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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결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챌린지] 1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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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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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파열 6. 오두막에서의 파열 ~ 7. 그리하여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4편에서의 알료샤의 이동 루트를 그려보자면 ‘수도원 → 아버지의 집 → (거리) → 호흘라코바 부인의 집 → 스네기료프의 집’이 되겠네. 그리고 다시 호흘라코바 부인의 집으로…….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궁금해서 내일 분량을 좀 들춰 봤는데, 호흘라코바 부인의 집(2차)을 나왔을 때 ‘벌써 오후 2시를 넘었으니 이른 시각은 아니었다.’라고 하더라. 날이 밝기도 전에 깼다더니 정말 아침부터 쉴새없이 돌아다녔나봐ㅋㅋㅋ





“그러니까 당신의 소년, 이 착한 소년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당신을 모욕한 사람의 동생인 제게 달려들었던 것이군요…….” (419)

알료샤의 손가락을 깨물었던 소년이 누구였는지 명확해졌어. 지난 분량에서도 언급은 있었고, 이번 분량 초반부에도 알료샤는 갸가 갸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땅땅 못박아주는 건 또 다르니까. 소년, 그러니까 일류샤가 알료샤에게 달려들었던 건 알료샤가 자신의 아버지를 모욕한 드미트리의 동생이기 때문이었어. “이건 쟤가 아저씨를 겨눈 거예요, 그것도 일부러 아저씨를 겨눈 거라고요. 아저씨, 카라마조프, 카라마조프 집 사람 맞죠?”라고 하던 아이들은 일류샤가 알료샤에게 적개심을 보이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자세한 사정은 오늘 분량에서도 나오고, 지난 분량에서 카체리나가 설명해 주기도 했지.

“한데, 드미트리 표도로비치가 무엇 때문인지 이 2등 대위에게 화가 난 나머지 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그의 턱수염을 움켜쥐고 길거리로 끌고 나가서는 … 그 2등 대위의 아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서는 줄곧 그 옆을 뛰어다니며 엉엉 울면서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빌고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아버지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비웃었을 따름이랍니다.” (404)

아버지가 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아버지를 도우려고 애썼지만 결국 돕지 못했던 소년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겠지. 이 사건 이후, 일류샤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복수심과 증오심을 품고 살아가게 돼. 자신을 ‘수세미 같은 놈’이라고 부르며 아버지가 당한 모욕을 상기시키는 반 아이들과 맞서 싸울 만큼 용감하고, 정신이 이상한 어머니에게는 사과를 가져다 주는 다정한 아들이지만, 그 경험이 일류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이걸 저한테, 저한테 주시는 거라니, 이렇게 많은 돈을, 200루블이나!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사 년 동안 이만한 돈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438)

1회차 때 당시의 3000루블은 현재 기준 한화로 5~6천만원이라고 했지. 그럼 200루블은 330~400만원일 텐데 사 년 동안 이만한 돈은 구경도 못했다니 대체 얼마나 가난한 걸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카라마조프네는 몇백, 몇천루블 단위로 돈이 오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드미트리가 카체리나에게 주었던 돈도 무려 4000루블이었잖아?

하긴 스네기료프는 군대에서 해임되고 서기 일을 하다가 어떠한 이유로 봉급이 끊겼다고 했고, 아내 아리나는 정신이 이상하고, 딸 니나는 병들었고, 아들 일류샤는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게다가 다른 딸, 바르바라 니콜라예브나가 과외로 벌어 온 돈도 생활비로 써 버리는 바람에 바르바라가 페테르부르크의 대학으로 돌아갈 여비가 없다고 했으니.

어쨌거나 스네기료프의 가족은 굉장히 가난해. 그렇지만 이 가족은 그런대로 화목한 가족이야. 일류샤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서술되었고, 바르바라는 성질을 부리면서도(사실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걸지도?) 집안 사람들을 돌보고, 니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희생을 자처하면서 하느님께 기도를 올려. 부유하지만 콩가루인 카라마조프 가족과는 대조적이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만 보아도, 일류샤는 스네기료프를 존경하지만 드미트리와 이반이 표도르를 대하는 태도는 경멸에 가까워.



“내가 받은 치욕의 대가로 당신네들한테 돈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444)

그러나 스네기료프는 카체리나가 알료샤를 통해 전한 200루블을 받지 않고, 오히려 짓뭉개서 집어던져 버려. 그 돈으로 가족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 실컷 말해 놓고는 말야. 스네기료프는 가난할지언정 자존심과 긍지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일류샤에게 자신이 드미트리에게 결투를 신청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겠지. “어른이 되면 내가 직접 그 사람한테 결투를 신청해서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었을까? 카체리나와 알료샤가 아무리 이것은 드미트리와는 관계없이 주는 돈이라고 말해도, ‘드미트리에게 받은 치욕의 대가’로 주어지는 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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