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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소녀와 나무침대 +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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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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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07. 소녀와 나무침대


지방의 한 조그만 도시에 엄마 없이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소녀가 하나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혜미였다. 아빠로부터 한없는 사랑을 받는 혜미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밥도 짓고 빨래도 하느라 고생은 좀 됐지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혜미를 깨우러 방으로 갔다. 그런데 혜미가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을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빠는 얼른 혜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며칠을 못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듯 절망한 아빠는 “하나밖에 없는 딸 자식이니 꼭 좀 살려주십시오.” 애원하고는 회사로 향했다.

회사로 가던 도중 한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앞을 지나게 됐는데, 그 고아원 지붕 위에 혜미만한 소녀 하나가 하얀 잠옷을 입은 채 서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얼른 차에서 내려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라고 소리쳤으나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이게 꿈인가, 하고 눈을 부비며 다시 쳐다보니 어느새 소녀는 건물 옆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웃고 있었다.

그는 달려가 소녀의 손을 덥썩 잡았으나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에 섬뜩해져 손을 놓자 소녀는 고아원 뒤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는 계속 뒤쫓아 가보니 그 곳에서는 고아원을 정리하기 위해 바자회를 열어 물건들을 헐값에 팔고 있었다. 한 수녀가 다가와 물건들을 좀 사 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별로 필요가 없었지만 어려운 사정을 생각해 나무침대 하나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나무침대 밑에 아까 도망갔던 그 소녀가 숨어 있다가 쫓아가니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수녀가 귀여운 토끼 인형을 들고 나와 이 나무침대의 주인은 어떤 소녀인데 병으로 죽게 됐고, 유언으로 이 침대를 사는 다음 주인에게 이 토끼 인형도 같이 주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토끼 인형의 이름은 핑크라고 수녀가 덧붙였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혜미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혜미를 그 나무침대에 눕히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먼저 일어난 혜미가 아빠를 깨우며 물었다.

“내 핑크 어디 있어?”


😱출처 ☞ https://blog.naver.com/2ndsnow/222665298907




2x08.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


애인 사이인 동수와 은미는 일찍 휴가를 얻어 남해안 어느 한적한 바닷가로 여행 갔다. 도착해 텐트를 치자마자 둘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직은 이른 휴가철이라 물은 차가웠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시간도 지나고 날이 저물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서서히 덮여오면서 바람도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동수야 이제 그만 돌아가.

괜찮아, 쬐금만 더 하다가.


동수는 은미를 안심시키며 좀더 깊은 곳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은미는 내심 걱정도 됐지만 워낙 수영 실력이 좋은 동수여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 헤엄쳐 들어갔다. 그러나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뒤돌아보니 모래사장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이 들어와 있었다. 가슴이 철렁한 은미가 동수를 부르려고 할 때 느닷없이 천둥 번개가 치면서 바다가 뒤짚히기 시작했다. 곧이어 후두둑 하던 빗방울이 소나기가 되어 내렸고 파도도 이에 뒤질세라 거세게 몸부림쳤다.

그제서야 동수는 다급하게 은미한테로 헤엄쳐 왔지만 심한 파도 때문에 불과 한 발 앞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은미의 손도 잡을 수 없었다. 수영이 미숙했던 은미는 동수야 나 좀 잡아줘.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거대한 파도 속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그러나 수영이 익숙한 동수는 파도에 적절히 몸을 실어 간신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 날 이후로 줄곧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때의 악몽이 계속됐던 것이다.


오늘은 그로부터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밤늦게 겨우 잠이 든 동수는 갑자기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아 퍼뜩 일어났다. 그런데 이불 위로 물이 뚝뚝뚝 떨어지면서 바로 앞에 창백한 은미가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채 똑바로 서 있는 것이었다. 은미는 손을 내밀면서 천천히 동수한테로 다가섰다.

동수야, 너무 춥고 외로워, 나와 함께 가, 어서…… 어서…….

안 돼, 안 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동수는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꿈이었구나, 꿈

등에선 식은땀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다시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에 깨어나 거실로 나간 동수는 순간 그 자리에 꼼짝도 할 수 없이 얼어붙어 버렸다. 현관 복도에서 자기방까지 물 묻은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2ndsnow/22267157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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