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이는 울지 않았다. (중략)
세상만사가 순조로운 적이 없었는데 닥치는 일마다 당연하게 여겨져서 울지 않았다.
살면서 으레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관통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며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도 않았다.
간간이 기쁘고 행복했지만 분에 넘치는 희망을 꿈꾸며 오래 호사를 누리지도 않았다.
p.10
(전략)
호재는 자신이 혼자나 다름없고, 누구나 어른이 되면 다 혼자가 될 텐데,
그렇게 보자면 나는 미래를 앞당겨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 뒤로 '그는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아'라는 자조가, '어떤 사람은 미래 대신 과거를 끌어다가 쓰지'라는 우롱이,
'나는 보기보다 야무지고 똑똑한 아이'라는 자만이 차례차례 생각났다.
p.28
"재수 없는 날에는 자꾸 옛날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재가 말머리를 돌렸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본 적도 있었는데 거듭 이유를 찾아봐도 답은 명확했다.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연히 불행한 건지, 당연히 불행한 건지"
p.69
- 황현진, 《호재》, 2019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보다가 저위가 떠올라서
''어떤 사람은 미래 대신 과거를 끌어다가 쓰지'라는 말이 너무나 저위를 닮았어
타인이 내미는 손을 선뜻 잡을 수 없는 저위를 보면 맘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