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덬은 아침에 아버지와 출근을 함께 하고 있음
두 사람의 출근 루트가 겹치는데, 갑자기 애틋 퍽발하신 아버지가 자식과 조금이나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감사하게도 차를 태워주시고 회사 앞에 떨궈주시는 덕분임
그러다 보니 아침엔 출근메이트인 아버지가 직접 나를 깨워주시기도 함
사람으로 태어나 알람보다 일찍 일어나는 건 좀 억울하지만.. 아버지 덕분에 편하게 출근하니까 군말없이 일어나고 있음
오늘 아침에도 아버지는 내 방문을 두드리며 '세상에 무명아! 일어나서 시간 봐라! 얼른!!'소리치고 가심
물론 늘 그렇듯 훼이크임 여유롭게 일어나도 됨
하지만 오늘 아침은 유난히 일어나기 힘들었음
어젯밤 모처럼 펼쳐진 도심속 구속레이스를 감상하다 흥이 나서 조금 늦게 잔 탓일까?
아니면 모처럼 친구와 소주 딱 두 잔을 기울인 탓일까?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서 시계도 보는 둥 마는 둥하고
금요일까지 살아 있는 게 용치.. 하면서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섬
출근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부스스 일어난 어머니와 우리집 개도 유난히 눈을 못 뜨는 느낌이었음
놓고 갈 뻔한 물건이 생각나서 신 신다가 헐레벌떡 챙겨왔는데 성격 급한 아버지 뭘 그리 꾸물대냐는 잔소리도 빠짐없이 들어드림
눈을 반만 뜨고 차를 타고 가는데 폰 알람이 울림
아 아까 먼저 일어나서 해제를 안했나? 하고 끔
문득 아침 8시에 오픈하는 공연 예매대기를 걸어야겠다 싶었음
예대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아직 예매대기 오픈 전이라는 거임
인터파크 미쳤나?하고 폰 상단부 시계를 보니 8시 nn분이어야 할 시계가 7시 nn분임
갤럭시 미쳤나? 하고 차 시계를 봤더니 거기도 7시 nn분임?
아빠 지금 왜 7시 nn분이야..?하고 바보같이 물었더니 아버지 ???? 하심
그제야 알게 됨. 우리가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선 것을..
부지런한 아버지는 오늘따라 1시간 일찍 눈을 뜨셔서 시계의 작은 바늘만 대강 보시고 철없는 자식 깨우기 등을 포함한 루틴을 성실히 수행하셨으며
철없는 자식은 철석같이 아버지를 믿고 따라 움직인 결과였음
1시간 덜 잔걸 돈 백만원 떼인 듯이 억울해하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아버지는 '하루를 일찍 여니 공기가 다르구나'라고 하시며 부르릉 떠나셨고
평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등 출근러 팀장님은 정승처럼 꼿꼿이 앉아 '좋은..좋은 아침입니다' 하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셨으며
뒤늦게 가족 단톡엔 '근데 두사람 오늘 왜 1시간 일찍 간 거..? 출근 배웅하고 티비 켰는데 인간극장이 시작을 안하잖아..' 라는 엄마의 메시지가 황망히 날아듬
(폰 시계 고장난 줄 알고 수리받으려고 하셨다 함)
바쁜 현대인들은 알다시피 직장인이 아침 출근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우사인 볼트가 100m 기록 단축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임
그러나 오늘 나는 나 자신을 완벽히 속이고 무려 1시간 단축이라는 기적을 일궈내었음
역사에 남을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점심시간 회사에서 숨어서 졸 곳을 찾는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