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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생영화가 머리채 잡혀서 빡쳐서 쓰는 '레옹이 로리타 영화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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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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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톡방에도 글 쓰긴 했었는데.

내 인생영화가 갑자기 머리채 쥐어잡혀서

무슨 사십넘은 아저씨랑 십대 소녀가 쿵짝쿵짝 하는 로리타 영화라고 매도당하는 꼴 보니까

뒷목에 혈압올라서 스퀘어에도 다시 정리해서 올려.


일단 처음부터 확실하게 밝히자면, 이건 아이유 쉴드질도 뭣도 아님.

내 인생작에 '로리타'라는 똥물을 뒤집어 씌운 짓거리가,

심지어 레옹을 로리타 영화로 몰아간 이유까지 

영화팬으로서 진짜 열불이 뻗쳐서 쓰는거니까 오해 말도록.



1. 원래 감독이 레옹에 마틸다와의 배드씬을 넣으려고 했다 -> 명백한 거짓루머. 

이게 내가 뒷목을 잡은 가장 큰 부분임.

저건 진짜 유포자가 일부러 진실왜곡한거라 빡치네.

왜 이런 루머가 돌았냐면, 레옹에는 두가지 판본이 있어

월드와이드 개봉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버전과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편집했던 감독판.

감독판하고 일반판 차이가, 일단 감독판에서 23분 정도가 삭제되었음.

직접적인 킬러수업이라던지, 마틸다가 총을 쏘는 장면 등등이 감독판에 추가되었어.

원본 결말 뒤에 내용도 좀 더 있어, 레옹이 마틸다한테 유산 남겼다는 언급이라던지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정신적인 충격을 다 추스르지 못한 마틸다의 모습이라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드씬.

이거 국내에 완전판 재개봉하면서 배급사가 

'충격! 삭제되었던 베드씬!!'

하면서 홍보용으로 때린건데.

이 베드씬, 진짜 말 그대로 침대에서 자는장면인데

성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마틸다가 레옹 침대에 가서 팔 끌어안고 자는거임.

진짜 말 그대로 잠만.

궁금해 하는 덬들 있을까봐 아얘 그 '베드씬'이라는거 영상으로 가져옴.


곱게 알록달록한 담요까지 덮어놓고 인형마냥 팔 껴안고 '잠만 잠'

그런데 막 이게 삭제된 장면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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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캡쳐 가지고 와서 진짜로 성교 한 장면 있는 거인양 퍼트리더라? 

일부러 교묘하게 마틸다가 옷 벗은 것 처럼 보이는 구도로 만들어서?



영화를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모를수가 없겠지만. 이 장면은 소아성애가 될 수가 없어.

왜냐면 작중에서 레옹은 킬러이기 때문에 결코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들지 않음.

레옹이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수면'이라는 걸 취하는 건 이때가 처음이야.

마틸다가 온전히 평화로운 모습으로 잠드는 것도 이때가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두사람이 최초로 짧은 평화를 얻는거지.

마지막에 포위당했을 때 레옹이 마틸다를 탈출시키면서

'여길 나가면 침대에서도 자고 지붕이 있는 안식처에서 쉴 수 있다'는 얘길 하는게

바로 이때 때문임.

이들에게 침대란 성교의 장소가 아니라 피폐한 삶에서 벗어나 얻을 위안과 안식을 의미하니까.



2. 마틸다와 레옹의 관계는 로리타적 성애관계가 아니라 유사부녀/정서적 동질감.


레옹이라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이면 그게 아닌거 잘 알거임.

뭔가 자꾸 로리타 로리타 하면서 레옹이란 영화를 

무슨 나탈리 포트먼을 이용한 소아성애의 최고봉으로 보는 사람도 많은데

레옹과 마틸다 사이에 애정관계가 있는 건 맞지만, 그건 섹슈얼한 방향이 아님.

부모도 잃은 채 정신이 황폐해진 소녀가 거친 성인남성에게 

'나는 저사람에게 반했다!'라고 시종 어필하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레옹은 마틸다가 자신에게 주는 사랑이 자신을 보호해 줄 성인남성에 대한 의지

+ 어린시절의 동경과 치기라는 걸 잘 알고있어.

그렇기에 계속 거부하고 선을 긋는거고.


그리고 마틸다는 부성과 모성 모두에서 결핍을 지닌 인물임.

친아버지는 인간쓰레기고 새엄마랑 언니도 자길 학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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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 때문에 노먼(악역 경찰)이 아무짓도 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미 상처를 입고있어.


가뜩이나 제대로 된 보호자의 부재로 인해 삐둘어져 있는데

그나마도 살해되면서 정서적 고립을 겪고, 자신이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려.

처음에 18살이라고 거짓말 하는것도 이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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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도 마틸다는 '여자'인 적이 없음. 그녀의 모든 '여자 흉내'는 어설플 뿐.

성숙한 어른의 흉내를 내려고 섹스심벌인 마릴린 먼로, 마돈나를 따라하지만

도리어 우스꽝스럽기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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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피폐함을 인형을 통해 위안받으려는 모습도 자주 나타나.

필사적으로 어른 흉내를 내려고 해 봤자 마틸다는 미성숙한 어린아이일 뿐임이 재확인 되는거지.


그리고 자신의 미성숙함을 레옹을 통해서 해소하려 해. 

호텔에서 레옹이 자기 아버지가 아니라 '애인'이라고 거짓말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지.


하지만 반대로 레옹은 마틸다가 하는 모든 발악(...)들을 지켜보는 입장이야.

부모잃은 소녀가 필사적으로 어른흉내를 내려고 발악하는 걸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남자가 지켜보는데

거기에 에로티시즘이 깃들 수 있을리가...


도리어 레옹이 마틸다에게 가지는 건 부성애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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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마틸다가 레옹에게 매달릴 때 공중에 대롱대롱 떠서 흔들리는 두 다리,

그리고 마틸다를 안아든 레옹의 구도를 보면 알 수 있지.

마틸다는 달려와서 '뛰어올라' 레옹에게 안기고, 레오은 한팔로 먼저 마틸다를 감싸안아듬.

저게 '연인을 구하러 온 남자'로 보여 아니면 '딸을 구하러 온 아버지'로 보여?


이건 두사람의 마지막 작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됨.

울부짖는 마틸다를 달래기 위해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대신

'여기서 나가면 침대에서 편안하게 자고, 지붕있는 곳에서 쉴 수 있어'라는,

마틸다의 '보호자'인 레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자 위로를 건네.

이때 레옹과 마틸다 간에 오가는 '사랑해'는 절대 연인간의 고백이 아냐.

'나도 널 사랑한단다 아가야' 지.



3. 두 사람의 관계는 상처투성이인 인간 대 인간이 맺은 유대이지 연인이 아님

 

마지막에 자신이 죽은 뒤, 토니는 레옹이 남긴 유산을 마틸다에게 전해줘,

그리고 킬러 일을 하고싶다는, 즉 자기는 더 이상 소녀도 아니고, 레옹의 업을 잇겠다는 말에

토니는 노발대발 하면서 학교로 돌려보내지.

그리고 학교에서 마틸다는 처음으로 레옹 외의 '어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음.

그녀가 제 아무리 애를 썼어도 온전한 고독을 감수할 수 있는 어른이 아닌,

레옹이라는 유사부친의 보호와 다른 어른의 그늘 아래 있어야만 하는 어린 소녀였음을 인정하게 만드는거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레옹의 화분을 운동장에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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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한 대사까지 

"우린 영원히 함께할거에요 레옹."라는 오그라드는 번역 자막을 넣은, 

정확하게는 첫개봉때 번역자가 했던 오역을 그대로 베낀 캡쳐 가져와서

사랑의 결실이니 뭐니 하고 우기는 애들 있던데.

이 장면의 원 대사는

"I think we’ll be okay here, Leon."

즉 "여기라면 우리도 괜찮을 거에요. 레옹." 임.

영화 제대로 본 사람이면 화분이 뭘 상징하는지, '이제 괜찮을 것'이라는 대사의 의미를 모를수가 없겠지.



4. 나탈리 포트먼을 '마틸다'로 캐스팅한 이유.


결정적으로 경쟁 쟁쟁했던 다른 아역배우들 빼고 뤽 베송이 나탈리 포트만 쓴 이유가

'마틸다라는 캐릭터를 해석함에 있어 성적인 전제를 넣지 않은'

즉 오디션에서 레옹+마틸다의 관계를 성적인 애정관계로 해석하지 않은 유일한 아역이었기 때문임.

다른 아역배우들은 나이만 어렸을 뿐, 마틸다라는 캐릭터를 '멜로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상정해서 연기했어.

하지만 이건 감독이 구상한 마틸다와는 완전히 달랐지.

왜냐면 마틸다는 '불완전한 자아를 지닌 소녀였지 '여자'가 아니니까.


감독판에서 많은 장면이 잘려나간 건, 일단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져서이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레옹과 마틸다'라는 인간 대 인간이 교감을 갖는 장면들이 이상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와

(특히 지금도 줄기차게 로리타 영화라고 왜곡용으로 울궈먹히는 침대장면)

마틸다가 미성년자임에도 총기를 사용하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었어.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레옹은 미성숙하고 상처입은 두 인간이 유사 부녀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안식을 찾는 휴먼드라마지,

결코 소아성애를 목적으로 한 로리타 영화가 아님.

영화를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멋대로 영화를 호도하고, 루머를 뿌리는 건 영화팬으로서 매우 불쾌함.

그런 소리를 하고 싶다면, 레옹이라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오역 쩌는 한글자막 말고 원문 그대로 본 다음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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