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기안84 "팬들이 만화대신 TV 잘봤다고 인사…열심히 그려야 겠네요"
스포츠경향 원문 기사전송 2018-08-17 00:01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는 방송인으로 구분될 수 있는 일군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독특하면서 남다른 입지를 갖고 있다. 그는 매주 수요일 연재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웹툰 <복학왕>의 작가이기도 하면서 과거 작품 <패션왕>이 배우 주원 주연의 영화로 거듭난 원작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매주 금요일 저녁 방송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고정출연자로 나오면서 ‘솔로 라이프’를 선보이고 있다. 꼭 웹툰 작가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매사에 기존 방송 문법을 따라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 때문에 프로그램의 인기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 그가 7년 전 와 싸인회에만 잠시 참여했던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홍보대사’라는 중책을 맡았다. 올해 21년이 된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축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셈이다. 그가 홍보대사 위촉행사에 참여하고, 지난 15일 열렸던 개막식 전 행사인 싸인회에 등장하자 행사장에 몰려드는 인파의 수준이 달라졌다. 그는 이렇게 웹툰으로, 방송으로 널리 얼굴을 알린 유명인이 됐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자유롭게, 제약없이 창작에 몰입하고 싶은 작가 본연의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웹툰작가, 방송인으로서의 유명세는 누군가에게는 영광이지만, 기안84에게는 잘 유지해야 할 균형이자 각각 노력해야 할 꿈이었다. “싸인회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간 것 같아요. 그 7년 동안 <패션왕>을 2년 연재하고, <복학왕>을 5년째 연재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2016년부터 방송을 해서 얼굴도 알려졌고요. 너무 영광이긴 한데 얼떨떨하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긴 했어요.” 그가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를 맡은 소감을 들려달라고 하자 말한 이야기는 한 달 여 전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했던 이야기와 똑같다. 일단 그는 웹툰작가로서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얻은 유명세가 한국 만화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왔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이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방송으로 쌓인 유명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도 돌아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만화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중에서 ‘TV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지금은 TV가 6대4 정도로 많은 것 같은데요? 만화를 더 열심히 그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작가로서는 조금 기분이 묘하죠.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거니까, 만화 안 보시는 분들도 TV를 통해 유입이 되니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기안84는 2016년 초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네이버 사옥에서 연재 마감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첫 등장해 지금은 ‘세 얼간이’로 배우 이시언, 가수 헨리와 굳건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과 보여주는 호흡도 좋다. 전현무와는 방송을 끌어주는 형님과 동생으로, 박나래와는 지난해 연애인 듯 아닌 듯한 ‘썸’으로 화제를 낳았다. 최근에는 한혜진의 손길로 머리에 염색도 하고 옷도 새로 사는 등 ‘새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일을 하니까 오히려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사시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방송을 시작하고는 하루 시간이 좀 남게 됐어요. 예전에는 게을러서 못 했던 일들이 착착 끝나게 되고, 최근에는 마감이 세 달째 늦지 않고 있어요. 최근에는 이틀 먼저 끝낼 때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TV 나오니까 대충 그리네’라는 무엇보다 듣기 싫었어요. 그리고 최근 재능있는 신인 작가분들도 많으니 더욱 노력해야죠.” 이름이 알려질수록 기안84에게는 많은 부분이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그의 성격상 연재를 치밀한 기획 아래 시작하는 게 아니다보니 구성에 있어서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았다. <패션왕>의 경우가 그랬다. 기획이 스스로 치밀하지 않다고 생각해 영화화 이후 다른 영화제작사들이 웹툰 원작을 꺼리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최근 동료작가 주호민의 <신과 함께>가 영화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기획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선배 작가분들은 어느 정도 2차 판권을 생각하시면서 작품을 만드시더라고요. 저도 차기작부터는 그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제가 기획이 없고, 본능적으로 그리기만 해서 이렇게 하면 오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웹툰작가로도 인기를 얻었지만 방송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재미와 흥미는 방송으로도 자주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소망으로 옮겨갔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학왕>의 종료가 필요한데 현재로는 알 수가 없다. 그는 워낙 우기명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 본인과 일치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장가를 갈 때까지는 <복학왕>을 그린다는 기한을 정했다. “보통 만화 작가들이 골방에서 혼자 그리고, 혼자 밥을 먹고 그러는 생활을 하거든요. 저도 어시스턴트(보조작가)가 없다보니 혼자 하는데 가끔 나가서 다른 분들도 만나고, 경험도 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렇게 게으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제가 바빠지고 즐거워지더라고요. 방송도 여유가 된다면 좀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나 혼자 산다>는 장가를 가게 되서 프로그램을 떠나게 되는 상황 외에는 계속 해보고 싶어요.” 작가로서 기안84는 러시아의 소설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을 좋아했고, 만화가로는 일본에서 <카이지> 시리즈를 그린 후쿠모토 노부유키를 동경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직관적이고 현란한 수식어 없이도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점이다. 기안 역시도 자신이 겪었던 학창시절, 군대시절을 이렇게 표현해 인기를 얻었지만 너무 우울한 만화는 그리기 싫었다. 그래서 유머 코드를 섞은 ‘웃픈’ 작품에 주로 접근한다. “앞으로 웹툰 분야는 정말 다 잘 될 것 같아요.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웹툰을 그리고 싶은 분들은 매번 똑같은 경험보다는 남들과 다른 경험을 많이 하셨으면 해요. 전공은 순수미술이 굳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많이 나오면 대한민국 웹툰이 더욱 발전할 것 같습니다. 제가 걱정이죠. 하하.”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