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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기억하나요, 단 하나의 노래만 히트시키고 잊혀진 가수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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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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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은 또 하나의 원 히트 원더와 연결된다. 가수 자신의 이름을 과감하게 제목에 넣은 ‘김성호의 회상’이다. 제목을 듣자마자 중년이 된 당신은 저절로 입으로 소리 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눈을 보았지”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지 않았네”로 끝나는 바로 그 노래다. 1989년에 발매된 이 노래를 라디오로 처음 들었던 순간을 어제처럼 기억한다. 노래가 너무 슬펐다. 끔찍하게 슬픈 나머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특히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지 않았네”라는 대목이 가슴을 찢었다. 사실 이 대목은 2021년에는 효용이 없다. 우리의 스마트폰에는 많은 사진이 남아 있다. 찢어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지워봐야 모든 흔적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다. 하나하나 찾아서 완전히 삭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의 페이스북은 ‘4년 전 소중한 그날’이라며 헤어진 연인과 찍은 당신의 사진을 기어코 찾아내 들이밀고야 말 것이다.

(중략)

인생도 그렇다. 우리 인생은 대개 원 히트 원더다. 어떤 사람에게 그 ‘히트’는 대학입학시험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입사시험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빠른 진급일 것이다. ‘마용성’ 아파트 구입이나 코인 ‘떡상’일 수도 있다. 좀 더 로맨틱한 예를 들어보자면 일생의 사랑을 만났을 때? 인생의 원 히트 원더는 가장 빛나던 순간에 잠깐 빛을 발한다. 다시 그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그걸 좇으며 산다. 어쩐지 계속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지는 탓이다.

인생이 원 히트 원더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세대에게 히트의 기회를 호탕하게 물려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신은 당신 세대가 여전히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알고 있다. 그 믿음을 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각자의 ‘원 히트 원더’만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좇고 갈망하며 황혼기로 달려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찬바람이 불던 날 그 순간은 떠났고 계절은 바뀌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기사출처 : http://naver.me/xQOBvdFx

-기사에 나오는 얼마전 놀면뭐하니에 소개된 <김성호의회상>

https://m.youtu.be/FXfyvQl2b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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