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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수많은 죽음 앞에서는 살아있음이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신경 쓰지 마요.
저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굳이 들을 필요 없어요.
모든 것을 듣고 살 필요 없어요.
-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천 개의 파랑>
더 오래 사는 쪽이 불리했다.
언제나.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너무 쉬워.
나는 그게 서글퍼.
이렇게 평생에 걸쳐 점점 커질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버티기 힘들 정도로
서글퍼지는 날이 오겠고,
가끔은 이유도 없이 선명해지는 기억에 밤을 지새우게 될 것이다.
거대한 그리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나약해지리라.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정말 끌게.
사랑해.
이번 생은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 삶에서 또 만나.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 우리를 아십니까>
따분할 만큼 평온한 일상을 원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떤 것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게 평화의 기본 조건이라는 걸
그 애를 좋아하고 나서야 알았다.
즐거운 생각을 할까 해.
소용이 없더라도 말이야.
왜 데리고 왔느냐고, 괜히 물었네.
친구였겠지.
아니면, 사랑했거나.
그러니 무모해진 거겠지.
지상이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어쩌다 남은 들꽃 한 송이에
그 애는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해했겠지.
참 안쓰럽지 않니?
누구보다 네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매일매일 너의 죽음을 상상했다는 게.
그리고 참 야박하지 않니?
네가 그걸 기어코 실현시킨 게.
사랑한다는 게 반드시 그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잠들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충분한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그리움은 가끔 변명이 돼.
그걸 잊으면 안 돼.
<이끼숲>
비린 냄새와 어두운 산이 존재하는,
고통이 잇따르는 잔혹하기만한 세상으로.
그렇지만 내일이 있는 세상으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두는 것이라고.
끓는점의 폭발은 분노와 모멸이고,
어는점의 폭발은 상처와 서글픔 같다.
어쨌거나 봤으니까 됐어.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그러니 오래 이곳에 있어.
네가 만난 이 세상을 다 누리고, 세상이 변하는 걸 목격하고,
기쁨과 슬픔을 전부 겪고 나서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질 때.
<나인>
-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군.
완벽한 희망을 품어야 하나?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기는 하고?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나는 빠짐없이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걸까.
그렇다고 믿고 싶다.
믿고 싶다는 걸 믿고 싶다.
진정한 슬픔은 평범한 하루 속에 깃들어 있는데,
자꾸 특별한 절망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랑과 나의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