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다사다난한 여름을 보냈었는데
그래서 더 와닿았던 케이의 편지ㅜㅜ
신세 많았습니다. 고마워요.
이 여름의 일들, 이 방에 대한 것들,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갑자기 정해진 일이라 너무 멋대로지만 이 글로 헤어짐을 표합니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 여름이 시작될 무렵, 당신이 어시스턴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온 밤.
그때 당신은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저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답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
에스케군은 만화로, 류조군은 소설로, 쇼짱와 가요곡으로, 저는 유화로.
여름이 끝나는 지금, 저는 그림을 버리고 류조군도 소설을 버리겠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한 계절이 그걸 버리는 계기가 된 것은 얄궂은 일 입니다.
그림이나 소설만을 위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곁에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버리고마는,
혼자가 되면 바로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의지가 약한 평범한 인간들이였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였던 겁니다.
이제 같은 여름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요.
이 여름에 흘린 눈물은 이제 두 번 다시 흘릴 일은 없겠지요.
두 번 다시.
마지막으로 전에 류조군이 알려준 프랑스 시인의 시로 우리 세 사람의 이별의 마음을 대신해 쓰겠습니다.
인생을 앞에 두고 단지 허둥대기만 하는 무능한, 그리고 가련한 청춘이지만
지금 이마에 첫 주름이 생길 즈음이 되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인생에 대한 이 신뢰이고, 이 동의이며,
친구 너에 대한 것이라면 알고있어. 라는 의미의 이 미소다.
지금이 되서야 사람은 아는 것이다.
인생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인생은 단 한번도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 라고.
다시한번 말합니다.
신세 많았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