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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내가 바로 사회부적응자 같아서 걱정되는 후기
9,044 18
2018.07.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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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괜찮아서 첫인상이 좋다
웃으면 사근사근 말투 나긋나긋
그래서 사람들이 상냥함을 기대하고 나도 적당히 상냥하게 대하는데

사실은 성격이 굉장히 과묵하고 무뚝뚝하다. 사람이랑 대화하는거 별로 안좋아하고, 통화보다는 문자를 더 좋아하고 소통하는게 좀 어렵다. 그래서 알바 인포메이션 같은 곳 얼마전에 들어갔다가 첫인상이상 성격이 너무 다르다고 잘리기도... 

꾸준히 일상이야기 나누며 카톡하는 여자 사람 친구 하나도 없어
삼십대 초반인데
대학친구 한명은 결혼하고 멀어졌고
고등학교 친구 한명은 두달에 한번 쯤은 보는데 그렇게 속 깊은 얘기는 안함.
얘는 친구가 아주 많아서 내가 하도 사람 그리워하니까 얘가 만나는 거 좀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서울에서 고등학교 나와서
지방으로 대학을 갔고
대학 졸업 후 어학연수 2년 갔다 오면서
일상적으로 늘 만나는 친구들 자연스럽게 다 끊켰다
연락이야 하면 애틋하게 만나지 일년에 한번 쯤

2011년도부터 만난 남자친구가 제일 친한 사람인데
매일매일 연락하고...
얘랑도 유학가서 만났다가 내가 먼저 귀국해서 중간에 3년은 지구 반대편 롱디였어.
중간에 한번 헤어졌는데, 헤어지자고 말한 그날부터도 매일 서로 연락했었어. 얘가 말하길 자기가 날 놓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못놓았었대
그부분은 나도 인정해
내 주변에 진짜 얘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까

유학 갔다와서 들어간 회사는 한 2년반 정도 다녔는데 거기서 회식자리에서 안좋은 일도 당했다
얼굴만 아는 동료가 내 술에 약을 타서
모텔로 데려가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음
그 일로 나는 고소도 했고 재판도 2년 가까이 걸렸어. 사건은 명백했는데 피의자가 도망다녀서 수배가 두번이나 떨어지느라고....

안그래도 친구 없는데, 그 시기에 진짜 말 그대로 칩거 했었다.
그 회사에서 만난 남자들이 남친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 없는 걸로 여겨서 엄청나게 집적댔었어
돌아가면서 나한테 고백하고 (자랑하는거아님)
심지어 여친 있는 사람들도... 내가 만만해보였던 것도 있었나 싶어
남자한테 시달리다가 약물사건으로 어퍼컷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음

마트 갈 때 말고는 밖에도 안나오고,
원래 친구도 아무도 안만나고,
남친은 지구 반대편 컴퓨터 속에 있고.
다행히 얘도 학교 끝나고 곧장 집에 왔고
집에 오면 스카이프를 늘 틀어놓아서 일어나고 잘때까지 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기분이었다. 이 때 서로에게 의지 많이 했는데.
나 자취해서 정말 아무도 안만났음..

내가 칩거가 끝난 시기도 남친이 2년전에 공부 마치고 귀국해서였어.
남친 만나서 꾸미고 나가고,
만나서 놀아야 하니까 알바를 시작하고,

근데 골때리는데 내가 이때 한 알바가 뭔지 알아?
모던 토킹바였어.
1년동안 칩거하다가 뛰어든 곳이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곳.
남자한테 시달리다가 내가 한번 휘둘러볼까
궁금해서 해봤다.
룸 같은 것도 없고 아주 두껍고 긴 바 건너편에서 서빙하고 말동무 해주는 형태라 터치가 가능한 곳도 아니었어. 내가 있는 쪽에선 기술적으로 술을 버리는 거라 술 마실 필요도 없었어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 또 오게 한다고 인센티브 주는 곳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관리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번화가도 아닌 동네에 있는 바라서 20대 중반~40대 초반 동네 사람들 드나드는 곳

시급 8000원으로 시작해서 9500원까지 받음


남친도 알아. 엄청나게 싫어했지만 내가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는 응원해주더라.
거기서 7개월 일했는데
처음엔 주2일만 나가다가 그만둘 때 보니 내가 매니저처럼 사장없이 가게 열고 닫고 하며 주5일 일하고 있었음

얼굴에 가면 쓰고, 칩거하는 동안 인터넷 엄청나게 하면서 머리에 집어넣은 잡지식으로 온갖 썰 풀고,
바 건너편에 앉아 점점 취해가는 남자들 보면서...
아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더이상 겁날게 없더라. 

거기 그만 둔 이유는 어떤 손님이 마음에 들어서...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그만둠

그만두고 또 1년 넘게 놀았다.
중간 중간에 아파트 입주 사전조사 알바, 모델하우스 안내 알바, 콘서트 안내 알바 그런 잡다한 단기 알바만 하고 제대로 된 취직은 안했지

그 사이 남친은 취직했고
나는 요즘 필라테스로 강사 하려고 학원 다니고 있다.
강사를 하면 아무래도 말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지시를 해야 하잖아
근데 하루 하루 배우면서 내가 새삼 말이 참 안된다는 걸 다시 느낀다
바에서 취해가는 사람을 상대하는 건 쉬웠는데
멀쩡한 정신의 여자들 대하는게 너무 어렵다....
기가 죽고....
남친도 이제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감정을 숨기지 않아.....

8년을 만나면서 언젠가 내가 자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기대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대.
내가 부모님 돈으로 월세내고 생활비 받고, 필라 학원 다니는 것도 마음에 안든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에 내가 뭘 해서든 벌어서 하고 있었을 거라고.

자기한테 의존하는게 너무 심하고,
내 삶의 중심이 자기인게 싫다며....

나는 시간이 나면 얠 만나고 싶은데 얘는 그러고 싶지 않아 한다. 이젠 뽀뽀 하기도 싫어하고
정말 나한테 마음이 떠난지 오랜 것 같아
다만 내가 무너질까봐 곁에 있을 뿐...

나를 동정하는 말이라서 자존심도 상하는데
틀린말이 아니라서 눈물이 난다
정말 얘 아니었으면 이것보다 더 망가졌을 것 같아서
나쁜 생각 가진 사람이 나보고 사랑한다면서 어디가서 자기를 위해 몸 팔라고 시켰으면 나는 그렇게 했을 것 같아
죽고싶다는 생각은 얘 만나기 전부터 어릴때부터 하고 살았고

얘만큼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 어디에도 없었는데...
내가 이번에 진짜 자립 못하면 정말 끝장이겠구나 싶은데

사람은 안변한다는 말을 얘도 나도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렇게 우리의 8년이 끝나고 있어서 너무 슬프다
서서히 메마르다가 이제 정말 아무것도 안남은건가

나는 제대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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