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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멜로가체질 멜로가체질 다 본 장문후기 주절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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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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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BEUXfT7_48


며칠 전 장범준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집에 와서는 계속 이 노래가 생각났다.

유튜브로 노래를 듣고, 따라불러보며, 부르기 더럽게 어려운노래라는 생각을 하고, 노래가 끝나면 다시 들으며 댓글을 보았다.

보통 드라마 ost 베댓은 두 유형이다. 하나는 드라마 찬양, 다른 하나는 노래와 가수 찬양.


그런데 여기는 조금 달랐다. '노래때문에 드라마가 궁금해진 건 처음'이라는 짧은 말토막이 최상단에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내용의 노래가 어울리는 드라마는 어떤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멜로가 체질이라. 제목 참 마음에 안든다는 생각을 했다. 

등장인물들이 미드에서는 직업대로만 움직이고, 일드에서는 무조건 교훈을 주려하고, 한국드라마에서는 아무튼 연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애떡밥 가득한 한국드라마에 멜로가 체질이라니, 이거 완전 투머치 멜로가 아닌가.

물론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흥미로운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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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차피 노래를 틀어둘 때 같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오 정봉이 나오는구나, 반갑다.

어 얘 어디서 봤는데, 아! 그 써니에서 악역으로 나온 본드하던애. 천우희 천우희

이 사람이 박해진이던가, 이사람은 또 누구더라......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이야기지만, 정봉이랑 천우희 빼고는 싹 다 틀렸었다.

특히 극중 이소민 역은 정말 박수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주빈이라는 배우였다.

둘 다 예쁘니까 됐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뮤비를 보는데,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라는 글이 조금 눈길을 끌었다.

내가 올해 서른이었기 때문일거다.

뭐가 괜찮아진다는건지, 내 나이에 딱 맞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아마 정봉이가 나왔기 때문일거다. 

예전에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내가 저 개딸 개아들들과 같은 시기를 살았다면 이 드라마를 어떤 느낌으로 보고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훨씬 즐겁고, 재미있을거란 생각을 했었다.

90년생인 내가 응답하라 2002가 나오길 바라는 이유다. 1997에 만족하기에는 그때 내가 좀 어렸으니까. 2002도 초딩이긴 했다만.


-----여기부턴 드라마내용 있음


아무튼 그렇게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klGBY

'멜로가 체질'에서 아마도 가장 자주 나오고, 제일 중요한 장소인 은정이네 집.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말에 어울리게, 이 공간에서 나누는 수다가 작품의 중심이다.

사진에 있는 세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하루 끝엔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서로 있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반응을 나눈다.

약간 옴니버스식 구성같았다.

주인공은 임진주였지만, 친구 황한주나 이은정의 이야기도 그 자체로 독립적인 완성도가 있었다.

세상에 둘도있는, 셋도없는 친구. 셋은 제목답게 각각 사랑을 하고 각자의 아픔도 있었다.

뭐...... 회차가 진행될수록 드라마 장르가 멜로보다 코미디에 가깝겠거니 싶었지만.


은정이가 손목을 긋고, 진주랑 한주가 병원으로 달려와 미안하다며 함께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저 '미안해'.

주어도 목적어도, 하다못해 서술어를 수식해줄 부사 하나 없는 짧은 단어였지만, 괜찮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단 한 단어를 반복할 뿐이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그렇게까지 우울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미안함과 친구에 대한 사랑이 잘 느껴졌다.

은정이는 나중에 '안아줘, 나 힘들어'라고 속마음을 고백함으로써 친구들의 사랑에 보답했다.

물론 친구들은 그 요청을 힘껏 들어주는것으로 용기있는 고백에 응답했다.

참 좋은 친구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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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연재만화중에 '바쿠만'이라는 작품이 있다.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작품인데

만화가들이 만화를 그리며 잡지에 연재하고, 순위경쟁을 하고

만화가들의 삶 자체를 만화화한 꽤 현실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바쿠만'의 작가는 '이 만화는 픽션이지만 현실도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만화를 보다보면 작가가 가지고있는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드러난다.

특히 '데스노트'를 이런식으로 그리고 싶었나보구나, 이렇게 스토리를 끌고가고 싶었구나, 같은 부분을 좀 느낄 수 있다.


멜로가체질이 이 바쿠만과 비슷한 형식같았다.


인정받는 pd 손범수와 신인작가 임진주.

나중에 찾아보니 멜로가체질의 pd는 천만영화 극한직업의 감독이었고, 써니, 과속스캔들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메인작가인듯한 김영영씨는 네이버 검색결과에 멜로가체질 딱 하나만 나오는, 아마도 첫 메인데뷔인 신인작가.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두 극작가의 아바타라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대본 내용에 대한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올때면 그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마지막회즈음 해서는 대놓고 이 연결관계를 드러냈던 것 같다.

카페에 앉아 대본회의를 하며 등장인물들의 엔딩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마 실제 대본회의에서 했던 대화내용이 아닐까싶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5화에 손범수와 임진주가 제작허가를 받기위해 PT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 나오는 제작의도가 곧 작품의 제작의도라고하면 

'시트콤도 아니고 한 화 정도는 안보고 넘겨도 괜찮은 시리즈물이라니.' 라고 부정적으로 평하는 임원이 있다.

임진주는 '다른 드라마처럼 당장의 떡밥으로 매회 연결시키는 방식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으로 상황이 아닌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겠다.'고 대답한다.

인물 사건 배경이 필수요소라고한다면 사건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 실제 pd와 작가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에 자신이 있었다는 말일거다.


뒤에 이소민이 조연 역할을 맡게되는 부분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주인공보다 친구역할이 더 매력있고 중독성도 있다고.

손범수감독이 재미있는 캐릭터 절대 안놓치고 잘 만들거라고.

사건보다 인물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계속 드러내는거였을거다.


감상평을 하자면, 등장인물들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위에도 적었듯이 주인공 외에 친구들의 이야기도 각자 완성된 이야기로 느껴질만큼 비중있고 독특했으니까.

캐릭터를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보다 과장된 느낌으로 인물들이 움직일때도 많았지만

작품 자체의 분위기를 해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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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인 감상평은 재미있는 드라마였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는 생각은, '이 드라마는 대본이나 집필단계가 더 재미있는 상태는 아니었을까?'이다.

이 작품을 드라마가 아닌 소설책으로 만났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중간에 손범수pd가 '대본이 재미있으면 어떻게 찍어도 재미있다. 이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을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작품으로 연출하는 과정에서 뭔가 손실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

드라마 한편 보고 천만영화 감독의 연출력을 감히 함부로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건 아니지만

작중에서 손범수 pd와 임진주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실험적인 새로운 시도가 있는 작품이었다면, 조금은 미숙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게 솔직한 감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병헌 감독과 김영영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특히 은정이네 집에서 중간정산을 하듯 각자에게 벌어진 사건을 말하고 감상을 주고받는 장면들은

같은 사건에 다르게 반응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캐릭터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PPL도 다른 작품에서는 어색함때문에 옥의티로 이슈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선 많이 나오면서도 오히려 좀 유쾌했다.

오랜만에 본 드라마가 꽤 만족스러워서 다행이고, 다시 신선한 작품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p.s)천우희 정좌로 앉아있을때 자세가 정말 이쁨. 골반부터 머리까지 쫙 펴져있는게 다이어트자극제마냥 허리 목 자세 바로하기 자극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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