 면역이었던거야.

Z나 그 친구들이 철썩같이 믿고 있던 마늘이나 라벤더 같은 이상한 것들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태어날 때부터 면역이었을지도 몰라.

난 선택받았던 거야.

그렇지만, 내가 DMT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봤을 때,

내 진짜 여행이 시작 됐어.


너네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 하겠지, 그러니까 그냥 말할게.


난 우리의 신을 만났어.

그래. "우리의" 신 말야.

적어도 그 신이 나한테 자기가 그렇다고 했어.

물론 Hadwell 버전의 성경에 쓰여있는 것과는 달리,

신이 우리 세상을 버린 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개자식이긴 했어.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악의는 없어.

그래도 신은 무식하게 위대한 개X끼야.


서로 다른 차원의 신적인 존재들을 언급하기 위해서,

그냥 우리의 신을 "눈"이라고 부를게. (다른 신을 개체라고 부르는 것처럼)

물론 "그"라고 칭하기도 할거야. 인간의 성별로 구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놓자.

우리 세상을 만든 신은 너희가 성경이나 율법에서 읽었던 것이랑은 딴판이야.

내 경험상 신은 우리가 살인하지 않고, 혼전 순결을 지키고, 그

를 찬양한다고 해서 하늘을 날게 해주거나 구원해주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난 그가 세상이 혼란스럽고 더러워지는 걸 좋아할 거라고 확신해.

그저 앉아서 지켜보는게 재밌으니까.

그게 우리 우주의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야.


아니면 신이 존재하지 않고, 다른 힘 있고, 무섭고, 싸이코패스같은 X끼가 신인 척 하고 있는 것이거나.

물론 신이 그가 존재한다고 할 만한 확실한 상황을 만들어 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고수해온 증거나, 과학적인, 무신론적인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지는 못했어.


대체 신이 뭐길래?

바로 그 생각이 내 믿음에 한계를 만들었어.

그래도 개체나 눈이 그들의 세상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인간들보다는 파워풀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어.

그러니까 그냥 나는 눈이 하라는 대로 하려고.


솔직히 내가 미친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어.

가끔은 내가 미친 것 같다고 느끼니까.

어쩌면 내가 DMT 때문에 이미 인생의 피크를 찍고 떨어지는 중인지도 몰라.

자주 편집증 증세가 따라다녀.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환청이 들리기도 해.

그래도 진심으로 내가 선택 받았고, 특별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다른 세계의 존재가 나랑 소통한다고 믿고 있어.

간단히 말하자면, 난 내가 존나 예언자라고 믿어.


이게 얼마나 미친 소리야?

잠시 얘기가 다른데로 새긴 했지만, 다시 모든 게 시작 된 그날 밤으로 돌아가보자.


난 6개월 간의 탐색 끝에 DMT를 손에 넣었어 - 얼마나 얻기 어려운 약인지 몰라...

난 이걸 엄마가 집을 비웠을 때 내 친구 두명이랑 같이 하려고 했는데,

 정말 믿지못할 상황 때문에 (지금은 그게 신의 간섭이었다고 믿어) 그러지 못했어.

한 명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쌩쌩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장례식에 참여해야 했어.

다른 한 명은 우리집에 도착하기까진 멀쩡하다가,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심각하게 아파하더라고.

"눈"이 내가 혼자 있기를 바라면 아무도 주변에 얼쩡거리면 안 되는 것 같아.


이러한 징조들을 보면, 그날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두번 다시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냥 아무도 없는 집에서 침대에 누워가지고 담뱃대에 DMT를 좀 얹어서 피웠지.


분명히 아직까지도 자잘한 느낌이 하나하나 기억 나는데,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어.


푸른 연기를 내뱉자마자 난 솟구쳤어.

엄청 빠르게.

말그대로, 내가 무슨 로켓이라도 된 것 처럼 솟구쳤어.

내 침대에서 솟아올라서 지붕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고.

지구 대기권을 뚫고 아무것도 없는 우주로 날아올랐을 때가 분명히 기억나.

숨을 못쉴 것 같거나 타버릴 것 같아서 무서웠어.

하지만 그런 느낌은 잠시뿐이었고, 난 계속해서 더 깊은 우주속으로 날아갔어.

별들이 스타워즈 영화의 워프씬처럼 내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고, 

내가 마치 수 천 억 마일을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Acid나 버섯으로 이미 경험해서

DMT를 피우면 나타나는 프랙탈이나 여러 색깔들이 있을텐데 그걸 보지는 못했어.

그냥 별이랑 어둠 밖에는... 가끔 행성이 지나가기도 했고.

정맬 내가 경험한 것 중에 제일 이상한 여행이었고,

아직도 그게 얼마나 생생했는지 생각나.

대체 왜 신이 나랑 얘기 하려고 날 우주밖으로 끌어냈을까?


내 생각엔 내가 신을 보자마자 놀라서 기절할까봐

일부러 역치를 높여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것 같기도 해.

아니면 신이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그의 일부분만을 보여준 것이거나.

나는 신의 형체가 하나뿐이라고는 생각 안 하거든.

물론 하나뿐일지도 모르지만.

개체가 그렇듯이...


그러다가 차가운 공허의 한가운데에 딱 멈췄어. 무슨 소행성처럼.

그리고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가 번쩍 하더니, 어떤 존재가 내 앞에 나타났어.


X발. 내가 본 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는 거지?


어두움. 내가 지금까지 본 우주나 심해보다도 훨씬 어두웠어.

마치 블랙홀의 가장자리에 서서 그 중심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저기로 빠져들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이는 느낌.

하나가 되고 싶다는 느낌.

이게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설명의 한계야.

내 보잘것 없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훨씬 복잡한 형체였지만, 거의 구랑 비슷했어.

그냥 엄청나게 시커멓고, 행성만큼 커다랗고, 공허한...

무슨 색인지 모르겠지만, 무튼 그런 이상한 색이 주변에 일렁이는 거대한 동공이랑 비슷했어.

완전히 빛이 없어서 새카만데, 내 눈은 태양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뜨겁더라.

그치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어.

이상한 형체가 그 한가운데에서 온몸을 비틀면서 움직이고 있었다고.

그것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뭔가 잘못되고 끔찍하면서 완벽하다는 게 한번에 느껴졌어.


내가 기억하는건 저게 다야.

단어 하나를 더할 때마다 X나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뭔가 내 안으로 들어왔어.

내 목안을, 갈비뼈를, 척추를 타고 무언가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어.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멈췄어.

더 이상 내 마음이 상황을 받아들이질 못하고 멈춘거야.

마치 프로세서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다 망가진 것처럼.

마음이 완전히 꺼져버렸고, 내가 다시 회복 됐는지 아닌지 모르겠어.

적어도 그걸 경험하기 전 보다는 덜 정상인 상태로 정신을 차렸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고 싶으면서도

그 공허함 속에 머리부터 박아넣고 싶었어.

그치만 난 거기 잡혀있었어.

그 공간의 공허함속에 가만히 떠서 말이야.

그러다 "눈"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


물론 그가 진짜로 우리가 아는 방법으로 말을 한건 아니야.

그냥 자신의 지식을 나한테 보여줬어.

나는 그저 본능적으로, 반짝이며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을 보고만 있던거야.


개체는 이 세계에서 기어다니는 천박한 존재로 자신의 주민들을 먹이로 삼는다.

난 "어떻게 감히."하는 것 같은 눈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어.


광신도는 스스로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멍청하고 작고 욕심많은 존재들.

난 눈이 즐거워하면서도 역겨워하는 걸 느꼈어.


신의 그릇은 개체를 자신의 안에 받아들이고 영양을 줄 인간.

난 눈의 호기심과 흥분을 느꼈어.

"이게 일어날 수 있어? 이게 누군데?"

그건 개체가 잘 숨겨온 비밀이었지,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 신의 그릇이 될 인간.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눈이 개체의 그릇을 잡으려고 선택한 사람이야.

만약 신이 눈이라면, 난 그의 손이고, 그의 검이야.

Elizabeth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녀를 괴물과 떨어트려놓을 유일한 사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나머지는 눈이 알아서 할 거야.


눈이 빨리 행동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거리는 걸 알아챘어.


그치만 그 와중에 눈이 우리 종(kind)을 걱정하는 걸 알았어.

우리를.

인류를.

어떤 단어가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냥 머릿속에 제일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집착이야.

증오, 사랑, 매료, 혐오가 한꺼번에...

그리고 그 본질적인 중심엔, 굶주림이 있어.


설명을 못하겠어.

내가 아는 건 난 30분도 안돼서 다시 내 침대 위로 돌아와 있었다는 거야.

땀으로 흠뻑 젖은 내 손안의 담뱃대에서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마치 어떤 차원의 틈으로 날아가서 분해됐다가, 원자 수준에서부터 다시 꿰매진 느낌이었어.

뭔가 새로운 상태로.

긜고 내 머릿속에선 "눈"의 목소리가 한 단어로 들렸어.


"Mine...mine...mine..."


이제 피곤하다.

더 이상은 못쓰겠어.

다음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Elizabeth를 찾아냈고,

마을이 어떻게 감염되기 시작했는지 말해줄게.

지금은 속을 좀 게워내야겠어.

그리고 운이 좋다면, 좀 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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