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AI 학습용 저작권 데이터 활용 합리화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자율주행·로봇 규제 정비를 묶은 패키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공공자산은 가이드라인을 바꿔서라도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공저작물과 판결문 등 주요 데이터를 신속히 개방하기 위해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과 ‘가명정보 제도 운영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저작권 문제도 손질한다. 오는 11월까지 ‘저작물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저작권자가 불명확한 데이터는 활용 불확실성을 줄이고, 권리가 명확한 데이터는 합리적 거래·보상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저작권 분쟁조정 전담창구 ▲AI 학습 동의 여부 통합정보시스템 ▲수요·공급 협의체와 표준계약서 도입 등이 추진된다.
공공데이터는 개방 범위를 넓히고 예외를 최소화한다. 공무원들이 책임 문제를 우려하지 않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면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명정보 제도도 합리적으로 바꿔 민간 활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로봇 분야 규제도 손본다. 보행자의 얼굴을 비식별 처리하지 않아도 차량 영상 데이터를 학습에 쓸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과 ‘자율주행자동차법’에 원본 영상 활용 특례를 연내 도입한다. 시범운행지구는 지구·노선 단위에서 도시 단위로 확대하고, 지자체가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주차·건설 로봇에 적용되는 기존 ‘사람 중심’ 기준을 재설계해 현장 투입을 앞당긴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후속 협의·점검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전부터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통합 전략 수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산하 초거대AI추진협의회는 지난 9월 초 보고서를 통해 “AI 시대 승부수는 데이터”라며, 개인정보 규제와 저작권 문제, 부처별 중복 가이드라인으로 기업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원스톱 통합 가이드라인 체계 ▲데이터 거래 플랫폼 ▲산업별 데이터 표준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데이터 바우처·세제 혜택 확대 ▲AX(인공지능 전환) 맵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창작자 단체들은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규정 도입을 일관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음악·영상·웹툰·사진·미술 등 주요 단체가 모인 범창작자정책협의체는 지난 11일 창작산업계와 인공지능 산업계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이날 회의에서 ▲매출 연동형 구조 + 최소보상 하한 + 저작물별 가중치를 반영한 통합 가격 모델 ▲저작물 검색·식별이 가능한 데이터센터 구축 ▲사전 계약 원칙 및 모델 재사용 시 동일조건 승계 등을 제시했다. 또 “저작권 원칙을 무시한 면책 주장은 결국 문화 소멸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며 AI 기업들이 면책만 주장하지 말고 협의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산업계와 창작자들의 입장 차이로 인해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지상파 방송 3사는 네이버를 상대로 뉴스 무단 학습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어 4월에는 한국신문협회도 같은 사안으로 하이퍼클로바X의 뉴스 활용 문제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신문협회는 “명확한 보상 기준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거대AI추진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데이터 이용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계는 데이터 접근·활용 확대를, 권리자 단체는 통제·보호 강화를 요구하며 제도적 조율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 의원은 “저작권 보호와 AI 산업 발전을 이분법적 대립이 아닌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창작의 자유와 기술의 책임을 조화시킬 정책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도 AI 학습데이터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저작권 침해 소송에 직면하거나, 거액의 합의금·이용료를 내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언론사와 창작자를 중심으로 오픈 AI, 스태빌리티 AI 등 생성형 AI 개발사를 상대로 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저작권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앤트로픽이 작가 집단 소송에서 약 2조원(15억 달러)를 배상하기로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앤트로픽은 책 한 권당 약 3천 달러, 총 50만 권 분량에 배상금을 지급하고, 불법 데이터세트를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기업들이 소송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액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오픈AI는 미국 언론사와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데이터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구글과 메타 역시 대형 출판사·저작권 단체와 협상에 나섰다.
제도 정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연구 목적일 경우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상업적 활용은 저작권자가 사용을 거부할 경우 예외를 두도록 했다. 또 새로 제정된 AI법은 범용 AI 모델 기업에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영국은 2022년 한 차례 ‘상업적 자유 이용’을 추진했다가 반발로 철회한 뒤, 올해 다시 절충안을 논의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비교적 이른 시점에 규정을 마련했다. 일본은 “창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데이터 이용을 허용했고, 싱가포르는 “합법적으로 접근한 데이터라면” 학습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별도의 법을 만들지 않고 ‘공정이용’ 원칙 해석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판결에서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