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가 고통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일관된 관점이 드러나는 데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예전부터 인터뷰에서 자기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아서 좋은 일이 생기면 아 다음엔 또 어떤 나쁜 일이 생길까 생각했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이제 올라갈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
하뉴인생 중 가장 파란만장했던 시기가 소치 금따고 평창까지의 4년인데 이 중 매년 큰 부상으로 훈련하지 못한 기간들이 많았음
언론에 말하지도 않고 혼자서 부상에 발목잡혀 정신적으로 나락에 빠졌던 순간들이 꽤 많았는데
이 다큐는 그런 시기에 찍은 내용인데 거의 끝부분에 하뉴랑 짧은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음
기자: 힘들 때는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나요?
하뉴: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힘든 건 힘든거예요 그냥 그걸 인정해요
하뉴: 너무 힘들어지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게 되고 그러면 그만둘 수 있어요
하뉴: 그만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 때 하뉴 표정이 울기 직전인데 웃고 있는 모습이라서 다큐 끝나고 마음이 좋지 않았음
어쨋든 힘든 건 힘든 거란 걸 인정해 버리고 끝까지 고통속에 자신을 몰아넣을 줄 아는 사람임
그런데 거기가 끝은 아닌거지
평창 앞두고 부상 직전에 마츠오카 슈조라는 전직 테니스 선수가 하뉴 만나서 인터뷰했는데 이 사람이랑 인터뷰할 때 하뉴는 100% 운동선수임
둘이 스포츠부심도 강하고 무엇보다 슈조가 운동선수가 겪는 정신적 신체적 상황을 너무 잘 알아서 하뉴가 다른 사람한테는 드러내지 않는 운동선수로서의 디테일한 경험과 심리를 정말 신이 나서 풀어냄. 이 때 화면에는 찍히지 않고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역시 괴로움의 문제
누구보다 괴롭게 지내왔으니 그 다음에 누구보다 큰 기쁨이 올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음
고통을 인정하고 100% 경험한 후에 그 다음을 희망적으로 전망하는 태도, 거기다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싶다고 아예 말을 뱉어버리는 패기
하뉴가 꽃길만 걷는 선수였으면 팬들이 이렇게 절절하게 응원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 난 개인적으로 하뉴랑 같이 좌절하다가 마치 대신 전쟁터에 나간 친구가 결국 이기고 돌아오는 것 같은 승리감 안도감의 반복된 시간이었어
어쨋든 그렇게 꿈에 그리던 평창을 직전에 두고 부상을 당했으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 정말 올림픽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서도 중간에 기권하는 결과였으면 하뉴가 견딜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평창은 누구한테 고마워해야할 지 모르지만 아무튼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
지금 하뉴는 롤러코스터의 어디에 와 있다고 생각할까 궁금하네
<캡쳐는 다음 영상에서 가져옴: https://www.youtube.com/watch?v=0nL-NRa39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