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비평을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좋은 건담 속편들이 존재하는지 질문해보고자 한다
정답은....그리 많지 않다, 이다
모든 빅타이틀 프랜차이즈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이지만
후속작이든 외전이든 타이틀 후계작이든
전작을 시청했을 때와 이번 작품까지 보았을 때와 해석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느냐가 기대되는데
많이들 구주인공 취급 실패하느냐, 신주인공의 캐릭터 입성에 실패하느냐가 되기 쉽상인데다
자칫하면 어느 한쪽을 부정하거나, 어느 한쪽을 편들거나 깎아내리게 되기도 하고
그 균형과 관계성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할수 있을지의 큰 과제와
반드시 전작과의 비교 대상이 된다는 큰 부담감 까지 안고 있어서
그래서 그런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여튼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좋은 후속작은 많이 탄생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크고 무거운 타이틀 왕관이라는 건담.
빌드 시리즈의 경우는 첫작의 파이터즈가 갓빛파라고 불릴 정도로 대호평을 받은 것에 비해
후속작들은 그 기대에 한참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그 중에서도 하필 가장 개노잼 평을 받았던 이번 다이버즈의 후속 리라이즈는
팀원들은 최악의 첫인상까지 선사하는 용감함까지 저릴러서 많은 팬들의 이마를 짚게 했는데...
1. 팀배틀 따위 할 생각없는 어두운 주인공
2. 허풍이 심하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열혈남
3. 말없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는 흑발녀
4. 소극적인 성격으로 뒤로만 숨는 소심한 쇼타
지옥의 조별과제인가?
안그래도 발표 당시부터 스크라이크 열화판이니 에이지 시스템의 사골판이니
뭇매를 맞았던 플래닛 시스템이었는데 뚜겅을 열어보니 이건뭐 기체 이전의 문제.
도대체 어디서 뜯어먹을 건덕지도 없어보이는 총제적 난국.
이렇듯 빌드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건담 이래 최악의 삐걱거림으로 스타트를 끊는데
건담 빌드의 4번째 타이틀이자 유일한 고등학생즈...
과연 이번엔 어떤 물건이 되었을까?
ㅡ건담 빌드 다이버즈 리라이즈
처음 리라이즈 팀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불협화음의 극치였다.
히로토는 리더이면서도 언제나 감정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팀간에 제대로 된 소통을 거부하고
메이는 그런 히로토가 원하지 않을때마다 팀을 강제로 등에 업고 다니고
인생을 크게 바꾼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끌고 있었던 파루는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해서 언제나 땅밑만 바라보고 걸어다녀 잠재력을 낭비했고
카자미는 자기 중심적이고 항상 멋져 보이고 싶은 의욕만 앞설뿐
그것을 뒷받침할 기술은 없고 동료들에게 의존하는 것을 거절하는 플레이어 였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들의 팀워크를 보고 이 작품을 단념했다.
하지만 이 발암을 지켜보는 사이에도 이와는 별도로,
작품은 EL-다이버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설명하고
간간히 그 설명을 핵심 플롯 포인트 중 하나인 엘도라와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히로토의 비극적인 뒷이야기를 전작 빌드 다이버즈들의 마지막 전투와 연결시켜
청중들에게 "만약 사라말고 다른 EL-다이버가 있었다면 어떨까?" 라고 물음을 던지고
그들이 어떻게 마지막 전투에서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진상의 떡밥을 쌓아간다.
그 EL-다이버중 하나의 이브는 히로토의 친구가 되었고,
그녀는 GBN에서 히로토의 여정을 같이 하며 코어 건담의 조정에서 교환 가능한 아머를 개발하고
히로토의 시야를 넓혀 플래닛 시스템이 탄생하게 되기까지를 같이 하는데
(뭐 어차피 코어 건담 아머들은 더 많은 자본을 움켜쥐기 위한 반다이의 필사적인 노오력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두 인물 사이의 관계성을 더하면서 GBN의 알지 못하는 우주를 탐험하려는 이브의 욕망에 근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브가 히로토에게 원하지 않는 부탁을 한것 때문에
이브에 대한 기억은 곧 히로토의 트라우마로 발전했고
다이버즈 마지막 전투에서도 큰 딜레마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히로토는 다시 자신의 PTSD에 맞닥뜨리면서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은 불안감을 극복하고 서로를 도우며 성장한다.
히로토는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었지만
그의 선택에 고마워하는 메이와 프레디에게 진실된 감사와 위로를 느끼고
슬픔을 떨쳐버리는 법을 배워 엘도라 사람들을 돕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좋은 각본의 핵심 요건은 등장인물들의 투쟁과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리라이즈 팀의 발전은 캐릭터 개발과 세계관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팀플레이를 하는 동안 등장인물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
히로토는 그저 주역에서 주인공이 되었단 단순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매장할 수 밖에 구할 방법이 없다는 절망의 벼랑에 놓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절망의 심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히로토가,
지금 바로 같은 처지에 서있는 자에게
이전의 자신이 무엇보다도 갖고 싶었던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누군가를 구출해주려고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어!
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를 외치며 마사키를 해방시키려는 쿠아도른의 공격을 최단 거리로 엄청난 열량의 돌격을 해오는 모습은
이견없는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지 않을까 한다.
'빌드 계통 애니메이션이니까 사상자는 나오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건담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지 않나? 이미 엘도라의 백성은 희생자가 대부분인데' 이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전투중에 마사키의 바이탈이 흐트러질때마다 조마조마했고,
심정지가 되었을때는 기적을 바랄 정도로 빠져들었다.
물론 히로토의 회복과 성장도 기쁘지만
그 성장에 부응할 수 있는 파트너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도 너무 기뻤다.
특히나 이 작품 최고의 발암캐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탱커로 진화한 카자미.
누가 뭐라고 하든 정의의 히어로 놀이나 하려고 저스티스 기체를 선택한 그가
후에는 모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기 위해 후계기에서 전좌기체로 역행하며
이지스를 뽑는 모습은 작품적으로도 훌륭하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게임이라고 믿고 있었다고는 해도 "긴 회화 파트 따위 필요 없어" 라고 불평했었지만
나중엔 엘도라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슬프게 해서 미안해" 라고 신경을 쓰게 된 걸 보니 감개가 남달랐고
킹모드의 필살기가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도 너무 좋았고,
아르스에 의해 점점 강화되어가는 병기들의 고화력의 집중포화를 한몸에 받으며
피어오르는 폭연 속에서 휘황하게 트윈 카메라로 눈빛을 내며 쉴드에서 얼굴을 내미는 이지스 나이트는
....정말이지 최고로 멋있었다
메이는 인간의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못하는 전자 생명체 EL-다이버이지만
모두에게 과거를 털어놓으며 넘치는 감정과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 히로토를 위로하는 첫번째 사람이 된다.
모든 엘도라인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임무였던 불량 AI인 아루스를 고치는 것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아루스가 자신의 경직된 목표를 지나쳐 인간 감정의 두 기둥인 사랑과 연민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무의식적인 희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보다 현실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고 GBN의 세계에 들어온 파루가
쿠아도룬의 날지 못하는 심정을 자신에게 겹치면서
자신의 건프라에 대한 지식을 그의 날개를 재건하는 데에 사용하며 용기를 얻고
그로인해 뒤로만 숨는 성격과 사람들 앞에 서는 수줍음을 극복하며
장래의 서 있는 위치에 무너지지 않는 강함을 익히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정말로 대견했다.
길을 잃고 해매는 도로시ㅡ히로토
자신을 찾아다니는 허수아비ㅡ메이
마음을 원하는 양철나무꾼ㅡ카자미
용기의 날개를 잃은 사자ㅡ파루
이야기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 마냥 각자가 원하는 것을 착실하게 모두 손에 넣어가면서
고독했던 히로토가 동료를 이어주는 중심의 핵이 되고
사명을 찾아 헤매던 메이가 동료를 부축하는 다리에
독선적으로만 싸우던 카자미가 동료를 지키는 갑옷에
날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쟁이였던 파루가 동료를 이끄는 날개로,
지금까지의 드라마를 전부 집어넣은 상징적인 합체는 눈물을 핑 돌게 만들었다
사실 내가 아닌 다른 자신이 되어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가 갖고 있는 것이다.
굳이 건프라 배틀 세계 속이 아니더라도
가상 세계든 이세계든 익명의 공간이든....
하지만 인간의 영혼은 기본적으로 하나밖에 없어서
결국 리얼도 가상도 자신일수 밖에 없고
자신 이외의 어떤 사람도 될 수 없다.
프레디가 엘도라 백성들을 대표해 아루스에게 작별인사를 보내는 장면도
넵테이트만은 싸움에 사용하지 않는건 그것만은 정말로 특별한 아머였다는 사실도
차마 더블오를 쏘지 못했던 같은 장소에서 빔슛 라이플 u7를 쏘는 히로토의 2년간의 방황도
카자미가 그렇게 동경했던 캡틴 지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콤보를 날리는 것도
기억을 없애고 모습을 바꾸어도, 너무 좋아했던 히로토를 다시 만나러 온 이브의 그림자도
모두 갈등을 극복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무게감이라는 것...
의외로 인생이란 그렇게 자신에게 솔직해진 순간부터 선망에 가까워지고
찾고 있는 물건은 실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서 항상 지켜봐 주고있는게 아닐까.
'놀이와 진심', '게임과 리얼' 의 차이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아무래도 나는 지금껏 빌드를 관통하는 테마의 "놀이이기 때문에 더욱 진심이 될 수 있다"를
"진심이 될 수 있으니까 놀이만으로 좋다" 라고 잘못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것을 본질부터 거부하는 이번 속편 리라이즈를 내심 굉장히 고깝게 여겼었는데
하지만 리라이즈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라면 진심이 된다" 그리고
"진심이 되면 놀이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를 그려내면서 전작의 한걸음을 앞서 나간다.
분명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없는 물건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작과의 표리관계가 밝혀진 후로는 갑자기 긴장감이 고조되고
종반에 접어들수록 매주 기대가 되었고, 그 기대했던 높은 장벽을 매주 뛰어 넘어와 정말로 즐겼다.
목숨이나 사람들의 심정변화에 대한 묘사는 정말 정성스러웠고
전투묘사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예상을 상회한 분위기여서 정말 훌륭했다.
최종적으로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느낌으로 마음 놓고 즐길 수까지 있었고
속편으로서도, 건담 타이틀로서도, 단체 애니메이션으로서도
아니 모든 부분에서 봐도 구성력의 굉장함에 도취하는
역대 최소 건담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이야기가 되버렸다.
(모두 성실하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한명만 대실하게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
참고로 켄상이 아루스로부터 히로토를 감싸는 장면은
Z건담에서 헨켄이 배를 방패로 삼고 엠마를 구해준 장면의 오마주인것 같았다.
타고 있는 기체는 건페리였는데 그것도 히로토의 코어 건담의 모델이 퍼스트 건담이라서 맞춘것 같은데
...아님 말고
여담으로 새롭게 발매하는 아스트레이에는 숨겨진 변형기믹이 있다는 것은
반다이 사이트를 보고 있어서 무엇일까 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리본즈 건담의 기믹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해봤다.
게다가 저 짐승같은 레벨소 모드는 철혈의 바르바토스 루프스 렉스인데
으아니 SEED 계열의 기체인 아스트레이에 00와 철혈 요소를 탑재하다니
맛타쿠 반다이는 제정신이 아니다.
각설하고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될라고 하면서 생각하며 계속 봤지만
이 정도의 레벨의 작품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오산이었다.
점점 이야기가 재미있어져 가면서 전작과는 다른 결의 동료들에게 매혹되는 방법이라던가
히로토들의 여러가지 갈등이 큰 마음의 성장과 유대로 이어져 좋았고
단 한 컷밖에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 못난 건프라들조차
누군가가 열심히 만든 건프라구나, 라고 하는 것이 전해져 와서 건덕으로선 행복하기 그지 없다.
마치 선라이즈의 불타는 종합선물세트 와도 같은,
어디까지나 왕도적인 그 구성력에 심취했고
그렇지만, 매너리즘화는 면할 수 없는 이 시리즈에서 새로운 지침까지 제시하는
마음속 끝까지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제작진과 작화진 성우진 모두의 열정과 노력에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
부탁받은 마음을...너에게 담은 소원을!
다시 살리기 위하여!
코어 체인지! 빌드 다이버즈 고!!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