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제경험담 대순진리회 제사 참여한 이야기(장문) 3
7,131 9
2021.03.29 13:19
7,131 9
그렇게 내 아까운 10만원의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보상받은 기분으로 바로 연을 끊었으면 참 좋았을 거야.

그런데 제사는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거지.

다음날 바람잡이 여자가 아침부터 문자를 보냈어.

'무묭내수요 좋은 꿈 꿨나요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이었어.

그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성씨+내수'라고 부른대.

김씨면 김내수, 이씨면 이내수, 박씨면 박내수 이런 식이야.

이것말고도 등급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남.

아무튼 나도 제사를 지냈으니 이제부터 그들 무리로 인정받은 '내수'가 되는 거야.

난 제사 지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이가 털리는 상황이야.

내 의사도 없이 병아리 사이비 신도가 되어버린 거임.

사이비 집단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들은 바가 있잖아.

학교에서 만났으니 내가 어느 대학 다니는지는 당연히 알고, 첫날에 설문조사하면서 이런저런 신상 얘기도 했으니 어느 과인지도 알고 있어.

이름이랑 전번은 말할것도 없지.

그 생각을 하니까 더럭 겁이 나는거야.

그래서 빨리 발을 빼고 이 사람들과의 인연을 확실하게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와중에도ㅋㅋㅋㅋ 세상의 쓴맛을 아직까지도 덜 봐서 순진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래도 사람이랑 인연을 끊는건데 정중하게 얼굴 보고 얘기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

그래서 무슨 요일에 지난번 그 집으로 오세요~ 하는 소리에 순순히 알겠다고 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순순히 인연을 끊어줄 리가 없어.

사이빈데 당연하잖아.

그래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꿈에 조상님이 나타나서 호통을 치셨다, 찜찜해서 도저히 못 나오겠다'고 얘기하면 어떨까 하는 거였어.

본인들 입으로 조상신이 어쩌고 제사가 어쩌고 했으니까 그 논리대로 못 나오겠다고 하면 어쩔건데 하는 심산이었음.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혹시 몰라서 휴대폰에 112도 1번으로 등록해놓고 다시 그 집으로 찾아가니 역시나 바람잡이 여자랑 제사 지내라던 남자가 있었어.

거기서 준비한 대로 얘기를 했지. 꿈에 웬 할머니가 나왔는데,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마라!' 하고 고함을 버럭 지르시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해서 더는 못 나올 것 같다고.

그랬더니 싱글벙글하던 둘 표정이 싹 바뀌는 거야.

남자는 엄청 심각한 얼굴로 제사를 지내서 쫓겨난 악귀가 해코지하려고 조상인 척 하는 거라는 얘기를 시작해.

여자는 옆에서 갑자기 꺼억, 꺼억 트림을 해대면서 지금 무묭내수의 주변에 안 좋은 기운이 느껴지고 우리의 말이 무묭내수에게 닿지 않아서 자기 속도 안 좋아졌다는 소리를 해.

그러면서 정말 집요하게 악귀의 기운이 어쩌고, 지금 넘어가면 제사고 뭐고 말짱 헛일이다, 집안에 해코지를 하고 어쩌고 하면서 온힘을 다해서 설득하려는 거야.

방문 앞에도 역시나 남자 하나가 슬그머니 와서 자리잡고 서 있어.

그 순간 정말 해탈했어.

내가 ㅂㅅ이었구나. 그냥 개무시하고 차단했어야 하는데 뭔놈의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겠다고 내 발로 호랑이굴에 또 들어온 거구나.

사람이 냉정해지니까 이것들이 절대 학교 안에서 나 하나 찾아서 데려가겠다고 돌아다닐 리가 없다는 생각도 그제야 들었어.

그랬다간 경찰서 직행일텐데 사이비들이 미쳤다고 그런 짓까지 해가면서 신자를 모으겠어.

오히려 내가 신고할까봐 피해다녔으면 피해다녔지.

그런 걸 상황판단 제대로 못하고 그것들 소굴에 제발로 들어가서 신변의 위험을 자초했으니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이야.

아무튼 당장은 여기서 무사히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려면? 지난번엔 돈을 바쳤듯이 이번에도 이것들이 원하는 것을 바쳐야겠지.

까짓거 이번만 넘기고 무사귀환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급격히 마음이 편해지면서 사람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더라.

내 인생에서 이때만큼 완벽하게 사람을 속여본 적이 없어.

앞에서 남자가 뭐라뭐라 열변을 토하는데 정말 한귀로 흘리고 표정만 점점 온화해지는 척, 설득되는 척, 이 공간이 점점 익숙해지고 마음에 드는 척 연기했어.

내 표정이 점점 풀어지는 걸 보더니 여자가 트림하던 걸 멈추고 지금 무묭내수의 마음이 열린 게 느껴진다, 기운이 바뀌었다 어쩌고 또 떠들더라고.

내가 속으로 얼마나 ㅈㄹ한다 비웃으면서 뻐큐를 날렸는지 모를 것이야.

걔들이 떠드는 대로 고분고분 네, 언제 또 만나요 하면 네, 악귀의 유혹을 물리쳐서 다행이네 어쩌네 개소리하길래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원하는 대로 대답 다 해줌.

그리고 오후 수업이 있어서 일단 가봐야겠다고 하고 무사히 대순진리회 소굴에서 나왔어.

내가 설득됐다 싶어서 그랬던가 방문 지키던 남자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없더라고. 얼마나 웃기던지.

그대로 자취방 돌아와서 바로 스팸등록하고 차단박음.

역시나 사이비 하나 차단한다고 내 인생에 무서운 일은 1도 벌어지지 않더라.


여기까지 읽어준 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저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낯선 사람과의 조우에 대한 경계심이 덜했고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본인의 신체적 우위를 믿고 안전불감증이 심했던 케이스라 저렇게 당했다는 걸 알아주기 바람.

저렇게 무사히 끝난 게 정말 천운이라는 것도.

사이비는 그냥 무시와 차단이 답이야.

마주치는 면면이 인간이라고 인간으로 대하려고 생각하면 안 돼. 그냥 인간 모양을 한 사이비 종교라고 생각하고 아무쪼록 엮이지 않는 평온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쁘아 x 더쿠] 바르면 기분 좋은 도파민 컬러 블러립 에스쁘아 <노웨어 립스틱 볼륨매트> 체험 이벤트 180 00:08 2,027
공지 ┴┬┴┬┴┬┴ 4/20(토) 오전 8시 서버 작업 공지 ┴┬┴┬┴┬┴ 04.19 10,31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24,42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796,26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585,78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111,50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066,607
공지 잡담 고어물 및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 등은 올리지말고 적당선에서 수위를 지켜줘 18.08.23 24,530
모든 공지 확인하기()
898 실제경험담 공포방이 있네 ㅋㅋㅋ 내가 겪었던 무서운 일 + 소소한 무당 얘기 (사진 주의!!) 7 03.21 2,298
897 실제경험담 내가 겪은 기이한 경험 몇 가지 2 03.14 1,356
896 실제경험담 좀 소름끼쳤던 꿈이야기 5 23.11.19 2,493
895 실제경험담 혈육이 자꾸 자기 신병 아니냐고 하는데 무서워 13 23.11.12 4,250
894 실제경험담 별건 아니고 오컬트스러운 꿈을 꿨어 23.10.23 1,029
893 실제경험담 꿈꿨는데 너무 징그러웠어...... 1 23.10.06 1,520
892 실제경험담 100일 된 아기 사진을 두고 제사를 모셨던 썰 10 23.09.20 4,157
891 실제경험담 전혀 무섭진 않은데 내가 겪은 가위 비스무리한거랑 귀신 비스무리한거 1 23.09.14 1,335
890 실제경험담 ㅇㄱㅍ)영감의 ㅇ도 없는 나덬이 자주 겪는 이상한 일들 9 23.09.07 2,393
889 실제경험담 엄마가 나한테 얘기해줬던 경험담. 11 23.09.01 3,515
888 실제경험담 죽은 사람한테나 좋은 거지 13 23.08.25 3,969
887 실제경험담 심야괴담회 원피스 입은 여자 사연 보고 온몸에 소름 돋음 7 23.08.24 3,764
886 실제경험담 공포는 아니구 걍 신기했던 꿈 이야기 1 23.08.17 1,526
885 실제경험담 나도 가장 무서웠던 가위 중 하나 적어봐 3 23.08.14 1,622
884 실제경험담 커신만 보면 공격적이게 되는 중기 (안무서움) 4 23.07.09 2,391
883 실제경험담 대학 시절에 겪었던 무서운 경험담 5 23.07.07 3,337
882 실제경험담 새벽 1시만 되면 들리는 발자국 소리 3 23.07.05 1,866
881 실제경험담 무서운건 아니고 신기했던 경험 2 23.07.01 2,266
880 실제경험담 샤워하고 있을때 들렸던 엄마 목소리 1 23.06.19 1,382
879 실제경험담 가위눌린얘기 2 23.06.06 1,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