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안방극장을 웃고 울렸던 SBS <열혈사제>가 막을 내렸다. 시원하고 깔끔한 결말 그리고 ‘시즌2’의 기대감까지 단단히 챙겼다.
<열혈사제>는 일명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코믹과 정극을 오가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 사실적이며 시기성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의 냉탕온탕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연출력이 그것이다. 전작 <펀치> <귓속말> 등 묵직하고 선굵은 연출을 해왔던 이명우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숨겨왔던 나의’ B급 감성을 제대로 살려내기도 했다.
22일 오후, 포상휴가를 떠나는 감독을 잠시 잡아 인터뷰했다.
SBS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열혈사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감은?
“새로운 시간대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우려도 많았지만 기대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다. 감독으로서 기쁘고 제작진을 대표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행복하고 얼떨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예능 시간대를 이용한 기획력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아무래도 예능이 이미 자리를 잡은 시간대라서 드라마로서 퀄리티를 갖는 동시에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고 다행히 잘 맞아 떨어졌다.”
-코미디와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자들, 감독으로서 중간 지점을 어떻게 잡아줬나?
“두 가지 중 하나만 잡고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출자 입장에서 일관된 톤을 유지해야 했기에 작품 초반에는 진지함을 잡고 코미디를 섞었다. 1/3 지점에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미디를 기본으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2/3 지점부터는 김남길, 이하늬를 비롯한 배우들의 현장 코믹감이 너무 좋아서 ‘풀로 베팅해보자’라고 결정했다. 이후 편집에서 톤을 조정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니까.”
-코미디도 코미디지만 액션신이 좋더라.
“감독이 ‘액션신을 잘 찍었다’는 칭찬을 받으려면 배우가 잘 해야 한다. 배우가 액션을 못하면 카메라 트릭을 써야 하는데 김남길 배우는 트릭 한 컷 없이 본인이 다 해줬다. 그 상황에서 잘 못 찍으면 감독이 이상한 거다.”
-조연 배우 중 마음에 남는 캐릭터는?
“‘장룡’ 음문석과 ‘쏭삭’ 안창환 배우, 두 친구가 마음에 많이 남는다. 어렵게 캐스팅한 배우들인데 초반 분량이 너무 없었다. 두 인물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다가 함께 붙는 신을 만들었더니 그것이 밑밥이 되어 나중에 살아났던 것 같다.”
-<펀치> <귓속말> 전작을 보면 <열혈사제>와 결이 다르다. 원래 B급 감성이 있었나?
“2006년작 SBS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B팀 연출을 맡았었다. 이 작품이 전형적인 B급 감성 드라마였다. 그간 본연에 있던 B급 감성을 꾹꾹 누르며 살았던 것 같다. 무거운 시나리오만 받다보니 ‘다른 것도 잘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발산하니 주체할 수 없더라. 하하”
-아내가 SBS 박은경 아나운서다. <열혈사제>를 보고 어떤 말을 했나?
“아내는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다. ‘당신하고 딱 맞는 작품 했네’라고 하더라.”
-후속작은 코믹인가? 장르물인가?
“아직 모르겠다. 밝은 드라마를 조금 더 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열혈사제> 시즌2는?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작가, 배우, 연출, 방송사, 제작사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내가 알기론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시즌2 본인의 의사는? 마지막회에 ‘to be continued’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시즌2는 감독에게 엄청 부담되는 작업이다. 문구를 넣은 이유는 일종의 드라마 장르적 문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1500억 원에 관련된 내용이 빠져있다. 그 행방에 관한 장면을 실제로 찍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편집했다. 그 행방은 DVD 감독판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판 버전 DVD가 출시되나?
“확정은 아니다. 포상휴가 가서 좀 더 생각해보려한다. 사실 감독에게 DVD가 출시된다는 건 ‘20부작 편집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에 방송사에서 ‘DVD 출시 가수요도 조사’를 했는데 너무 상향하는 수치가 나와서 하지 않으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이긴 하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